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생각
- 최순애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 잡지 <어린이>(1925년 11월호)
* 감상 : 최순애. 1914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1936년 6월, 아동문학가 이원수와 결혼하여 슬하에 3남 3녀를 두었으며, 1998년 향년 84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오늘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의미 있는 날들이 이어지는 5월을 맞아 특별한 동시 한 편을 골라 보았습니다. 이 동시는 1925년 <어린이> 잡지 11월호에 실렸고, 이후 작곡가 박태준이 곡을 붙이며 널리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시는 일본에 유학을 다녀온 오빠 최영주가 어린이 계몽 운동을 위해 서울로 떠나자,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쓴 작품으로 전해집니다. 놀라운 것은 이 시를 쓸 당시 최순애의 나이가 불과 열두 살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새소리와 계절의 변화 속에 녹아든 기다림과 그리움의 정서는 매우 깊고 섬세합니다. 특히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라는 마지막 구절은 어린아이의 시선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잔잔한 쓸쓸함을 남깁니다.
오빠 최영주는 배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으로 유학을 갔으나, 관동대지진과 한국인 학살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수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동아일보 수원지국 기자로 활동하며 윤석중, 방정환 등과 함께 색동회 동인으로 참여했고, 개벽사에 입사하여 <어린이>, <신여성>, <학생> 등의 잡지 편집을 맡았습니다. 또한 소파 방정환 선생 기념 사업에도 깊이 관여하며 아동문화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다만 그는 이후 <신시대> 주간으로 활동하면서 일제의 정책을 옹호하는 글을 기고한 이력으로 인해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 있기도 합니다. 해방을 불과 몇 달 앞둔 1945년 1월, 그는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끝내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한편, ‘오빠 생각’과 관련해 오빠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돌아오지 못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떠돌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과장된 해석으로 보입니다. 당시 잡지 편집까지 맡고 있던 최영주가 여동생의 작품을 몰랐을 리 없고, 훗날 이원수와의 결혼을 성사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즈음 5월이면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동요가 있습니다. 바로 이원수가 시를 쓰고 홍난파가 곡을 붙인 ‘고향의 봄’입니다. 이 작품은 ‘오빠 생각’이 실린 이듬해인 1926년 <어린이> 잡지에 발표되었으며, 당시 이원수의 나이는 열다섯이었습니다.
고향의 봄
- 이원수
1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2
꽃 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잡지 <어린이>(1926년 4월호)
‘고향의 봄’은 ‘오빠 생각’과 닮은 듯 다른 정서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빠 생각’이 한 사람을 향한 기다림과 그리움을 담고 있다면, ‘고향의 봄’은 유년의 시간과 잃어버린 고향을 향한 따뜻한 회상을 그려냅니다. 그래서 한 작품은 쓸쓸한 기다림으로, 다른 한 작품은 포근한 그리움으로 서로를 비추는 듯합니다.
이 동시가 계기가 되어 두 사람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고향의 봄’에 감동한 최순애가 먼저 편지를 보내며 시작된 인연은 7년 동안 이어졌고, 두 사람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결혼을 약속하게 됩니다. 수원역에서 만나기로 한 날, 최순애는 나와 있었지만 이원수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큰 실망과 오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년 뒤, 이원수가 최순애의 집을 찾아와 그동안의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당시 그는 독서회 활동과 관련해 일제에 체포되어 감옥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며 오해는 풀렸고, 두 사람은 마침내 1936년 6월, 양가의 축복 속에 결혼하게 됩니다.
동요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은 이렇게 한 시대를 살아간 두 사람의 삶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입니다. 개인의 그리움에서 시작된 시는 노래가 되어 세대를 넘어 전해졌고, 지금까지도 5월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우리의 기억이 되었습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계절의 여왕답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 속에서, 두 편의 시와 노래가 전하는 따뜻한 그리움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작은 위안과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 석전(碩田)
오빠 생각
고향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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