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차포(車包) 떼고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9. 18:20

우리는 장기를 둘 때 상대에 따라 상을 떼거나 마, 차, 포 등을 떼고 두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실력이 부족하여 내가 쪽수를 덜 가지고 두겠다는 것이다. 바둑도 상대에 따라 몇 알 먼저 두게 하기도 한다. 오락으로 탁구를 해도 몇 개 접어준다.

 

이런 경기 방식은 우리나라에나 있는 것일 것이다. 유학시절 대학 수영장에서 수영을 자주 하였다. 사고로 다리 둘 다 무릎위에서 잘린 미국인 학생이 있었다. 이 친구는 다리 성한 친구들과 수영 시합하는 것을 즐겼다. 한데, 뭘 접어주는 게 아니라 그냥 1: 1 경쟁을 하는 거였다. 속도가 썩 빨라 성한 이들은 거의 다 이기곤 하였다. 꼭 한 친구에게 뒤지곤 했는데, 옆에서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아쉬워하며 재 경기를 신청하곤 하였다.  그들에게는 ‘차포 떼고’ 없다.

 

나는 요즈음 ‘개 보다 못한 놈’으로 바꾸었지만 ,원래 ‘개’와는 밥을 안 먹는다고 하곤 했다. 친구들이 요새 나의 하는 짓을 보고는 “온갖 잡개들과 밥 먹는다.” 며 비난한다. 나는 이때에 ‘차포 떼고 논(論)’을 내세운다. 사람의 결함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차포 떼고’ 놀 수 있는 게 아니냐고. 키가 너무 크다든가, 노래를 못한다든가, 교회에 너무 열심히 나간다든가 등은 용납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차포 떼기’는 베푸는 것일 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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