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고무풍선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9. 18:24

어려서 학교 운동회 날에는 여러 경기 중에 고무풍선 불기가 있었다. 누가 제일 크게 부느냐의 시합인데 나는 이 고무풍선 부는 것이 늘 불안 하였다. 우선 흐늘 흐늘 한 입구를 찾아 입으로 바람 넣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공기가 들어가기 시작하여 풍선이 커지기 시작하면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승을 못할까봐서가 아니라 터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게 되는 것이 싫어서였다. 경기에서 뿐아니라 평소에도 풍선을 불때면 마찬가지로 불안하였다. 한데 운 좋게 터뜨리지 않고 크게 불고 나면 자랑스러웠다. 그 풍선의 공기를 빼고 다시 불어도 먼저 불었을 때의 크기가 되기까지는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지금은 세계적인 지휘자가 되어서 활발히 음악활동을 하는 자랑스런 친구가 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트럼펫 주자였다. 그래 학교 밴드부를 맡아 지도하고 있었다. 한 번은 내가 다니는 학교 밴드부를 본다고 왔다. 밴드부 소리를 들어보고 첫 마디가 “소리가 막혔다.”는 것이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기독교학교였다.  자연 예배시간이 많았고 밴드부도 찬송가 반주가 주된 연주였다. 그러니 언제 나팔을 크게 불 짬이 없었다. 특히 송영의 경우는 아주 조용히 불어야 했다. 그러니까 밴드부원들은 나팔소리를 작게 내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내 친구 말은 나팔은 크게 불어 소리가 트인 다음에 작게 불어야지 처음부터 작게 불면 악기의 소리가 막혀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서야 어떤 소리도 낼 수 있게 된다는 말이었다.

 

오래 산다는 학의 위는 항상 칠할 정도만 차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 산다고 한다. 최대 용량의 70%만 사용하는 학이 부럽다. 사람도 능력의 70%쯤 만 쓰면서 살 수 있으면서 풍선을 처음 불 때의 불안도, 나팔의 막힌 소리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능력 뿐 아니라 어려움이나 망신 조차도 100을 겪고 나면 세상사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때 여름방학이면 바닷가에 물놀이를 함께 하곤 했다.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쳐보기로 하고 함께 헤엄치며 놀았다. 아이들 수영이 좀 늘었다 싶을 때 큰 아이부터 수영훈련을 시키기로 하였다. 물놀이 제한선 지역은 초등학교 어린이들 키로는 바닥에 설 수 없는 깊이다. 해안의 한 쪽 끝 제한선을 따라 큰 애가 헤엄치게 하고 나는 그 안쪽에서 같이 출발하였다. 다른 끝까지는 약 3km였다. 도중에 파도에 덮여 물을 먹어 캑캑 괴로워하기도 하고 눈이 쓰리다고도 하고 팔이 아파 더 이상 못 하겠다고도 하고 숨이 차다고도 하였으나 우격다짐으로 참게 하여 해안 끝까지 헤엄쳐 갔다. 해안을 완전히 헤엄친 아이는 상당히 뿌듯해하며 힘들었던 건 완전히 잊는 것 같았다. 이렇게 세 아이가 다 해안을 완영하고 나서는 그 해안에서 수영하며 놀때 전혀 물에 대한 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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