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시가 있는 아침 - 강동수

석전碩田,제임스 2022. 11. 9. 06:57

시가 있는 아침

- 강동수

문틈에 배달되는 조간신문이
날마다 시 한 편을 달고 온다
주석이 달린 처음 만나는 아침의 언어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왜 시 한 편을 건질 수 없었는지
언어의 사유에 감동하고
나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을 스쳐 지나듯
증권소식과 지구 반대편 전쟁소식들을
뒤판으로 넘기며
아침이 바삐 지나간다

전쟁과 평화 그 사이에 시가 있다
날마다 시 한 편을 달고 오는 사이
전쟁으로 몇몇은 죽고
누군가는
시 한 편을 쓰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 일도 없는 듯

- 시집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시와소금, 2018)

* 감상 : 강동수 시인.

강원 삼척 출생. 2002년 <두타문학>으로 시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2008년 계간지 <시와산문>을 통해 등단하였습니다. 2009년 제19회 대한민국장애인 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습니다. 2010년 시 ‘감자의 이력’으로 제14회 구상솟대문학상 대상 수상하였으며, 2014년에는 국민일보 신춘문예 신앙시 공모에 당선되었습니다. 시집으로 <누란으로 가는 길>(시와산문사, 2015), <기억의 유적지>(시와산문사, 2016),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시와소금, 2018) 등이 있으며 강원도 삼척에서 정라진문화예술촌 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사고로 왼쪽 팔을 다쳤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으로 살았지만 평생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낼 정도였는데, 정작 2009년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장애인’이라는 호칭을 수없이 듣다보니 그제야 자신이 장애인임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아이러니한 고백을 했습니다. 당시 수상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굳이 ‘장애인문학상’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고 평범한 한 시인의 작품으로 읽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26년 경력의 전문 사진작가로 삼척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사진작가의 눈이 시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갖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그는 ‘사진기로 바라 본 세상을 시로 노래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그저 시가 좋아서 오래전부터 사람과 인생을 노래하고 있는 ‘생활 속의 시인’입니다.

즘은 일간 신문마다 시를 소개하는 코너를 고정적으로 마련하여 정기적으로 어렵지 않게 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저 시를 달랑 싣는 신문이 있는가 하면 짧은 시 감상이 덧붙여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인은 이런 상황을 ‘날마다 시 한 편을 달고 온다’고, 또 짧은 해설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주석이 달린 처음 만나는 아침의 언어’라고 재미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주석을 읽으면, 나도 그런 해설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고 또 같은 생각인데 난 왜 해설은 고사하고 한 편의 시도 건져 올릴 수 없을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바쁜 아침 시간에 읽어야 하는 신문의 다른 기사가 있는 면으로 재빨리 넘어가면 증권 소식과 지구 반대편의 전쟁 소식 등이 기다리고 있어 이래저래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아침 시간은 바쁘다고 노래합니다.

간신문의 한 면에 실려 있는 시가 전쟁 소식과 평화를 전하는 소식 가운데 배치되어 있듯, 시인은 ‘시’라는 존재도 일상의 삶에서 그와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시적 은유’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시가 무슨 특별한 사람만이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며 또 ‘시인’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진 사람들만이 쓸 수 있는 전유물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듯 / 아무 일도 없는 듯’ 읽고 느낄 수 있으면 그만인데 말입니다. ‘전쟁과 평화 그 사이에 시가 있다 / 날마다 시 한 편을 달고 오는 사이 / 전쟁으로 몇몇은 죽고 / 누군가는 / 시 한 편을 쓰고 있다’는 두 행이 대비가 되어 자칫 밋밋해 질 수 있는 시에 긴장감을 줍니다.

는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아침에 읽는 한 편의 시’라는 제목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시 한 편을 감상하고 그것을 나누고 있는 우리를 시인이 예리한 시선으로 꿰뚫어 보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시 감상문을 어줍잖게 길게 쓰고 있는 함량 미달의 글이 시인의 말처럼 ‘주석(註釋)’이 되어서, 고리타분한 꼰대 역할을 하는 건 아닌가 염려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러나 일주일에 한 번 ‘시 한 편을 달고 오는’ 이 SNS의 소통이 언제까지 계속 될는 지 저 자신도 모르겠지만 힘 닿는 데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시인이 표현한 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아무 일도 없는 듯’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다 공감하고 있는 것을, 괜히 '주석'이나 '해석'을 한답시고 길게 사족을 달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도 새삼 하게되는 아침입니다. - 석전(碩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