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 이영광 먼 곳에 슬픈 일 있어 힘없는 원주 토지문화관의 저녁이다 속 채우러 왔다, 슬리퍼 끌고 해장국이 나오길 기다리며 신문을 뒤적이다 누군가의 소식을 읽고, 아? 이 사람 아직 살아 있었구나! 놀라고 다행스러워하는 마음이 된다 허기가 힘을 내는 것이 우습다가 문득 또, 누군가 내 소식을 우연히 듣고 아? 그 사람 아직 살아 있었구나, 놀라길 바라는 실없는 마음이 돼본다 다행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만한 용기는 없다 허기는 아무래도 쓸쓸한 힘, 뭘 바라지 못하는 순간이 좋다 밥보다도 더 자주 먹는 이 겁에 의해, 오늘도 무사하지 않았느냐고 무사한 사람, 무사한 사람, 중얼거렸다 겁도 없이 중얼거렸다 - 시집 (문학과지성, 2018) * 감상 : 이영광 시인. 1965년 경북 의성군 단촌면 병방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