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3 축구 챔피언십 우승.
당연 오늘 하루종일 스포츠 뉴스의 Top을 차지할 만한 뉴스거리였습니다. 그러나 '우승' 자체에만 촛점을 맞추기보다 '그 우승의 의미와 평가'를 부각시키는 기사가 단연 눈에 띄였습니다.
사실, 이번에 우승한 대한민국 팀을 조련한 김학범이라는 감독은 축구계에서는 전형적인 '마이너(비주류)'입니다. 영등포중학교, 강릉농고, 그리고 명지대를 나와 국민은행에 입단했고 1991년 현역에서 물러난 후에는 퇴계로지점에서 대리로 근무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국민은행 실업축구팀의 코치로 자리를 옮겼고, 그 때부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은행 코치 후에 올림픽 대표팀, 성남 일화 코치등을 거쳐 성남 일화 감독, 강원 FC, 성남 FC, 광주 FC 감독 등을 거쳤습니다. 연.고대 출신도 아니고 또 국가대표 선수 경력도, 프로 축구 선수 경력도 없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공부하는 지도자는 젊다. 반대로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공부하지 않는 지도자는 이미 늙은 것이다.'
김학범 감독이 바로 1960년 경자년생이니까 올 해 환갑을 맞은 그가 했던 말입니다.
그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해외 선진 축구를 배우기 위해 쉼 없이 해외를 드나들었습니다. 주먹구구, 그리고 인맥과 줄, 빽으로 팀을 꾸리고 지도하는 한국 축구계의 고질적인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실력과 능력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준비하였습니다.
그러다, 2018년에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이 년령 팀이 당시 아시안 게임을 치르고 있던 중이었는데 김봉길 감독의 무능한 지도력으로 온통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가 중도에 경질되었고 그 후임으로 발탁된 것입니다. 그리고 짧은 기간인데도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언론은 김학범 감독이 발탁한 황의조 선수 때문에 마치 개인적인 인연과 연줄로 뽑은 것처럼, 죽일 듯이 비판하고 손가락질 하면서 막다른 코너로 밀어부쳤지요. 소위 연고대 등 주류 축구계를 등에 업고 기사를 쓰는, 주류 언론 스포츠 기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당당히 우승하였고, 황의조는 득점왕에 대회 MVP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2020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당당히 또 우승을 일궈낸 것입니다.
'매 경기 미팅 때 감독님이 지시한 대로 이뤄졌습니다. 너무도 신기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부각시키려는 언론의 속성상, 유럽 유수 클럽에 입단한 정우영 선수만 띄우려고 하는 언론들의 관행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 대회에서 공격수도 아닌 수비형 미들필더인 원두재 선수가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했던 우승 소감입니다.
이 말은 모든 감독이 선수들에게 듣고 싶어하는 최고의 찬사입니다. 감독의 분석능력, 대처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선수들이 인정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김 학범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선발 멤버를 대거 바꾸면서도 전승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그의 예리한 분석력입니다. 우리에 대해서 잘 알고 상대를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입니다. 물론 운도 따랐습니다. 그러나 운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따르면 실력입니다. 운도 실력이 있고 노력하는 이에게 따르게 마련이니까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는 발로 뛰는 지도자입니다. 주위 말을 믿고 선수를 뽑지 않습니다. 현장으로 가서 클럽에서 뛰는 장면을 분석하고 대표팀으로 불러들려서 직접 확인한 뒤 선발 여부를 결정합니다.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선발 당시 이강인과 백승호를 빼고 황의조를 뽑은 것도 여론이 아니라 자신의 눈과 판단력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한 경기 승패에 따라 감독 목숨이 좌우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 어떻게 인맥, 친분, 여론으로 선수를 뽑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번에 멋진 우승을 일궈낸 선수들은 이런 방식으로 김학범 감독이 발로, 눈으로 직접 발굴한 보석의 원석들임에 분명합니다.
이동경, 이동준, 오세훈, 김대원, 원두재, 김진야, 조규성, 송범근, 정태욱, 이상민, 강윤성, 정승원, 맹성웅, 김동현, 엄원상, 정우영, 김진규, 김재우, 김태현, 이유현, 윤종규, 안준수, 안찬기
다시한번 그들 모두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 석전(碩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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