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명함 - 손세실리아

석전碩田,제임스 2022. 11. 23. 06:34

명함

- 손 세실리아

묵은 명함을 수북이 늘어놓고 정리하던 제주도 '각' 출판사 박경훈 대표가 마침 민예총 소식지 교정 보러 나온 김수열 시인에게 뜬금없이 내 안부를 묻더란다 시 쓰는 놈치고 제대로 된 명함 가지고 다니는 걸 아직 한 번도 못 봤다고, 남의 명함 얻어서 뒷면에 연락처 휘갈겨 쓰는 인간들은 십중팔구 시인이더라고, 그 말 끝에 안부를 묻는 걸로 미루어 모르긴 몰라도 누군가의 명함 뒷면에 민폐를 끼친 사람 중에 너도 포함된 모양이더라고 전언하신다 그러고 보니 여태껏 번듯한 명함 한 장 가져본 기억이 없다 깎이고 접힌 곳까지 평평히 펴놓고 사방팔방 둘러봐도 가로 9센티 세로 5센티로 된 직사각 방 한 칸 단장하고 채워넣을 속세의 세간 전무하다 날은 차디찬데 마른 장작에 불붙여 조개탄 올려놓을 무쇠화로 하나 없이 마흔을 맞다니

- 시집 <기차를 놓치다>(도서출판 애지, 2006)

* 감상 : 손세실리아 시인. 1963년 2월13일,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으며, 2001년 문예지 <사람의 문학>,<창작과 비평> 등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기차를 놓치다>(애지, 2015), <꿈결에 시를 베다>(실천문학사, 2017)가 있으며, 자서전적인 산문집 <그대라는 문장>(삶이 보이는 창, 2011), <섬에서 부르는 노래>(강, 2021년 12월)가 있습니다.

주도에서 아침을 맞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주에 올 때마다 읽게 되는 손 세실리아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년을 하고 난 후 전직 회장 자격(고문)으로 참석하는 행사이다보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그리고 지난 학기와는 달리 만나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기 위해 선뜻 내밀 명함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면서 오늘 감상하는 세실리아 시인의 이 시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번듯한 명함을 가질 일 없는 처지이다보니 마흔을 맞으면서 시인이 가졌던 '그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됩니다.

제, 출발하면서 김포 공항에서 손 세실리아 시인이 운영하는 북 카페 '시인의 집'을 소개하는 따끈한 최근 기사(https://v.daum.net/v/20221119070028286)를 읽으면서 이번 제주에 머무는 동안 꼭 들러 '남의 명함 얻어서 뒷면에 연락처 휘갈겨' 써야 하는 '인간'끼리 오랜만에 안부도 주고 받고 또 저자 친필이 있는 책 몇 권도 구입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새 월드컵 축구 경기 보느라 잠을 설쳤지만 희미하게 밝아오는, 비 온 뒤 맑게 갠 제주 앞 바다가 참 고운 아침입니다. - 석전(碩田)

 

윤후 먹방 뒤 대박...줄서야 먹던 피자 접고 시집판다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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