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는 누이에게 - 김용덕 잘 살아라 누이야 가난한 집안의 셋째로 태어나 어릿광대 막내에게 밥 한술까지 빼앗기던 착하게만 살아 온 스물넷 누이야 잘 살아라 잘 살아라 원수처럼 가난하던 그해 겨울로 가면 정말로 중학교는 가고 싶어요 어머니 하얀 옷의 간호원이 되겠다던 열네 살 소녀의 은빛 꿈이 기름과자처럼 부서지고 송화 날리는 봄이 오기도 전에 너는 마을 앞 싸구려 과자 공장 저녁이면 기름 범벅 몸빼로 돌아왔지 군것질할 돈이 없었으므로 네가 집어 오는 기름과자가 기다려져 코흘리개 나는 학교가 끝나면 일찍이도 집으로 내 달렸다 남들 다 가던 중학교도 못 나와 공장으로 십년 기름때로 거칠어진 네 손을 누이야 부끄러워 말아라 돈 많아 대학 나온 귀한 집 딸내미들 메니큐어로 고운 손톱은 노동으로 굵어 온 네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