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422

'연남동 시대'를 마감할 때가 된 듯

페이스북에 '2013년 오늘' 내가 쓴 글이라고 올려 준 글을 다시 읽으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인 '연남동'을 생각해 봅니다. 1996년, 연희동에서 연남동으로 이사올 때만 해도 철길을 지나는 화물열차가 지나갈 때면 지진이라도 난 듯 온 동네가 흔들리고 좁은 골목길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 후진(?) 동네였습니다. 그 후, 용산역과 수색역 구간 철길이 폐쇄되고 그 구간으로 경의중앙선이, 그리고 공항철도 강북 구간 지하화 등이 확정되면서 연남동은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서울의 명소 동네가 되었습니다. 펜스로 가리워진 채 건설 공사 기간이 제 기억으로 거의 7, 8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기간 좀 불편했지만 공항 철도가 정식 개통되고 또 지상의 공원이 근사하게 꾸며진 후에는 그간의 불편을 톡톡히 보상 받은..

고향 성주를 다녀왔습니다(2)

"海闊魚龍睡晴天鴻鴈高 波聲生鐵甲月色滿弓刀" - 明庵公詩 (넓고 넓은 바다에 바닷고기들이 잠들고 푸른 하늘에 기러기 높이 날며/ 철갑선에 부딪혀 파도 소리 들리고 고요한 달빛은 활과 칼에 비치는구나) 지난 주말에 있었던 마을 행사에 이당 선생께서 우리 할아버지께서 남기신 시와 글들 중에서 몇 개를 골라 멋드러지게 글씨를 쓰고 또 족자까지 만들어 기증을 하는, 소위 '재능기부'를 했습니다. 서울에서 함께 내려가면서, 이번에 쓴 할아버지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해 주는데, 그 해석을 들으면서 가슴이 뛰는 경험을 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전쟁에서 장수로 활약하면서, 틈틈이 시도 짓고 또 나라 걱정도 했던 멋쟁이 장수의 모습을 재발견하는 기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교과서에서 읽었던 유명한 ..

고향 성주를 다녀왔습니다(1)

지난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고향을 잘 다녀왔습니다. 2주 전 고향을 가기로 결정한 후 여러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치 초등학교 학생이 소풍날을 손꼽아 기다리듯 말입니다. 처음, 고향 마을에서 의병 3대를 배출한 마을을 기리는 조촐한 행사로 '의병기림예술제'를 개최한다고 해서 그저 그런가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행사 쯤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구체적으로 행사를 위해서 만장을 협찬할 종친이 있으면 해 달라는 문자가 올라오는 걸 보고, 비록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걸 통해서 동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만장을 만드는 비용은 내가 하겠노라고 답신을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나도 작은 힘을 보탤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동네 배드민턴 동호회 유감

몇 년 전부터 동네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주말에는 그곳에서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습니다. 10대 학창시절부터 거의 50대 초반이 다 되도록, 동네의 작은 교회를 중심으로 톱니 쳇바퀴 도는 생활만 하느라 믿지 않는 동네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던게 사실인데, 내가 살았던 아파트가 헐리고 그 자리에 들어선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믿지 않는 동네 주민들이다 보니 교인이 아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제게는 새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회지에 살지만 이제는 다양한 생활 체육 운동이 활성화 되면서 꼭 교회 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조기 축구회나 ..

'석전(碩田)'이라는 새로운 호(號)

"Now the LORD God had formed out of the ground all the beasts of the field and all the birds of the air. He brought them to the man to see what he would name them; and whatever the man called each living creature, that was its name. So the man gave names to all the livestock, the birds of the air and all the beasts of the field."(Genesis 2:19~20)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무엇이라고 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