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잃어버린 교육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7. 17:19

교육의 목적은 ‘사람’을 ‘사람되게’하고 또 ‘사람답게’ 하는 것이다. 교육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아무리 영리해도 개는 ‘훈련’하지 ‘교육’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교육이란 어떤 훈련과는 다르다. 즉, 어떤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어서 ‘전인교육’이니 ‘인성교육’ 이니 하는 말들이 있는 것이다.

 

교육에는 당연히 교육자의 피교육자가 있다. 현대에는 많은 교육기관이 있어서 피교육자들을 모집한다. 피교육자들은 원하는 교육기관을 선택하여 지원하게 되고 , 지원자가 많다 보니 교육기관은 몰려오는 피교육자들 중에서 선별해서 뽑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과 문제들이 발생한다. 교육자측에서는 더 좋은 피교육자들을 뽑으려들고, 피교육자들은 보다 나은 교육기관을 원하기 때문이다. 학교 이름을 위해 어느 대학에서는 이미 다른 대학에 들어가 있는 학생을 돈으로(장학금으로) 유인해서 빼가기도 하였다. 사실 그렇게 해서 교육적으로 성공한 실례는 없다. 단지 우리 학교에 이런 학생이 왔다고 하는 홍보용일 뿐이었으니까 당연하다. 반대로 피교육자 편에서도 부정을 해서라도 원하는 학교에 가려다가 큰 화를 당하기도 하였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교육을 잘못 생각한데서 오는 표피적인 문제일 뿐이다. 큰 원칙으로 말하면 교육자는 ‘내게 오는 사람’을 가르치면 된다. 옛 성인들도 자기에게 '나아오는 사람'을 가르쳤다.  그런데 오늘에는 내게 오는 이를 얼마나 사람되게 하고 사람답게 하느냐에는 관심이 없고 성적 높은 학생들이 왔다는 경쟁적 홍보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어 교육기관이 모두 장사꾼 집단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 경제식 교육 운운하는 것이다.

 

교육하는 이 즉 가르치는 사람의 자격은 첫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요, 둘째 가르칠 수 있는 능력 즉 머리와 지식이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꽃을 가꾸고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 개를 훈련시키는데 사람에게 있어서랴. 그리고 가르치는 이는 배우는 이들보다 머리가 앞서야 하고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이 앞서야 함은 물론이다. 물론 지식도 충분해야 된다. 옛말에는 하나 알면 열을 가르친다고 했으나 현대는 ‘열을 알아야 하나를 가르칠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생각 하는 힘’을 가르쳐야 한다. 창조적 사고(creative thinking),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가르쳐야 된다. 사고력만이 사람을 사람되게 하고 사람답게도 하는 것이다. 사고력의 배양이 진리, 지혜에 이르게 한다. 사고력의 배양으로 능력도 개발하고, 현실 적응력도 키우게 된다. 교육은 생각하는 힘, 생각하는 방법을 길러주는 일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해서 기술교육이야말로 첨단(尖端) 교육인 줄 착각 한다. 밥벌이를 위한 기술습득은 말단(末端) 교육일 뿐이다.

 

내가 속한 영어교육과 지원생들을 면접하였다. 왜 이 과를 지원하느냐는 질문에 한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로 듣고 말하는 것을 잘 하기 위해서.” 라고 하였다. 사실 그것 때문이라면 대학에 올 필요가 없다. 그 돈 가지고 보다 쉽게 영어 듣기 말하기를 배울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는 목적은 그 나라의 문화,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을 배우기 위함이다. 말이 사상의 표현이요 또 사실 사상 그 자체이니 말을 배우는 것은 곧 그 말이 가진 사상을 배우는 것이다. 문화와 사상을 배우는 것은 첨단을 배우는 것이요, 듣고 말하기를 배우는 것은 말단적 기술을 배우는 것일 뿐이다. 언어 교육은 사상 교육이다. 요즈음 영어 잘하라고 어린 아이들을 미국에 보내는 부모님들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옛 어른들의 얘길 들어보면 일제 하에서도 그렇게들 극성스레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배우게 한 부모들이 있었단다. 불행하게도 그렇게 해서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된 이들이 해방 후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었다. 사상이 빠진 언어기술교육은 무익하다. 그런 단순기술은 사슴의 뿔이 될 수 있다.

 

교육의 사회적 목적은 사회개선이다. 불공정(inequity)이나 정의롭지 못함(injustice)을 사회로부터 몰아내고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모두가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교육의 사회적 목적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졸업 후 취직해서 밥이나 벌어먹으려고 대학에 다니는 것은 손해라고 하곤 한다. 그 돈을 가지고 또 활용해서 먹고 살면 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교육 체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홍보차원의 신입생 모집 기준에서부터 잘못되어 있고, 정부의 용의 검사식 대학 평가 기준이 잘못되어 있고, 학생들 데모의 불합리하고 지나치게 타산적 주장들이 말해주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교육에도 한계는 있다, ‘사람을 바꾸지는 못한다’ 는 점이다.  개를 범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물론, 똥개를 셰퍼드로 만들지도 만들지도 못한다. 기껏해야 제 본성을 찾아 주는 것뿐이지 결코 그 본성을 바꾸지는 못한다.

 

 

 

'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간  (0) 2008.08.08
교사의 자질  (0) 2008.08.07
어떤 교수  (0) 2008.08.07
들러리  (0) 2008.08.07
한.미 문화차이  (0) 2008.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