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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눈사람 / 민박 - 권대웅

8월의 눈사람       - 권대웅    여름내   해바라기가 머물던 자리   나팔꽃이 피었다 사라진 자리   목이 쉬도록 살아 있다고   매미가 울어대던 자리   그 빈자리   흔적도 없이 태양 아래 녹아버린   8월의 눈사람들     폭염 한낮   밥 먹으러 나와 아스팔트 위를 걷다가   후줄근 흘러내리는 땀에   나도 녹아내리고 있구나   문득 지구가 거대한 눈사람이라는 생각   눈덩이가 뒹굴면서 만들어놓는   빌딩들 저 눈사람들     8월 염천(炎天)   해바라기가 있던 자리   화들짝 나팔꽃이 피던 자리   내가 밥 먹던 자리   돌아보면   그 빈자리     선뜻선뜻, 홀연, 가뭇없이    - 시집,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문학동네, 2003)     * 감상 : 권대웅  시인. ..

동네 배드민턴 동호회 유감

몇 년 전부터 동네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주말에는 그곳에서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습니다. 10대 학창시절부터 거의 50대 초반이 다 되도록, 동네의 작은 교회를 중심으로 톱니 쳇바퀴 도는 생활만 하느라 믿지 않는 동네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던게 사실인데, 내가 살았던 아파트가 헐리고 그 자리에 들어선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믿지 않는 동네 주민들이다 보니 교인이 아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제게는 새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회지에 살지만 이제는 다양한 생활 체육 운동이 활성화 되면서 꼭 교회 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습니다. 조기 축구회나 ..

병상 일기 / 슬픈 날의 일기 - 이해인

병상 일기      - 이해인      아플 땐 누구라도 외로운 섬이 되지    하루 종일 누워 지내면    문득 그리워지는 일상의 바쁜 걸음    무작정 부럽기만 한 이웃의 웃음소리    가벼운 위로의 말은 가벼운 수초처럼 뜰 뿐    마음 깊이 뿌리내리진 못해도    그래도 듣고 싶어지네.    남들 보기엔 별것 아닌 아픔이어도    삶보다는 죽음을 더 가까이 느껴보며    혼자 누워 있는 외딴 섬    무너지진 말아야지    아픔이 주는 쓸쓸함을    홀로 견디며 노래할 수 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삶을 껴안는 너그러움과    겸허한 사랑을 배우리.      -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 (마음산책, 2010년)     * 감상 : 이해인 시인, 수녀.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So I have come down to rescue them from the hand of the Egyptians and to bring them up out of that land into a good and spacious land, a land flowing with milk and honey--the home of the Canaanites, Hittites, Amorites, Perizzites, Hivites and Jebusites."(Exodus 3:8)        "내가 내려가서 그들을 애굽인의 손에서 건져내고 그들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 족속, 헷 족속, 아모리 족속, 브리스 족속, 히위 족속, 여부스 족속의 지방에 데려가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