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는 발굽 - 정병근 고향에 가면 피에 겨운 어린 내가 있고 고향에 갔다 오면 나는 백 년 늙는다네 어째서 골목은 작아지는 일에만 몰두했는가 고향에 갔네 고향은 다 끝난 자세로 죽은 혈족들처럼 무뚝뚝하고 무엇이 지나갔는가 사나운 사내가 어깨를 치고 가는 거리에서 무슨 간판을 두리번거리는 나는 아무리 가도 때늦은 사람 부르는 목소리 하나도 없이 바삐 바삐 올라오는 나는 서울이라는 발굽을 가진 사람 가지 않고 올라오기만 하는 사람 영 글러먹은 사람 * 감상 : 정병근 시인. 1962년 경북 경주에서 출생하였습니다.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8년 계간 신인상을 통해 등단하였습니다. 2001년 에 ‘옻나무’外 9 편의 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등단한 지 14년 만인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