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후에, 영영 오랜 후에라도 - 윤이산 당신을 읽다가한쪽 귀퉁이를 접어둔다 나를 당신에게 걸쳐둔 채 외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밥을 먹고돌아와 또 꿈을 꾸면서 접어 둔 쪽을 펼쳐다시 읽는다 읽다가 접어두는 페이지는점점 늘어나고 당신은 내게 너무 아득하고나는 당신을 해독하는데 턱없이 서툴고우리는 아직 그런 관계인 걸까그렇다 치고, 여하간 나는오늘도 당신의 한 귀퉁이에붉은 밑줄을 긋는다 남겨 둔 표식은꽃 피울 자리를 매만져두는 일 가끔 당신을 덜어다 쓰기도 하는데당신이 나를 얼마나 깊이 물들여놓았는지내가 당신 행세를 할 때가 있다 나무도 간절히 가려운 자리에 움을 틔운다당신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늘 한 발 늦는,도착하면 파장罷場만 남아있는,내겐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무모라고매몰차게 당신을 닫아버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