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652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6 - 김용락

조탑동에서 주워들은 시 같지 않은 시 6    - 김용락     가만히 생각해보니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반달]의 윤석중 옹이 여든의 노구를 이끌고 새싹문학상을 주시겠다고 안동 조탑리 권정생 선생 댁을 방문했다 수녀님 몇 분과 함께, 두 평 좁은 방 안에서 상패와 상금을 권 선생께 전달하셨다 상패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권 선생님 왈   "아이고 선생님요, 뭐 하려고 이 먼 데까지 오셨니껴?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한 게 뭐 있다고 이런 상을 만들어 어른들끼리 주고 받니껴?   내사 이 상 안 받을라니더......"   윤석중 선생과 수녀님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가 서울로 되돌아갔다   다음날 이른 오전 안동시 일직면 우체국 소인이 찍힌 소포로 상패..

조사와 싸우다 - 정일근

조사와 싸우다   - 정일근   내 시작의 버릇 하나를 말하자면 시를 퇴고할 때 조사는 추려내는 것 예를 들자면 이렇다, 이 시의 첫 문장 내 시작의 버릇 하나를 말하자면>를 두고도 나는 오랫동안 고민할 것이다 의>라는 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 시작 버릇 하나를 말하자면>로 고치거나 를>이란 조사가 불편하면 내 시작의 버릇 하나 말하자면>으로 고칠 것이다, 그 두 문장을 두고 밀고 당기고 여러 날을 끙끙거릴 것이다 이 버릇은 사실 조사와 싸우는 일 지난 여름에는 시집 한 권을 묶으며 시 속에 별처럼 뿌려진 조사와 싸웠다 은> 는> 이> 가> 을> 를> 을 죽였다 살렸다, 살렸다 죽였다 만나는 조사마다 시비를 걸며 싸웠다 시를 노래하는 것은 하늘의 일이고 시를 다듬는 것은 사람의 일인지라 반복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