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자격과 자격증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8. 16:01

사람이 적고 특별한 서류가 없던 옛날에는 능력으로 사람이 평가 되었다. 그때는 말하자면 ‘자격’시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오늘날에는 온갖 자격증이 행세를 하는 ‘자격증’ 시대라고 할수있다.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운전 면허증이 없으면 서울 거리에 운전을 할 수 없다. 아무리 운전이 미숙해도 면허증만 있으면 복잡한 서울거리에 차를 몰고 나와도 법에 저촉이 안된다.  적절한 졸업증서가 있어야 이력서라도 낼 수 있고 졸업증서가 없으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그 대접을 못 받는 것이 현실이다.  자격증에 더하여 수량으로 평가받는 세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학들의 임용기준이나 교수 승진 규정은 대단히 엄격하다. 가령 논문은 발표 편수가 중요한데 그 편수를 다 채우려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 노벨상 수상자라도 한국 대학에 교수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논문 편수가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증서에 의해 인정받고 수량에 의해 평가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학생들은 점수에 의해 평가되고, 어른들은 살고 있는 아파트 평수에 의해 평가되고 가진 돈의 액수에 의해 평가 받고 대접받는다. 양식있는 상식인이나 덕망있고 성실하나 가난한 사람이 설자리가 없는것이 현실이다.

 

이젠 옛 일을 회상이나 하며 그때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는 때가되었다. 정석해 교수는 불란서에 오래 공부한 석학이었으나 학위 따위는 없으셨다. 1962년 고려대 후기 졸업식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그때 총장 유진오 박사는 “명예박사를 수여함은 그 분의 명예를 더 하는 것보다 고대의 명예가 더함을 느낀다.“ 고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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