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소음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7. 17:17

어려서 나무하러 산엘 가면 너무 조용해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래 메아리를 듣는다고 "야호"하고 무서움을 떨어버리곤 하였다. 요샌 등산인구가 많아져서 서울 근교에는 어느 때 어느 산에나 사람들로 북적댄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데서도 "우야," "야호"하고 고함을 쳐대니 괴롭다. 바로 옆에 사람이 있어도 아랑곳없이 고함을 쳐댄다. 소기 크기가 마치 자신의 신분과 비례된다는 듯 크고 길게 질러 댄다.  

 

자기를 내세우려는 심리적 본능을 미국인들은 'drum major instinct'라고 한다. 고수장(鼓手長) 본능이라고나 할까, 자신을 시위하려는 본능이다. 산에서 남이 있거나 말거나 고함을 쳐대는 자들의 심리는 아마 이런 것이리라. 한국에 처음 온 미국인이 산에 갔다가 여기저기서 질러대는 "야호" 소리를 듣고 한국 산에 웬 인디언이 이리 많으냐고 했단다. 또 그야말로 돼지 목 따는 노래 소리도 들리고 라디오 소리도 크게 들린다. 같이 즐기는 산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다

 

한번은 미국에 오래 산 친구들과 미국의 한 국립공원엘 간 적이 있다. 앉을 자리를 준비하고 점심을 차리고 있는 중에 친구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 10m 쯤 떨어져 준비하는 친구를 무심코 소리쳐 불렀다. 그 친구는 내게로 다가오더니 "어디서 고함을 치니?"하고 나무라서 무안해 한 적이 있다.  

 

시끄러운 곳은 산 뿐이 아니다. 목욕탕, 식당, 화장실, 엘리베이터, 이제는 휴대전화까지 있어서 어디고 조용한 데가 없다.  

 

내가 있는 학교는 교정이 좁은 학교다. 여기에 학생들이 하는 교육방송, 운동장의 풍물패 소리, 공사장 소리 등에 정신이 없다. 엘리베이터 안에선 고막이 터질 것 같아 아예 타기를 포기했다. 강의 시간에는 옆 강의실 문 여닫는 소리, 복도에서 학생들 떠드는 소리, 여학생들의 구두소리 등등.  

 

요즈음 나는 궁리가 하나 생겼다. 일정한 정도 이상의 소리를 내면 그 부위를 폭발시키는 장치의 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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