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주례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7. 17:17

주례는 으례 성직자나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주례 부탁은 단호하게 거절해 왔었다. 한데 한 번은 내가 지도한 학년의 남학생과 여학생이 결혼하게 되어 내게 주례를 부탁해 왔다. 그들은 각각 과대표 부대표로 함께 여러 행사를 수행하여 가까웠고 가정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 그들의 결혼식 주례를 맡게 되었고 이렇게 되어 피치 못할 경우 주례를 허락해왔다.

 

그런데 주례의 입장처럼 어정쩡한 입장도 드물다. 물론 주례자를 차로 데려가고 데려다주고 하는 등 각별한 배려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 또 아는 사람들이 많아 자연스러운 때도 있다. 그러나 보통은 혼자 긴장하고 서둘러야 한다. 식에 늦지 않기 위해 전철을 이용해서 일찌감치 식장에서 도착한다. 식장을 확인하고는 가까운 찻집에서 기다린다. 예식 15분전쯤에 식장에 와서 결혼 당사자와 인사를 하고 식장 앞자리에 앉아 있는다. 이때부터 어색해지는데 사회한다는 젊은이가 와서 소개 내용을 묻는다. 주례 부탁한 녀석은 사회자에게 주례소개도 안 했는지. 이때에 어떤 이들은 학 경력을 부풀려 소개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물론 주례자를 위하기 보다는 신랑신부의 체면을 위해서 일 것이다. 나는 으례 내가 있는 학교 학과와 직위만 말해준다. 조금 있으면 식장 여종업원이 꽃과 흰 장갑을 가져온다. 식이라야 15분 내외이다. 이때에 또 멍청한 사회자가 식순을 틀리게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 당황하기도 한다. 쓸데없이 말이 많은 사회자는 그 보다 한 수 위다. 어떤 사회자는 주례사를 요약해서 말하기도 한다. 주례사보다 더 긴 때도 있다. 이 쯤 되면 기분은 완전히 잡치고 신랑 신부의 혼인을 축하하고 싶은 생각조차 잃어버릴 지경이다. 식이 끝나면 어색하게 신랑신부와 사진을 찍고 얼른 그 자리를 뜬다. 꽃을 버리고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고 부랴부랴 전철역으로 향한다. 남이 생각하기엔 까짓 10여분시간 내는데 뭐 그리 어려우냐 싶겠지만 하루가 없어지고 그 전에 할 말을 준비해야 하고 보면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혼식날은 신랑신부의 날이고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주례대에 서서 어쩌고저쩌고 할 때완 달리 식이 끝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않고 주례의 처신을 도와주는 이도 없는 게 보통 결혼식장이다. 어떤 젊은 교수가 처음 주례를 했노라면서 밥을 굶을 뻔했다고 하기에 “밥 먹을 생각을 했느냐?” 고 웃었다. 주례는 결혼식장에서 제일 먼저 떠나야 할 사람이다.

 

첫째 결혼이란 두 사람간의 믿음에 이루어진다. 서로를 믿고 평생 살수 있다고 생각되어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믿음으로 시작된 결혼생활은 믿음으로 유지된다. 평생을 통해서 서로 믿어야 된다.  이 믿음은 어정쩡한, 반쯤의 믿음이 아닌 철저한 전폭적인 믿음이어야한다.

 

둘째, 결혼은 젊은 사람들이 한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랑신부는 이 미래에 대한 꿈을 가져야 한다. 즉, 미래에 대한 소망이다. 그리고 이꿈, 즉 소망은 높은데 두어야 한다. 요즈음 세태에 계산된 계획은 있되 꿈이 없다.

 

어느 종교인은 왕비가 되려하지 말고 왕자를 낳으라고 어느 대학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세태에 영합하려 누리려 하지말고 스스로 꿈을 키우고 이루라는 뜻이다. 역시 높은 꿈을 가지라는 얘기다.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 보라. 땅 위의 더러움, 위험 스러운 곳 등은 다 때 내려다 보라. 큰 파도가 쳐 두려운 바다도 위에서 보면 한 없이 평화롭다. 이렇게 높은데 소망을 둔 사람에게는 두렴움이 없고 평화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게 된다.

 

끝으로 둘은 사랑을 가져야 한다. 사랑은 앞에 말한 믿음과 소망 또 그 외 모든 덕목을 통합한 개념이다. 서로 사랑해야 한다. 이 사랑은 깊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서로가 젊고 아름다울 때만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혹 병들고, 늙어 외적 아름다움이 다 한 후에도 사랑해야한다. 또 먼저 하는 사랑이어야 한다. 나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내가 먼저 사랑해야 한다. 내 배가 불러도 상대의 배고픔을 알아야 한다. 내 아내만 내 남편만 사랑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아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한다. 남편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같이 사랑해야 한다. 그러니까 양쪽 부모를 똑같이 사랑으로 성심껏 모셔야 한다. 이제 둘은 부부로 하나되어 철저한 믿음을 가지고 그 믿음이 변함없는 가정을 이루고, 높은 꿈을 가진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고, 깊고 넓은 사랑을 나누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란다.

'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러리  (0) 2008.08.07
한.미 문화차이  (0) 2008.08.07
공공의식  (0) 2008.08.07
소음  (0) 2008.08.07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0) 2008.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