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61

도둑과 경찰과 이웃

도둑을 맞아 보지 않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도둑을 맞아본 경험이 있으면 도둑 맞은 사람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물건들의 시장 가격에 관계없이 주인에게 귀한 것들이어서 그 심정의 참담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신혼 초에 도둑을 맞았다. 결혼을 기념해서 장만한 정장 한 벌씩과 신부의 겨울 외투가 우리의 전 재산이었다. 둘이 다 직장엘 다녔는데 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그래 둘이 다 막 입는 헌옷을 걸치고 출근을 했다. 그리고 퇴근 후 돌아와 보니 방문도 장문도 활짝 열리고 텅 비어 있었다. 그 순간 정말 가슴이 텅 비어 버리는 것 같았다. 그때는 밖에 널어둔 빨래나 밖에 둔 미역이나 채소 등을 훔쳐가던 때였다. 우리는 전 재산을 잃은 것이었다. 한 해쯤 전인가 선배 한..

인정의 권리

대학 시절 한 교수님의 예가 생각난다. 그 때만해도 자기 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 드문 때였다. 한데 한 사람이 차를 샀다. 운전을 해서 출근을 할 때 옆 집에 사는 미국인을 옆에 태워 주었단다. 그랬더니 보는 사람들은 " 저 사람 미국인 운전사로구나"하더란다. 그래 불쾌해서 차 주인은 미국인을 운전사로 고용했단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사람들이 "저 사람 미국 사람 차 얻어 타고 다니는 구나" 하더라나. 사실이야 어쨌거나 남이 보고 판단하는 데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남들의 견해가 '인정의 권리(the right od recognitiion)'인데 사람은 누구나 인정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선배 교수 한 분이 오래 전 두 대학에서 강의를 했단다. 한 대학은 세칭 일류 대학이고 한 대학은..

분별

때와 장소 또 형편에 따라서 할 일과 안 할 일을 분별해서 바르게 하는 것이 지혜의 한 부분이다. 분별 못하는 자들을 가리켜 '똥 오줌도 못 가린다'고 한다. 그런 어리석은 자를 가리켜 평안도에서는 '띠(똥의 평안도 방언)도 모르고 똥 장사 한다'고도 한다. 사람이 어려서는 재롱둥이여야 한다면 젊은 시절에는 혈기 왕성해서 씩씩해야 한다. 노인이 되어서는 노인 행세를 해야 하는 것이다. 노인이 재롱을 떨거나 젊은이 흉내를 내어선 안 된다. 요샌 모두 젋어 보인다면 좋아들 한다. 노인들도 젊어 보인다면 좋아한다. 스케이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한 번은 스케이트장엘 갔는데 80은 넘었음직한 노인이 빨간 타이츠를 입고 스케이트를 타더란다. 젊어서 좋아하던 운동인지는 몰라도 보기가 싫더란다. 교수 여럿이 함께..

영어를 배운다는 것

언어란 기본적으로 소리체계요, 통사체계요, 의미체계다. 즉 입으로 하는 말이요, 머리로 아는 문법이요, 감정으로 이해하는 뜻이라는 말이다. 이 기본 원칙은 모국어나 외국어에 관계없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그러니까 언어란 입으로 하는 말이지만 그 언어가 가진 규칙에 맞게 쓴 글을 통해서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고 또 상대의 생각을 알아 차리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언어 표현자체가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에 단순한 수단이라고만 할 수 없고 언어를 생각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언어는 그 사람의 사상의 표현이며 나아가 언어가 사람의 사상자체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말을 배운다는 것은 생각을 배우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문, 일본어, 영어 등 많은 외국어를 ..

나의 아버지

나의아버지는 사범대학교를 나와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다. 어릴 적 생각에도 그림을 참 잘 그리셨다. 교과서는 친 필로 쓰시고 삽화도 직접 그려서 쓰시고 하셨다. 식구들 밥 먹는 모습을 연필로 그리면 어찌나 모습들이 똑같은지 모두들 즐거워하곤 하였다. 크레용으로 그린 사람이나 말은 살아있어 곧 말을 하고 뛰어 나갈듯 하였다. 책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쓰셨다고 하는데 전쟁통에 다 잃고 1.4후퇴때 피난지에서 쓰신 시조(時調) 몇 수가 남았을 뿐이다. 아버지는 모태 신앙을 이어 받은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 이어서 기도, 신앙고백의 분위기가 가득한 시조들을 남기신 것 같다. 생전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시조들을 여기 싣는다. 맞춤법은 원문대로 두었다. 오늘도 소리없이 가는비가 나립니다 남의집 영창앞에 소리없이 ..

차포(車包) 떼고

우리는 장기를 둘 때 상대에 따라 상을 떼거나 마, 차, 포 등을 떼고 두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실력이 부족하여 내가 쪽수를 덜 가지고 두겠다는 것이다. 바둑도 상대에 따라 몇 알 먼저 두게 하기도 한다. 오락으로 탁구를 해도 몇 개 접어준다. 이런 경기 방식은 우리나라에나 있는 것일 것이다. 유학시절 대학 수영장에서 수영을 자주 하였다. 사고로 다리 둘 다 무릎위에서 잘린 미국인 학생이 있었다. 이 친구는 다리 성한 친구들과 수영 시합하는 것을 즐겼다. 한데, 뭘 접어주는 게 아니라 그냥 1: 1 경쟁을 하는 거였다. 속도가 썩 빨라 성한 이들은 거의 다 이기곤 하였다. 꼭 한 친구에게 뒤지곤 했는데, 옆에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아쉬워하며 재 경기를 신청하곤 하였다. 그들에게는 ‘차포 떼고’ 없다...

허튼 생각 허튼 소리

나는 갈보(창녀)를 존경한다.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본분을 알고 나름대로의 삶의 목표도 분명히 알고 있다. 또 어떤 면에서는 사회전체를 돕는 일도 감당하고 있다. 가령 전쟁중에 그들이 없었다면 많은 다른 여인들이 희생 됐을 터이다. 또 그들로 말미암아 ‘육신이 너무 강한’ 많은 남성들이 위로를 받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나는 유학시절 미국의 한 도시 작은 한인 교회에서 소위 전쟁신부(war birde)들을 많이 만나 봤다. 그들은 한국 전쟁중에 ‘양부인’으로 미군을 만나 결혼해서 미국에 정착한 이들이다. 그들의 전직은 ‘양갈보’지만 참으로 성실한 가정의 주부로 한 남자의 충실한 아내요, 아이들의 성실한 어머니였다. 또 그 교회에서 충성되게 일하는 여신도들이었다. 누구..

공공의식

아무데서나 시끄럽게 군다거나 쓸데없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공공의식의 부족이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남을 생각하지 않는데서 비롯되는 행위이다. 문화수준이 높은 서구인들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옳은 일을 하면서 남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용기다. 우리는 나 자신의 욕구를 위한 수행이나 이익 추구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것은 극단적 이기주의다. 시간은 공동재산이고 공유하는 생명이다. 시간 지키지 않는 것은 남의 재물, 남의 생명을 경시하고 빼앗아 버리는 행위이다. 내가 늦으면 기다린 상대는 그 만큼의 시간 즉 삶의 기간을 허송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인 교수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가령 교수와 2시 약속을 했으면 2시 15분전에 약속한 교수의 연구..

소음

어려서 나무하러 산엘 가면 너무 조용해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래 메아리를 듣는다고 "야호"하고 무서움을 떨어버리곤 하였다. 요샌 등산인구가 많아져서 서울 근교에는 어느 때 어느 산에나 사람들로 북적댄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데서도 "우야," "야호"하고 고함을 쳐대니 괴롭다. 바로 옆에 사람이 있어도 아랑곳없이 고함을 쳐댄다. 소기 크기가 마치 자신의 신분과 비례된다는 듯 크고 길게 질러 댄다. 자기를 내세우려는 심리적 본능을 미국인들은 'drum major instinct'라고 한다. 고수장(鼓手長) 본능이라고나 할까, 자신을 시위하려는 본능이다. 산에서 남이 있거나 말거나 고함을 쳐대는 자들의 심리는 아마 이런 것이리라. 한국에 처음 온 미국인이 산에 갔다가 여기저기서 질러대는 "야호"..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말은 음성체계이니 만큼 발음이 정확해야 잘하는 말이다. 또 언어의 문법체계에 맞아야 하고 실용적 사용법에도 맞아야 잘하는 말이다. 그러나 잘하는 말에는 무엇보다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진실성만이 설득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Einstein은 상대성 원리와 빛의 속도라는 시간개념을 도입한 공식 E=mc2으로 너무 잘 알려진 과학자이다. 그의 고희 기념으로 Princeton대학에서 모임이 있었다. Nobel상을 수상한 한 연사가 Einstein의 업적을 치하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Einstein의 위대한 업적을 치하할 수 있는 말을 찾지 못하였다. 끝내 그는 그의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경외하는 목소리로 “모든 곳은 여기서 왔습니다.” 라고 한마디 하고는 단상에서 내려왔다. 이 연사의 ‘가장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