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 유강희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 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 먼 하늘에서 흰 귀때기들이 소의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 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 - 시집 (문학동네, 2005) * 감상 : 유강희 시인. 1968년 전북 완주군 구이면에서 태어났습니다.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그의 나이 19세일 때,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신춘문예 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