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공공의식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7. 17:17

아무데서나 시끄럽게 군다거나 쓸데없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공공의식의 부족이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남을 생각하지 않는데서 비롯되는 행위이다. 문화수준이 높은 서구인들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옳은 일을 하면서 남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용기다. 우리는 나 자신의 욕구를 위한 수행이나 이익 추구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것은 극단적 이기주의다.

 

시간은 공동재산이고 공유하는 생명이다. 시간 지키지 않는 것은 남의 재물, 남의 생명을 경시하고 빼앗아 버리는 행위이다. 내가 늦으면 기다린 상대는 그 만큼의 시간 즉 삶의 기간을 허송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인 교수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가령 교수와 2시 약속을 했으면 2시 15분전에 약속한 교수의 연구실 앞에 가서 서성거리라는 거다.  그 교수가 일이 일찍 끝나서 혹 2시 약속을 했으면 약속한 사람이 미리 와 주기를 원할 수도 있다는 거였다. 정말 그가 미리 일이 끝나고 문열고 내다보다가 약속한 사람이 와있는 걸 보면 안될 일도 될 거라는 것이었다. 아니면 2시 정각에 방문을 두드리면 되는 것이고.

 

순서지키기 즉 줄서기는 공동생활의 필수다. 줄서기의 기본은 아마 미국에서 일 것이다. 자신의 줄에 서서 기다리다가 옆 줄에 사람이 없어도 옮겨서지 않는다. 직원이 오라고 해야 움직인다. 그걸 믿고 일본도 그러려니 했다가 일본 공항에서 길을 잃었다.

 

우리는 법규, 규정을 안 지키는데 익숙해 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긴 하다. 일본치하에서는 법을 안 지켜야 애국자였다.  해방되서도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다가 손해를 보는 경험을 많이 했다. 또 소위 의식이 생기면서부터는 반정부 행위가 유식한 시민의 의무처럼 되었다. 양돈 업계에 있던 한 친구 말이 정부가 돼지를 치라면 안치고 치지 말라면 치는 것이 양돈 업자라는 거였다. 하도 속아서였다는 것이다. 우리 법규는 지킬 수 없는게 허다하고 또 지키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되기도 했다.

 

우리는 남의 눈 없는 데서는 못할 짓도 곧잘 한다.  쓰레기도 남 안 보는데서 몰래 버리고 특히 잘 안 보이는 곳에 버린다.  뉴욕거리도 쓰레기로 더럽다. 한데 뉴욕거리에는 신작로에 쓰레기가 있다.  매일 청소차가 쓸고 간다. 우리의 형편은 다르다. 보이지 않는 곳, 혹은 치우기 힘든 구석에 쓰레기가 끼여 있는 것이다.  맨홀 속에 담배꽁초가 널려 있고 산에 가면 바위틈에 쓰레기가 끼여 있다.  나는 “쓰레기는 큰 길에 버리자.”고 주장 하곤 한다. 그래야 좀 수월하게 쓰레기를 치울 수 있게 될 것이고 나아가 쓰레기 없는 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되어서다.

 

공공장소에서의 행위, 공공기물의 사용 등에 이르면 더욱 한심하다. 해변이나 공원에서 고함치고 쓰레기 버리는 행위, 각종 관람석에서의 무례, 식당에 아이들 데리고 와서 소란 피우는 일 등은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불쾌하게 한다. 공중 목욕탕에서는 헤엄치고, 쓴 수건은 아무데나 버리고 샤워는 하고 나서 물을 잠그지도 않고 가 버린다.  화장실은 항상 더럽고 변기에는 늘 담배꽁초가 있다. 남자들은 화장실에 들어서면서 가래를 돋군다. 변보고 물을 내리지도 않는다.  대학 내의 승강기에서조차 순서 없이 타고 내리며,  승강기 안에서도 떠들고 음료수를 마신다.  우리에게 자동차 문화는 그 기간이 짧아서인지 불법운행, 불법주차가 판은 친다.  특히 젊은이들이 운전이나 주차에서 법을 안 지킨다. 남 보다 빨리가고 남보다 편하고만 싶어한다. 참으로 염려되는 현상이다.  미국에 가서 처음 놀란 것 중 하나는 그들의 교통신호 지키기였다. 아무도 없는 밤에도 빨간 불에 서고 파란 불에 간다. 사람이 차도에 내려서면 차는 반드시 서고 건너편 인도에 올라선후에야 차는 다시 움직인다. 우리의 경우에는 하도 불법운행이 많으니까 아예 ‘방어운전’을 강조하나 보다.

 

공공의식, 공중도덕, 공중예절의 결여가 이런 현상을 낳는다.  우선 남을 의식하는데서 문화인의 행위는 시작되고 남이 안 봐도 같은 행위를 하는데서 그 문화 수준은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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