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429

연남동 시대를 마감하고 은평 뉴타운으로

서울 은평구 연서로 44길 55, 폭포동 힐스테이트 427동. 정년하는 마지막 달인 8월 한 달은 이곳에서 출근해야하는, 새로운 주소입니다. 지난 주말엔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큰 결정 두 가지를 했습니다. 26년을 살았던 집 매각하는 계약을 토요일 오후에 하고, 새로 옮길 집을 정해서 가계약금까지 보내는 중대한 결정은 그 다음 날인 어제 했습니다. 마치 배드민턴 치듯이 술술 마무리지었다고나 할까요. 은평 뉴타운 폭포동에 있는 52평 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결정, 5월5일 오후에 계약하기로 하고 어제 가계약금 천만원을 주고 왔습니다. 달라는 금액에서 꽤 큰 금액을 내려 달라고 했는데도 서로 극적으로 합의가 되었지요. 아파트 가격이 대세 하락인 현싯점에서 조금 더 기다리면 아파트 가격은 어느 정도 더 내려..

집이 다 타 버린 간밤의 생생한 꿈

간밤에 화재가 나서 집이 다 타버리는 꿈을 너무도 생생하게 꾸다가 알람이 울리는 바람에 깼습니다. 잠에서 깬 후에도 너무도 뚜렷이 기억이 나서 한 장면 한 장면이 멀리 강원도 울진에서 망연자실한 일을 당한 분들의 마음이 오롯이 그대로 전달되어져 오는 듯했습니다. 하얗게 타고 남은 집더미 안에서 두 누이가 자다가 그대로 타 죽은 장면도 봤는데, 그 슬픔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고, 주변 큰 산을 시커멓게 거을리고 모조리 삼켜버린 화재의 규모에 놀란 것만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슬픔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저걸 어떻게 복구해야 할까 걱정이 앞선 걸 보면 저라는 사람은 참으로 인정머리도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놀란 가슴을 쓰다듬으며 아침 묵상 시간에 펼쳐 든 성경 말씀이 로마서 8장 26절. '우리가 빌..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21년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금방 종식될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만 2년이 계속되면서 더욱 수고가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제게는 넘치는 행복이었고 한량없이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내년은 저에게 있어서 중요한 해이기도 합니다. 33년을 근무한 직장을 떠나는 정년퇴직일이 8월 31일입니다. 그래서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는 이즈음이 남다르다고나 할까요. 2년 전, 환갑을 맞는 동창 친구들과 같이 해외여행을 가자고 그 3년 이전부터 적금을 들어 여행 경비를 마련했지만 환갑이 되는 해 초, 막상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 돈을 다 나눠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다..

백신 2차 접종 완료

어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무사히 2차 접종을 했습니다. 예약된 시간에 가서 대기하고, 또 의사 진찰 후에 주사를 맞은 후 15분 내지 20분을 대기하다가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없으면 귀가하는데 그 많은 대기 시간중에 이런 저런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백신이 승인되어 접종이 시작될 즈음, 우리 나라 언론은 완전하지 않은 백신 접종의 부작용에 대해서 엄청나게 보도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앞선 몇 개 국가들이 앞다퉈 백신을 맞을 때에도 우리 나라는 서두르지 않고 먼저 접종하는 국가들의 사례들을 본 후에 접종을 해도 늦지 않다는 신중론을 폈지요. 아마도 이런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이 초기에 우리도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이유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 기억에 이런 이유..

쥐똥나무 꽃 향기

혹시 쥐똥나무를 아시나요? 제가 근무하는 기숙사 건물 주변.. 어디선가 아카시아꽃 향기 보다 더 진한 향기가 나길래 두리번 두리번 둘러봤더니, 평소 전혀 꽃이 필 것 같지도 않은 울타리 용으로 심어 놓은 나무에 조그만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더군요. 코를 벌름거리며 다가갔더니 정말 매혹적인 향기가 발산이 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향수병을 쏟아 놓은 듯한 향기라고나 할까요. 은은히 묻어나는 향기에 취해 한참 코를 갖다 대고 넋 나간 사람처럼 맡았습니다. 쥐똥나무꽃...꽃이 지고 나면 쥐똥처럼 생긴 까만 열매가 달린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듯 한데, 향기에 비해 이름이 조금 아무렇게나 붙인 듯 해서 약간 속상하긴 하지만 향기 하나만큼은 일품입니다. 혹시 여러분이 사는 곳에는 없는지 지금 밖에 나가서한번 둘러보세..

주절 주절 넋두리하며.....

어젯 밤부터, 미국에서 들려오는 아슬 아슬한 상원의원 보궐선거 개표 상황, 그리고 오늘 아침에 들려 온 시위대의 의사당 점거 뉴스 등은 생각을 참으로 많이 하게 만듭니다. 트럼프는 어릴 때부터 지는 걸 엄청 싫어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선거에서도 현직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두번째 임기를 할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미국 최초로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이 있는데도 재선에 실패한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 되었지요. 그 사실에 아마도 자기 자신도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끝까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저런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더 추해진다는 사실을, 그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사전에는 '진다는 단어'가 없으니 말입니다. 참 안타까운거죠.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

작은 결혼식 - 코로나 시대가 준 절호의 기회

오늘 페이스북에 2년 전에 있었던 홍민이 결혼식을 마치고 올렸던 글을 다시 보여주더군요. 그 글을 다시 읽으며 그 때 그 결단을 참 잘했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게 됩니다. 내 자녀들을 결혼시킬 때는 꼭 '작은 결혼식'으로 하고 싶다는 평소의 소원대로 사돈 집에서도 또 결혼을 하는 당사자인 아들과 며느리도 흔쾌히 동의해 줘서 친지들과 최소한의 지인들만 초청하여 치른 결혼식이었지요.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크게 퍼지면서 계획해 놓은 결혼식을 연기해야 하나 취소해야 하나 큰 고민이라고 하는 분들을 만나면 자신있게 말합니다. '뭘 걱정하느냐,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를 명분이 얼마나 좋으냐..어중이 떠중이 다 부를 이유가 뭐냐. 작은 결혼식 너무 좋더라' 그동안 결혼식 부조금으로 냈던 것을 회수(?)해야 하는 중차대..

'연남동 시대'를 마감할 때가 된 듯

페이스북에 '2013년 오늘' 내가 쓴 글이라고 올려 준 글을 다시 읽으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인 '연남동'을 생각해 봅니다. 1996년, 연희동에서 연남동으로 이사올 때만 해도 철길을 지나는 화물열차가 지나갈 때면 지진이라도 난 듯 온 동네가 흔들리고 좁은 골목길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 후진(?) 동네였습니다. 그 후, 용산역과 수색역 구간 철길이 폐쇄되고 그 구간으로 경의중앙선이, 그리고 공항철도 강북 구간 지하화 등이 확정되면서 연남동은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서울의 명소 동네가 되었습니다. 펜스로 가리워진 채 건설 공사 기간이 제 기억으로 거의 7, 8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기간 좀 불편했지만 공항 철도가 정식 개통되고 또 지상의 공원이 근사하게 꾸며진 후에는 그간의 불편을 톡톡히 보상 받은..

고향 성주를 다녀왔습니다(2)

"海闊魚龍睡晴天鴻鴈高 波聲生鐵甲月色滿弓刀" - 明庵公詩 (넓고 넓은 바다에 바닷고기들이 잠들고 푸른 하늘에 기러기 높이 날며/ 철갑선에 부딪혀 파도 소리 들리고 고요한 달빛은 활과 칼에 비치는구나) 지난 주말에 있었던 마을 행사에 이당 선생께서 우리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시와 글들 중에서 몇 개를 골라 멋드러지게 글씨를 쓰고 또 족자까지 만들어 기증을 하는, 소위 '재능기부'를 했습니다. 서울에서 함께 내려가면서, 이번에 쓴 할아버지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해 주는데, 그 해석을 들으면서 가슴이 뛰는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전쟁에서 장수로 활약하면서, 틈틈이 시도 짓고 또 나라 걱정도 했던 멋쟁이 장수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기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교과서에서 읽었던 유명한 ..

고향 성주를 다녀왔습니다(1)

지난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고향을 잘 다녀왔습니다. 2주 전 고향을 가기로 결정한 후 여러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치 초등학교 학생이 소풍날을 손꼽아 기다리듯 말입니다. 처음, 고향 마을에서 의병 3대를 배출한 마을을 기리는 조촐한 행사로 '의병기림예술제'를 개최한다고 해서 그저 그런가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행사 쯤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구체적으로 행사를 위해서 만장을 협찬할 종친이 있으면 해 달라는 문자가 올라오는 걸 보고, 비록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걸 통해서 동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만장을 만드는 비용은 내가 하겠노라고 답신을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나도 작은 힘을 보탤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동네 배드민턴 동호회 유감

몇 년 전부터 동네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주말에는 그곳에서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습니다. 10대 학창시절부터 거의 50대 초반이 다 되도록, 동네의 작은 교회를 중심으로 톱니 쳇바퀴 도는 생활만 하느라 믿지 않는 동네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던게 사실인데, 내가 살았던 아파트가 헐리고 그 자리에 들어선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믿지 않는 동네 주민들이다 보니 교인이 아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제게는 새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회지에 살지만 이제는 다양한 생활 체육 운동이 활성화 되면서 꼭 교회 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조기 축구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