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어떤 교수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7. 17:18

어느 일화집에서 읽기도 하고 선생의 제자들에게서 듣기도 한 시인 조지훈 선생의 세 가지 일화다.  

 

젊어서 술에 취했던지 종로 3(그 당시 사창가 였다)에서 지내고 아침이 되었다. 나오려는데 임검 순경이 들어와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신분증을 내보이자 그 신분증이 교수 신분증이 었던지 순경은 교수님께서 어떻게 이런 데를...” 어쩌고 하며 훈시를 했던가 보다. 선생께서는 그 순경의 뺨을 후려치며 야 이놈아, 교수는 좆 없냐?” 했단다.  

 

전쟁 중 한 번은 무슨 문인회에서 회식을 가졌던 모양이다. 모두들 술이 거나해서 제법 흥청 거렸던 모양이다. 어찌해서인지 이 모임에 일선에서 휴가 온 장교 한 명이 있었던가 보았다. 그는 전방에서는 젊은이들이 죽어 가는데 후방에서 문인, 지식인들이라는 것들이 흥청거리는 것에 분개했던 모양이었다. 그래 총을 난사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사람들이 놀라 달아나고 탁자 아래 숨고 그야말고 아비규환이었단다. 이 때 한사람이 뚜벅뚜벅 걸어 군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뺨을 후려치며 야 이놈아, 총만 애국하는 줄 아냐?” 했단다. 그가 조지훈 선생이었다.  

 

오래 편찮으셔서 강의를 못하시다가 모처럼 좀 나으셨던지 학교엘 가셨다. 강의실이 좀 높은 층이어서 힘들게 계단을 오르셨단다. 보던 학생들이 황송해서 휴강하실 것을 권했다. 그러나 선생은 꼭 강의를 하실 뜻을 가지고 계속 계단을 오르셨던 모양이다. 그리고 단지 두세 계단 남기시고 기운이 다하셔서 오늘 휴강일세.” 하셨단다. 그리고 자리 보전 하시다가 타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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