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영어를 배운다는 것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9. 18:21

언어란 기본적으로 소리체계요, 통사체계요, 의미체계다. 즉 입으로 하는 말이요, 머리로 아는 문법이요, 감정으로 이해하는 뜻이라는 말이다. 이 기본 원칙은 모국어나 외국어에 관계없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그러니까 언어란 입으로 하는 말이지만 그 언어가 가진 규칙에 맞게 쓴 글을 통해서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고 또 상대의 생각을 알아 차리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언어 표현자체가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에 단순한 수단이라고만 할 수 없고 언어를 생각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언어는 그 사람의 사상의 표현이며 나아가 언어가 사람의 사상자체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말을 배운다는 것은 생각을 배우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문, 일본어, 영어 등 많은 외국어를 배웠다. 그 중에 오늘까지 모두의 가장 큰 관심은 영어 배우는 데 에 있다. 해방전후에서 60년대까지는 읽기와 쓰기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고 배워왔다. 국제사회가 변하면서 영어의 말로서의 기능이 중요해짐에 따라 말하기, 듣기에 중점을 두게 되었고 이 현상은 지금에 와서 극단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시대적 요청에 따르기 마련인 외국어 교육이지만 우리는 너무 극단적인 그 방향을 바꾸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읽기, 쓰기는 안전에 없이 문법설명, 양방향 번역에 온힘을 기울였었다. 사실 번역은 쓰기나 읽기와는 다르다. 번역이 우리나라 영어교육을 크게 방해했다는 것은 지금 쯤은 누구나 알게 되었다. 영어를 배우는 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문법을 암기하고 단어대 단어로 영문 한글을 번역하였다. 이 때엔 번역 기술만이 영어공부의 모든 것이었다. 그러다가 국제사회 관계가 변하고 시대의 요구가 변하면서 듣고 말하기에 중점을 두는 교육으로 영어교육의 방향이 바뀌게 되었다. 외국에 다녀온 정치 고위권자가 “외국에 가보니 노점상인도 영어를 하더라” 하여 이 현상은 더욱 극한으로 흐르게 되었고 오늘에 와서는 누구나 다 아는 ‘영어병’에 걸리게 되었다. 영어공부는 ‘발음’에 그 열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어 조기유학(?), 초등학교 조기 영어교육, 영어 보모 고용, 발음 잘하기 위한 혀 수술 등의 현실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극단적 현실이 잘못이라는 사실은 다음의 예로 충분히 입증 입증된다.

 

영국 배우 피터 우스티노프(Peter Ustinov)는 여러 나라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배우다.  그러나 그는 영화에서, 예를들어, 완전한 불어를 구사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외국어 억양이 담긴 불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독특한 억양은 그의 신분표시가 된다. 한 교양 있는 미국 여인이 불란서 남자와 결혼하여 불란서에 가서 살게 되었다. 그 여인의 불어는 완전하였다. 그러나 이웃 여인들의 생각에는 ‘어리석고 교양없는 여인’일 뿐이었다. 만일 그 여인이 좀 못한 영어식 불어를 했다면 ‘불어지식이 완벽한 교양있는 외국여인’으로 받아 들여졌을 것이다.

 

외국어는 어느 특정 기능의 습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들도 어느 외국인이 우리말을 너무 잘 하면 단순히 ‘재미있고’ ‘신기할’ 뿐이지 않은가. 언어교육은 사상교육이라야 한다.  어떤 특정기술의 말단적 훈련이어서는 안 된다. 음악인의 훌륭한 작곡과 능숙한 사보기술(寫譜技述)은 전혀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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