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壬寅年 마지막 보름달

석전碩田,제임스 2023. 1. 8. 19:24

심이를 데리고 조금 전에 산책을 하러 밖에 나갔더니, 북한산 향로봉 위에 보름달이 둥그렇게 떠 오르고 있더군요.(음력으로 임인년 마지막 보름날(12월15일)이 어제였음) 그러니까 임인년 마지막 보름달인 셈입니다. 양력으로 1월 1일을 맞아 지난 한 주간 열심히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아직까지 '계묘년(癸卯年) 새해'는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년(壬寅年) 마지막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라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계묘는 무슨 계묘, 아직도 임인이야!'라고 말입니다.


달이 완전히 이지러지는 날이 섣달 그믐, 즉 까치 설날(1월21일)이 되겠고 그 다음 날이 진짜 '계묘년 첫 날'인 '설날(1월22일)'이 되는 것입니다. 저 마지막 보름달이 그믐 달이 되었다가 다시 차오르게 되면 그것이 '정월 대보름달(2월5일)'이 되겠지요.

, 여담이지만, 생일이 음력 2월 초 엿새인 저는 계묘년에는 두 번의 생일을 맞이 할 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음력 2월이 윤달로 한 번 더 들어서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월 초 엿새는 2월 25일(평년의 생일)과 3월 27일(윤년의 생일)에 두 번입니다. ㅎㅎ

나 지금이나 보름달만 보면 저는 어릴 적, 정월 대보름날 마을 뒷산에 온 마을 사람들이 올라 달 불을 놓고, 그 연기 사이로 대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던 그 때 추억을 소환해내곤 합니다. 매년 누구보다도 먼저 달을 봤던 큰 누나는 아마도 부잣집으로 시집을 갈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 것도 보름달과 관련된 저만의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늘 산책하면서, 북한산 위의 커다란 보름달을 보고 그 추억이 소환되어, 어김없이 강화에 있는 큰 누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밖에 나가서 하늘을 한번 올려다 봐'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어쩌면 어쩌면 똑같을까요. '응 그래, 이미 봤어! 진짜 대단하지?'

에 나가, 임인년 마지막 보름달을 한번 올려다 보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세요? 그리고 혹시 액운이나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면 그 달을 보며 저 멀리 날려 보내는 기도도 한번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 석전(碩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