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빔 이불 - 퀼트 하는 여자- 정귀매시간은 멈춰있고 지구는 돌아요지구를 돌리고도 남을 양의 실로여자는 이불을 꿰매지요한 땀 한 땀 광목을 누비며자전과 공전을 되풀이하는여자는 이불 속의 지구밤과 낮을 만들고겨울나무를 수놓아 계절을 짓지만시간을 재생할 수는 없어요여자는 멈춘 시간 속에 살지요여자가 묶어 놓은 매듭은 수백수천이불 속에는 풀어지지 않으려는 여자들이자신의 발을 묶어 두고이쪽 무늬에서 저쪽 무늬로 실타래를 옮겨 가지요때로는 먼 길을 걷기도서너 걸음 만에 돌아오기도 하지만멈춘 시간마다 매듭짓는 걸 잊은 적은 없어요솔기가 풀려 걸음이 가벼워지면다시 돌아와 박음질하고 가는 여자삼백예순날을 걷기만 하지요늘 같은 보폭을 유지하며밑단과 윗단을저승과 이승을 촘촘하게 오르내리는 여자스스로 옭아맨 매듭에 걸려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