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홍대 교정을 와 본 사람들은 대운동장이 온통 공사장으로 변해버린, 공사판 교정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도대체 무슨 공사를 하는거에요?'
근데, 이 질문에 정확하게 답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수 년 동안 학교에 재직했던 사람들 조차도 제대로 답하는 사람을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홍익대학교 아트 디자인 밸리]라는 그럴듯한 명칭이 붙은 이 공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쯤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확실한 의사 결정이 되지 않고 지지부진 논의만 계속되다가 결국 아까운 세월을 다 놓치고 작년에야 비로소 착공이 되었습니다. 공사 내용은, 정문빌딩(홍문관)에서부터 시작하여, 체육관 건물, 그리고 옛 초등학교 건물 등을 이어주는 운동장 아래 좁다란 골목길을 디자인 아트 숍(Shop)으로 개발하여, 예술이 강점인 홍대의 특성을 극대화하자는 기본 취지에서 논의가 출발되었습니다. 죽어 있는 운동장 축대 아래 골목길을 양성화하여, '홍대앞'이라는 문화코드가 된 상권을 확보하여, 몇 마리의 토끼를 잡아보겠다는 계획이었지요.
그런데, 결정이 늦어지며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홍대앞 상권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소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불어닥치면서 홍대앞은 벌써부터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핵심 지역의 빌딩들이 공실이 되어 '임대'라고 씌여진 현수막을 내걸고 있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은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지난 2년 간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현상은 더욱 빨라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마당에, 앞으로 적어도 2년 정도의 공사기간을 끝내고, 상가 숍을 대량 건설하여 임대시장에 내놓는다고 장사가 될까요. 글쎄요. 조금 회의적입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논의할 당시라면 모를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변했는데 말입니다.
사진은 완성이 되고 나면, 학교 바깥 즉 지금의 좁은 골목길에서 바라 본 상가의 모습을 표현한 조감도입니다. 저런 모습의 상가가 2층 높이로 정문에서부터 제 2기숙사가 있는 건물까지 이어지고, 지하에도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가 이어진다고 해서 '밸리(Valley)'가 되는 것인데, 텅빈 황량한 '공실(空室) 밸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정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입장에서 이런 걱정을 하는 것도 무의미하겠지만, 34년을 봉직한 '학교'가 잘 나가고 있다는 얘기를 퇴직한 후에도 듣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 석전(碩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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