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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채우면서 / 직소폭포에 들다 -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든다는 걸. - 시집 (창작과비평사,1998) * 감상 : 천양희 시인. 1942년 1월 부산 사상에서 태어나서 경남여중고, 이화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65년 대학 3학년일 때 당시 연세대 교수였던 박두진 시인이 발행하던 당시 유일한 문예지 추천으로 '庭園 한때', '아침', '和音'을 발..

8월의 눈사람 / 민박 - 권대웅

8월의 눈사람       - 권대웅    여름내   해바라기가 머물던 자리   나팔꽃이 피었다 사라진 자리   목이 쉬도록 살아 있다고   매미가 울어대던 자리   그 빈자리   흔적도 없이 태양 아래 녹아버린   8월의 눈사람들     폭염 한낮   밥 먹으러 나와 아스팔트 위를 걷다가   후줄근 흘러내리는 땀에   나도 녹아내리고 있구나   문득 지구가 거대한 눈사람이라는 생각   눈덩이가 뒹굴면서 만들어놓는   빌딩들 저 눈사람들     8월 염천(炎天)   해바라기가 있던 자리   화들짝 나팔꽃이 피던 자리   내가 밥 먹던 자리   돌아보면   그 빈자리     선뜻선뜻, 홀연, 가뭇없이    - 시집,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문학동네, 2003)     * 감상 : 권대웅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