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422

버선꽃, 골담초

‘골담초(骨擔草)’, 글자 그대로 뼈를 책임지는 풀이란 뜻의 약초입니다. ‘풀 초(草) 자’가 들어 있지만 키가 작은 나무, 낙엽관목이고 귀여운 버선이나 나비모양의 노란색 꽃이 피어나면 주변이 환해집니다. 생긴 모양이 버선처럼 생겼다고 해서 '버선꽃'이라고도 블렀습니다.지난 주말, 행사 참석차 고향에 갔다가 아침 산책길, 동네에서 선영으로 가는 길가에서 바로 이 골담초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어릴적 내가 살던 집 뒷뜰 울타리에는 큼직한 골담초  나무가 한 그루 있었지요. 요즘같이 꽃이 피는 철이면 엄마가 그 꽃을 따서 맛난 부침개로 반찬을 만들기도 했던 추억의 꽃나무입니다.골담초 꽃의 꽃말이 겸손이라고 하네요. 최근에는 이 골담초를 그냥 정원에서 꽃만 보는 관상화로 개..

진관사 태극기

3월 첫 날, 3.1절 공휴일입니다. 꽃샘 추위가 닥쳐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하루 전날인 어제는 그런대로 무척 포근한 하루였습니다. 어제 오후 늦은 점심 식사 후, 소심이를 데리고 은평한옥마을과 진관사 입구를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했습니다. 이미 진관사 입구에는 태극기가 '진관사 태극기'와 함께 휘날리며 장식되어 있었지요. '진관사 태극기'라고 하면 무슨 말인가 의아해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잠깐 역사적인 사실을 한번 들춰 볼께요. 2009년 5월 26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하고 있는 진관사의 부속 건물인 '칠성각'을 해체, 복원하는 공사 중에 내부 안쪽 벽체 안에서 태극기에 보자기처럼 싸인 당시 항일투쟁 소식이 실려 있는 독립신문 등 19점의 귀중한 사료(史料)가 발견되었습니다. 발견된 ..

2024년 '설날 아침에'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고대신문(1961)에 처음 게재, 김종길 시집 (삼애사, 1969) 이 시는 김종길(1926~2017) 시인의 시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설날..

새로운 서울 경기 지역 지하철 노선도

서울 경기 인근지역 지하철 노선도가 내년부터 바뀐다고 오늘 최종안이 확정 발표되었습니다. 40년 만에 바뀌게 될 새 지하철 노선도는 한 눈에 봐도 실제의 지점을 잘 반영하고 있어, 방향 감각 등 지금까지 써왔던 것보다 훨씬 친근감이 가네요. 그리고 앞으로 계획되어 있는 노선까지 가는 실선으로 표시해주고 있어서, 집 구입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노선도에는 단순한 환승역 표시 뿐 아니라, 몇 개의 노선과 겹치는지도 색상과 도형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를 해 두어 교통이 집중되는 지점을 금방 파악할 수있게 했네요. 이 지도에 따르면, 김포공항역이 가장 핫한 역으로 무려 다섯 개의 노선이 만나는 독보적인 역이고, 다음으로는 네 개의 노선이 만나는 서울역, 청량리역, 공덕..

부산 엑스포 불발,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

어젯 밤에 있었던 최대의 관심사 뉴스....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한 최종 결정. 그러나 대한민국의 바람과는 달리 완패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빅 뉴스를 오늘 점심 시간에야 들었습니다. 그 시간, U-17 월드컵 축구 프랑스와 말리의 준결승전 중계방송이 더 관심이 있어 그것을 시청했고, 아침에 일어난 후에는 결과가 무엇인지 궁금하지도 않았거든요. 함께 점심을 먹은 부산 출신 친구가 느닷없이 "어젯 밤 늦게까지 자지 않고 중계방송을 봤다"면서 이 얘기를 꺼내서 그제야 최종 결과를 알았던 것입니다. 친구는 "정부가 이미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으면서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다는 생각밖에 없다. 2차 결선 투표까지 간다고 얘기 했는데 어째서 1차 투표에서 그런 처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이해가..

2023 성주 임진의병 예술제 참가 후기

오늘 22일자 [대구 일보]에 보도된 를 중심으로 정리해 본 성주임진의병 예술제 참가 후기입니다. "누가 나와 함께 하겠는가!" - 성주 임진의병예술제 성황 "마땅히 목숨을 걸고 싸워 죽을 것이니, 누가 나와 함께 하겠는가!" 430여 년 전 임진왜란(壬辰倭亂) 당시 성주지역 의병활동 상황을 재조명한 '성주임진의병예술제'가 10월 20일~21일 이틀간 대구일보 후원으로 '성주의병창의마을'인 대가면 도남리 도남재(道南齋) 일대에서 열렸다. 2년 전 성주임진의병 정신문화보존회 주최 '성주임진의병축제'로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 성주 임진의병장이었던 서암공 배덕문 선생과 서강 배설 장군을 비롯 의병창의에 함께 했던 33위를 기리는 숭모행사인 '경모제(景慕祭)'와 임진의병 창의를 기리는 '예술제'로 구성하여 명칭..

1년 만에 연남동 이웃을 만나다

연휴 마지막 날, 1년 전 떠났던 예전에 살던 연남동 집에 가서 이웃사촌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았던 2층 단독 주택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근사한 빌딩이 이미 들어섰지만, 양 옆집에 사는 이웃들은 여전히 살고 계셔서 이런 만남도 가능했습니다. 바로 앞, 또 다른 이웃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만나지 못했던 지난 1년 간 각자 겪은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누구 한 분도 그저 평온한 사연이 없었습니다. 남편이 대수술을 여러 차례 해야할 정도로 사경을 헤맸다는 왼쪽 옆집 아주머니의 그간의 고생담을 듣다가, 아내가 치매 증상으로 꼼짝 못하고 집안 살림에 매달리고 있다는 오른쪽 옆집 아저씨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당장 아주머니 얼굴도 한번 보자면서 불러냈는데, 초췌한 모습이 1년 전의 그 ..

2023년 긴 한가위 추석 명절을 보내며...

한가위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아니, 정확하게 질문하자면 추석 명절은 잘 보내고 계신지요? 주변에는 전통적인 명절 나기 방식으로 시골 고향에 다녀오느라 내려가는데 10시간, 올라오는데 10시간이 걸렸다고 투덜대는 친구도 있고, 어떤 친구는 모처럼의 긴 연휴를 이용하여 가족 단위로 국내 또는 해외로 나들이를 떠난 친구들도 꽤 있더군요. 어떻게 보내든 명절 풍속도가 예전같지 않게 많이 다라진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조용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명절 전에는, 늘 하던대로 LA 갈비와 육개장을 넉넉히 준비하고 우리가 먹을 전을 부치는 일, 그리고 명절에 주고 받을 조그만 증정용 선물을 미리 구매해두는 일 등으로 조금 바쁘지만, 명절 바로 전날과 당일은 조용하게 지내는 편입니다. 올 추석에는..

축구의 신, 메시가 써내려가고 있는 동화

오늘은 프로 축구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축구 선수로서 성공한다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어, 재능있는 선수들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한 푼이라도 더 주는 곳으로 이적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곤합니다. 그러다 보니 부자 구단들이 있는 최고의 리그에 최고의 선수들이 몰리는 건 당연합니다. 대표적인 리그가, 손흥민이 뛰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EPL)나 스폐인의 라리가, 또 이번에 김민재가 거액의 몸값으로 이적해 간 독일의 분데스리가 등이 있습니다. 이들 리그에서 뛰는 선수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서 구단은 수천억을 지불하기도 하고 또 선수의 연봉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선수 입장에서 보면,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판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이런 ..

壬寅年, 마지막 그믐달과 나눈 대화

매일 아침 6시면, 집을 나섭니다. 운동복 차림으로 배드민턴 가방을 메고 연희동에 있는 체육관으로 향하는 시간이지요. 연남동에 살 땐 6시 정각 체육관 문이 열릴 때 일이순위를 놓치지 않고 입장했으나 이제는 오가는 길이 출근길과 겹쳐 6시 30분을 지나야 겨우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6시 정각에 출발해야 가능하고 5~6분 지체하면 도착시간은 7시가 거의 다 되어야 겨우 도착할 정도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출발이 조금 늦어 6시37분 경 연희동 체육관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남쪽 새벽 하늘에 그믐달이 이런 모습으로 내려다 보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야, 배동석..퇴직도 했는데 뭘 그리 열심히 사냐? 조금 쉬엄쉬엄하면서 살어'라고 말입니다. 폐부로 깊숙히 느껴지는 새벽공..

壬寅年 마지막 보름달

소심이를 데리고 조금 전에 산책을 하러 밖에 나갔더니, 북한산 향로봉 위에 보름달이 둥그렇게 떠 오르고 있더군요.(음력으로 임인년 마지막 보름날(12월15일)이 어제였음) 그러니까 임인년 마지막 보름달인 셈입니다. 양력으로 1월 1일을 맞아 지난 한 주간 열심히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아직까지 '계묘년(癸卯年) 새해'는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임인년(壬寅年) 마지막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라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계묘는 무슨 계묘, 아직도 임인이야!'라고 말입니다. 저 달이 완전히 이지러지는 날이 섣달 그믐, 즉 까치 설날(1월21일)이 되겠고 그 다음 날이 진짜 '계묘년 첫 날'인 '설날(1월22일)'이 되는 것입니다. 저 마지막 보름달이 그믐 달이 되었..

홍대 아트 디자인 밸리

요즘 홍대 교정을 와 본 사람들은 대운동장이 온통 공사장으로 변해버린, 공사판 교정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도대체 무슨 공사를 하는거에요?' 근데, 이 질문에 정확하게 답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수 년 동안 학교에 재직했던 사람들 조차도 제대로 답하는 사람을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홍익대학교 아트 디자인 밸리]라는 그럴듯한 명칭이 붙은 이 공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쯤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확실한 의사 결정이 되지 않고 지지부진 논의만 계속되다가 결국 아까운 세월을 다 놓치고 작년에야 비로소 착공이 되었습니다. 공사 내용은, 정문빌딩(홍문관)에서부터 시작하여, 체육관 건물, 그리고 옛 초등학교 건물 등을 이어주는 운동장 아래 좁다란 골목길을 디..

'손흥민 시대'를 살고 있는 동시대인의 행복

간밤에 비록 잠은 자지 못했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역사적인 일을 직접 두 눈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느끼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손흥민, 축구 종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시아인 최초로 득점왕에 오르는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이 동시에 치뤄진 어젯 밤 12시, 아마도 축구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잠을 반납하고 텔레비전 앞에 앉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손흥민은 22호, 23호 골을 연달아 작렬시키며, 역사적인 대기록을 완성했던 것이죠. 정말 대단합니다. 축구 최고의 무대에서 아시아인으로서 득점왕이 된다는 것, 누가 상상이라도 해 봤을까요. 아시아인, 아니 한국인의 자존심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연남동 시대를 마감하고 은평 뉴타운으로

서울 은평구 연서로 44길 55, 폭포동 힐스테이트 427동. 정년하는 마지막 달인 8월 한 달은 이곳에서 출근해야하는, 새로운 주소입니다. 지난 주말엔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큰 결정 두 가지를 했습니다. 26년을 살았던 집 매각하는 계약을 토요일 오후에 하고, 새로 옮길 집을 정해서 가계약금까지 보내는 중대한 결정은 그 다음 날인 어제 했습니다. 마치 배드민턴 치듯이 술술 마무리지었다고나 할까요. 은평 뉴타운 폭포동에 있는 52평 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결정, 5월5일 오후에 계약하기로 하고 어제 가계약금 천만원을 주고 왔습니다. 달라는 금액에서 꽤 큰 금액을 내려 달라고 했는데도 서로 극적으로 합의가 되었지요. 아파트 가격이 대세 하락인 현싯점에서 조금 더 기다리면 아파트 가격은 어느 정도 더 내려..

집이 다 타 버린 간밤의 생생한 꿈

간밤에 화재가 나서 집이 다 타버리는 꿈을 너무도 생생하게 꾸다가 알람이 울리는 바람에 깼습니다. 잠에서 깬 후에도 너무도 뚜렷이 기억이 나서 한 장면 한 장면이 멀리 강원도 울진에서 망연자실한 일을 당한 분들의 마음이 오롯이 그대로 전달되어져 오는 듯했습니다. 하얗게 타고 남은 집더미 안에서 두 누이가 자다가 그대로 타 죽은 장면도 봤는데, 그 슬픔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고, 주변 큰 산을 시커멓게 거을리고 모조리 삼켜버린 화재의 규모에 놀란 것만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슬픔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저걸 어떻게 복구해야 할까 걱정이 앞선 걸 보면 저라는 사람은 참으로 인정머리도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놀란 가슴을 쓰다듬으며 아침 묵상 시간에 펼쳐 든 성경 말씀이 로마서 8장 26절. '우리가 빌..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21년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금방 종식될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만 2년이 계속되면서 더욱 수고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제게는 넘치는 행복이었고 한량없이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내년은 저에게 있어서 중요한 해이기도 합니다. 33년을 근무한 직장을 떠나는 정년퇴직일이 8월 31일입니다. 그래서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는 이즈음이 남다르다고나 할까요. 2년 전, 환갑을 맞는 동창 친구들과 같이 해외여행을 가자고 그 3년 이전부터 적금을 들어 여행 경비를 마련했지만 환갑이 되는 해 초, 막상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 돈을 다 나눠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다..

백신 2차 접종 완료

어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무사히 2차 접종을 했습니다. 예약된 시간에 가서 대기하고, 또 의사 진찰 후에 주사를 맞은 후 15분 내지 20분을 대기하다가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없으면 귀가하는데 그 많은 대기 시간중에 이런 저런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백신이 승인되어 접종이 시작될 즈음, 우리 나라 언론은 완전하지 않은 백신 접종의 부작용에 대해서 엄청나게 보도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앞선 몇 개 국가들이 앞다퉈 백신을 맞을 때에도 우리 나라는 서두르지 않고 먼저 접종하는 국가들의 사례들을 본 후에 접종을 해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을 폈지요. 아마도 이런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이 초기에 우리도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이유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 기억에 이런 이유..

쥐똥나무 꽃 향기

혹시 쥐똥나무를 아시나요? 제가 근무하는 기숙사 건물 주변.. 어디선가 아카시아꽃 향기 보다 더 진한 향기가 나길래 두리번 두리번 둘러봤더니, 평소 전혀 꽃이 필 것 같지도 않은 울타리 용으로 심어 놓은 나무에 조그만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더군요. 코를 벌름거리며 다가갔더니 정말 매혹적인 향기가 발산이 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향수병을 쏟아 놓은 듯한 향기라고나 할까요. 은은히 묻어나는 향기에 취해 한참 코를 갖다 대고 넋 나간 사람처럼 맡았습니다. 쥐똥나무꽃...꽃이 지고 나면 쥐똥처럼 생긴 까만 열매가 달린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듯 한데, 향기에 비해 이름이 조금 아무렇게나 붙인 듯 해서 약간 속상하긴 하지만 향기 하나만큼은 일품입니다. 혹시 여러분이 사는 곳에는 없는지 지금 밖에 나가서한번 둘러보세..

주절 주절 넋두리하며.....

어젯 밤부터, 미국에서 들려오는 아슬 아슬한 상원의원 보궐선거 개표 상황, 그리고 오늘 아침에 들려 온 시위대의 의사당 점거 뉴스 등은 생각을 참으로 많이 하게 만듭니다. 트럼프는 어릴 때부터 지는 걸 엄청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선거에서도 현직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두번째 임기를 할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미국 최초로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이 있는데도 재선에 실패한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 되었지요. 그 사실에 아마도 자기 자신도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끝까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저런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더 추해진다는 사실을, 그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사전에는 '진다는 단어'가 없으니 말입니다. 참 안타까운거죠.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

작은 결혼식 - 코로나 시대가 준 절호의 기회

오늘 페이스북에 2년 전에 있었던 홍민이 결혼식을 마치고 올렸던 글을 다시 보여주더군요. 그 글을 다시 읽으며 그 때 그 결단을 참 잘했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게 됩니다. 내 자녀들을 결혼시킬 때는 꼭 '작은 결혼식'으로 하고 싶다는 평소의 소원대로 사돈 집에서도 또 결혼을 하는 당사자인 아들과 며느리도 흔쾌히 동의해 줘서 친지들과 최소한의 지인들만 초청하여 치른 결혼식이었지요.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퍼지면서 계획해 놓은 결혼식을 연기해야 하나 취소해야 하나 큰 고민이라고 하는 분들을 만나면 자신있게 말합니다. '뭘 걱정하느냐,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를 명분이 얼마나 좋으냐..어중이 떠중이 다 부를 이유가 뭐냐. 작은 결혼식 너무 좋더라' 그동안 결혼식 부조금으로 냈던 것을 회수(?)해야 하는 중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