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후박나무- 강민숙미안하다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살아온 내가 미안하다너의 이름을 몰라그저 나무라고만 부르고 다녔던내가 미안하다학교에 가서네가 후박나무라는 걸 알았을 때너를 호박나무라 부르며마구 놀려먹었던 것이 미안하다동네 사람들이뜨락에 후박나무 심어져 있다고 하여어머니를 후박 댁이라고 부를 때나무를 베어 버리자고억지투정을 부려 미안하다후박이 얼마나 좋은 이름이고후박나무가 나무 중에나무인 줄도 모르고껍질 벗겨 엿 만든다고발로 툭툭 차고 다닌 내가 미안하다변산 마실 길 오르다후박나무 군락을 이룬 너희들 앞에서미안하다고 말 할 적에너는 바람결에괜찮아, 괜찮아괜찮다는 그 말만 들려주었지- 시집, (실천문학사, 2021. 9)* 감상 : 강민숙 시인.1962년 전북 부안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숭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