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몽(春夢) - 오탁번 아내와 함께 스포티지 몰고 홍쌍리 매화마을로 매화구경을 갔다 한창 피어나던 매화는 꽃샘추위에 엇, 추워! 하면서 올스톱, 피다만 매화만 싱겁게 구경하고 내친김에 핸들을 꺾었다 장흥에서 제주 성산포행 카페리를 탔다 사람은 3만8천원, 자동차는 6만8천원 넘실대는 푸른 봄바다는 공짜! 이중섭의 아내같이 생긴 수선화도 추사의 족제비붓 같은 솔잎도 재재재재 춥다 한라산 산록을 재는 측량기사인듯 몇 번이고 돌고 돌았다 흑석영(黑石英)처럼 빛나는 까마귀떼와 눈 쌓인 한라산이 부운(浮雲)처럼 다 하릴없다 이틀을 묵고 떠나는 날 아침 조천 바닷가에 있는 조붓한 '시인의 집'에 차 마시러 갔다 손세실리아 시인이 꼭 어느 낭만 시인의 아내인듯 사는 곳 방명록에 한 줄 쓰라는 말에 나는 붓펜으로 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