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정도(程渡)와 수준(水準)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9. 18:23

정도는 일반적으로 양(量)의 도수를 나타내는 말이고 수준은 질(質)의 기준을 나타내는 말이다. 정도와 수준을 지킨다면 적어도 법적 도덕적 기준의 평가에는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라비안 나이트 중 알라딘의 램프라는 이야기를 모두 기억한다. 알라딘이 마왕이 갇혀있는 항아리를 건져올린다. 뚜껑을 열자 나타난 마왕은 알라딘을 위협한다. 그는 “언제 언제까지나를 구해주면 무엇이나 다 해 주려고 했으나 그 기간이 지나고 나서는 구해주는 놈은 죽이려 했다.”고 한다. 기다리는 정도가 지나쳐 화가 난 것이다. 기다림에 정도가 있는 것이다. 아이들 버릇없음도 정도 문제다. 할아버지 수염 잡아당기는 정도가 되면 곤란하다. 나는 사람에게 장난끼, 유치한 면,악한 면, 미친 기질 등이 있어야 사람답다고 여기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다. 정도가 지나치면 편중증(編重症) 환자가 되어 곧 미친놈이 되고 마는 것이다. 과공은 비례라는 말도 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돌아서 문다고 한다. 모든 것은 사실 정도문제다. 교육계에서 ‘촌지’받는 이나 촌지 건네 주는 것을 아는 이는 신고하라고 하였다.

 

옛날 우리 사회에는 선생에게 ‘월급’이란 없었다. 그저 때 되어서 감사의 표시로 고기나 닭이나 계란 등을 ‘선물’하였다. 이것이 아마 촌지의 시작일 것이다. 아름다운 풍속이다. 이 아름다운 풍속이 정도를 넘어서니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법적인 문제가 된 것이다. 어디까지나 감사의 표시고 어디서부터가 뇌물인 것이다.

 

이 ‘정도’의 문제는 ‘수준’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가령 초등학교 어린이가 선생님에게 드리는 사탕 한 알도 좋은 선물이 되지만, 대학원생이 똑같이 하면 수준에 맞지 않는 것이다. 선물에도 수준이 있다. 옛 스승을 찾아가는 한 교사의 선물과 , 같은 제자라도 대 재벌의 선물이 같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 에 대해서는 예수도 이미 과부의 헌금(눅: 3~4) 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그림 그리는 이들은 자신의 그림에 값은 정한다.

 

한 호당 얼마가 화가 자신의 그림에 대한 수준의 표시란다. ‘그 사람 그림 값이 얼마’는 그의 그림 수준을 의미 한다는 것이었다. 음악하는 친구가 있다. ‘음악을 한다’는 것이 뭐냐는 나의 무지한 물음에 그는 한마디로 ‘음악으로 밥 먹어야 음악임’이 라고 하였다. 그는 때로 음악이 상품이니 적절한 수준의 값(최고의 값) 받아야 한다고 하곤 한다. 수준이 이렇게 양으로 측정 되도 그건 어디까지나 질의 바른 측정이어야 한다. 즉 비싼 그림은 좋은 그림이요, 훌륭한 음악인 격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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