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인정의 권리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9. 18:22

대학 시절 한 교수님의 예가 생각난다. 그 때만해도 자기 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 드문 때였다. 한데 한 사람이 차를 샀다. 운전을 해서 출근을 할 때 옆 집에 사는 미국인을 옆에 태워 주었단다. 그랬더니 보는 사람들은 " 저 사람 미국인 운전사로구나"하더란다.  그래 불쾌해서 차 주인은 미국인을 운전사로 고용했단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사람들이 "저 사람 미국 사람 차 얻어 타고 다니는 구나" 하더라나. 사실이야 어쨌거나 남이 보고 판단하는 데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남들의 견해가 '인정의 권리(the right od recognitiion)'인데 사람은 누구나 인정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선배 교수 한 분이 오래 전 두 대학에서 강의를 했단다. 한 대학은 세칭 일류 대학이고 한 대학은 삼류 대학이었단다. 일류 대학생들은 열심히 듣고 열심히 공부하더란다.  그들의 생각은 '우리 학교에 강의 나올 정도면 대단한 교수'라는 것이었을 거란다.  한편 삼류 대학 학생들은 강의 시간에 산만할 뿐 아니라 도무지 공부에 성의를 보이지 않더란다.  그들은 '오죽하면 우리학교에 강의를 나오겠느냐'고 생각해서 그럴 것이라는 평이었다.

 

덜커덩거리는 허름한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그의 불평은 자신의 헌 차 자체가 아니고 헌 차를 모니 운전자까지 신통치 않게 보는 남들의 시각이었다.  사실은 새 차보다 헌 차운전이 더 어려운데도 말이다.  세칭 일류대학의 교수는 일류로 보고  세칭 삼류 대학에 있는 교수는 삼류로 보는 것도 현실이다.  사회의 지위나 학교 내의 보직이 남들에게는 인품과 실력의 표출로 비치는가 보다.  평할 때 가령 "그는 이사까지 지냈지"하기도 하고, 혹은 " 그 사람 학장도 못했지"하는 걸 봐도 그렇다.  어느 지방 속담에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 먹는다'는 말도 다 같은 현실을 지적하는 말이다.

 

인정의 권리를 싸잡아 평가하는 사람들의 간과성(看過性) 태도도 문제지만 이 인정의 권리의 자력(磁力)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생각 또한 문제다.  남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고급차 타고 비싼 집 사고, 명함 찍어 다니고 싶고....하여 악착같이 수단 가리지 않고 돈 벌고 명예 추구하고, 급기야 사기까지 친다.

 

언제나 이 '인정의 권리의 자장(磁場)'에서 해방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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