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 고영민 9월 - 고영민 그리고 9월이 왔다 산구절초의 아홉 마디 위에 꽃이 사뿐히 얹혀져 있었다 수로를 따라 물이 반짝이며 흘러간다 부질없은 짓이겠지만 누군지 모를 당신들 생각으로 꼬박 하루를 다 보냈다 햇살 곳곳에 어제 없던 그늘이 박혀 있었다 이맘때부터 왜 물은 깊어질까 산은 멀어지.. 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2019.09.11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 - 박지웅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 - 박지웅 붙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우는 것이다 숨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들키려고 우는 것이다 배짱 한번 두둑하다 아예 울음으로 동네 하나 통째 걸어 잠근다 저 생명을 능가할 것은 이 여름에 없다 도무지 없다 붙어서 .. 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2019.07.24
재테크 - 안도현 재테크 - 안도현 한 평 남짓 얼갈이배추 씨를 뿌렸다 스무 날이 지나니 한 뼘 크기의 이파리가 몇 장 펄럭였다 바람이 이파리를 흔든 게 아니었다, 애벌레들이 제 맘대로 길을 내고 똥을 싸고 길가에 깃발을 꽂는 통에 설핏 펄럭이는 것처럼 보였던 것 동네 노인들이 혀를 차며 약을 좀 하.. 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2019.05.02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 안도현 그리운 당신이 오신다니 - 안도현 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고요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두고 당신 계시는 쪽 하늘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자국만 남겨놓고 흘러갔습니다 당.. 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2018.09.20
미지근하게 사는 사람은 지옥에도 못간다 지난 밤에는 바람이 불고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인지 첫 잠에서 깬 후 좀처럼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읽은 어느 분과의 인터뷰 신문 기사(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를 인터뷰 한 기사)를 읽고 또 그 분의 강연을 찾아서 듣느라 하얗게 밤을 새고 말았습니.. 글-隨筆 · 斷想 2018.05.09
가을날에 읽는 몇 편의 시... <가을 볕> -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 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내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 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201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