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 24

그런 봄날 / 벚꽃 문신 - 박경희

그런 봄날 - 박경희 가수 윤복희 씨가 TV에서 '봄날은 간다'를 부르는데 담금통에 담아두었던 눈물이 힘없이 떨어졌다 아파 누운 지 열흘 된 그녀가 살구꽃으로 피었다가 살구꽃으로 지고 벚꽃으로 피었다가 벚꽃으로 졌다 괜스레 가는 봄날 잡아놓고 윤복희 씨 목소리에 쓸쓸해져서 잠든 그녀 얼굴 눈으로 쓰다듬는데, 길눈 어두운 딱새가 집 안으로 들어 퍼덕였다 그 소리에 눈뜬 그녀에게 부은 눈 들킬까 문이란 문 다 열어놓고 온몸으로 휘젓다가 문지방에 발가락 찧어 아파 핑곗김에 운 날 - 시집 (창비, 2019) * 감상 : 박경희 시인. 1974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습니다. 한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1년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 막막함에 고향에 내려왔다가 ‘생명평화 탁..

"오직 성령께서 하셨다"

"All of them were filled with the Holy Spirit and began to speak in other tongues as the Spirit enabled them."(Acts 2:4)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행 2:4) * 묵상 : 예수님의 삶을 자세히, 객관적으로 기록한 누가는 누가복음의 후반부인 '사도행전'을 계속해서 써내려가면서 '교회 공동체'의 태동에 대해 먼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그가 언급한 것은 성령께서 무리들 가운데 오신 사건(행 2:1~20)이었습니다. 누가가 이 사건을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는 이유는, 초대교회의 시작이 어떤 인간적인 전략이나 어떤 뛰어난 리더가 있었..

성스러운 일과 세속적인 일

"Let the word of Christ dwell in you richly as you teach and admonish one another with all wisdom, and as you sing psalms, hymns and spiritual songs with gratitude in your hearts to God. And whatever you do, whether in word or deed, do it all in the name of the Lord Jesus, giving thanks to God the Father through him."(Col. 3:16~17)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

매일 반복되는 '일상(日常)'의 소중함

"All his days his work is pain and grief; even at night his mind does not rest. This too is meaningless. A man can do nothing better than to eat and drink and find satisfaction in his work. This too, I see, is from the hand of God,"(Eccl. 2:23~24) "일평생에 근심하며 수고하는 것이 슬픔뿐이라 그의 마음이 밤에도 쉬지 못하나니 이것도 헛되도다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것보다 그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없나니 내가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로다"(전 2:23~24) * 묵상 : 솔로몬이 쓴 ..

내일 말고 오!늘! / 꽃 지기 전에 - 권용석

내일 말고 오!늘! - 권용석 내일은 내 게으른 영혼의 도피처 내 비루한 마음의 가림막 오! 감탄하면서 깊이 기쁘게 오늘 숨쉰다 가벼워진 몸 날개 돋는 영혼 자유롭게 펄럭펄럭 오! 깊이… 늘! 기쁘게 - 에세이 시집, (파람북, 2023) * 감상 : 권용석 변호사.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났습니다. 인천 신흥초등학교, 대건중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1992년부터 2002년까지 검사로 10년을 근무하였고, 그 이후 변호사로 15년을 살았습니다. 2022년 5월 22일, 오랜 암 투병 끝에 향년 58세의 나이로 이 땅에서의 삶을 마감했습니다. 오늘 감상하는 시는 지난주 예배 설교에서 목사님께서 잠시 언급했던 시입니다. 교회 절기로 ‘승천 대축일 또는 부활 제 7주간’이..

직접 쓴 글의 힘, 그리고 공감과 사귐의 비밀

"We proclaim to you what we have seen and heard, so that you also may have fellowship with us. And our fellowship is with the Father and with his Son, Jesus Christ."(1 John 1:3)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림이라"(요일 1:3) * 묵상 : 가장 좋은 글쓰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자신이 쓰는 것'입니다. SNS가 발달된 이 세상에는 글들이 넘쳐 나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 쓴 글들은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예수님의 제..

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

"and after a while his master's wife took notice of Joseph and said, "Come to bed with me!" But he refused. "With me in charge," he told her, "my master does not concern himself with anything in the house; everything he owns he has entrusted to my care."(Genesis 39:7~8) "그 후에 그의 주인의 아내가 요셉에게 눈짓하다가 동침하기를 청하니 요셉이 거절하며 자기 주인의 아내에게 이르되 내 주인이 집안의 모든 소유를 간섭하지 아니하고 다 내 손에 위탁하였으니"(창 39:7~8) * 묵상 : 아버지 야..

어떤 절망 가운데서도...

"I love the LORD, for he heard my voice; he heard my cry for mercy. Because he turned his ear to me, I will call on him as long as I live."(Psalms 116:1~2) "여호와께서 내 음성과 내 간구를 들으시므로 내가 그를 사랑하는도다 그의 귀를 내게 기울이셨으므로 내가 평생에 기도하리로다"(시 116:1~2) * 묵상 : 시편 116편에서 시인은 하나님께서 자기의 음성을 들으시고 그 울부짖는 소리에 귀 기울이시기 때문에 '평생에' 기도하겠노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삶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이 버림을 받았다고 느낄 정도로 극심한 절망감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죽음의 위험에 처할 때도 그렇지..

우리 가운데 늘 계시는 하나님

"The LORD your God is with you, he is mighty to save. He will take great delight in you, he will quiet you with his love, he will rejoice over you with singing."(Zeph. 3:17)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스바냐 3:17) * 묵상 : 스바냐서는 아주 짧은 책(3장으로 구성)이지만 선지서가 갖춰야 할 구조는 완벽하게 다 갖추고 있습니다. 당시, 하나님에 대한 거짓 예배(1:4~5), 그리고 유다 지도자들의 부패..

심야 식당 / 모르는 사이 - 박소란

심야 식당 - 박소란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충무로 진양상가 뒤편 국수를 잘하는 집이 한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자주 왁자한 문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그곳 작다란 입간판을 떠올리자니 더운 침이 도네요 아직 거기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맛은 그대로인지 모르겠어요 실은 우리가 국수를 좋아하기는 했는지 나는 고작 이런 게 궁금합니다 귀퉁이가 해진 테이블처럼 잠자코 마주한 우리 그만 어쩌다 엎질러버린 김치의 국물 같은 것 좀처럼 닦이지 않는 얼룩 같은 것 새금하니 혀끝이 아린 순간 순간의 맛 이제 더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형광등..

서로

"Live in harmony with one another. Do not be proud, but be willing to associate with people of low position. Do not be conceited."(Romans 12:16)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 하지 말라"(롬 12:16) * 묵상 : 오늘 묵상하는 구절은 로마에 있는 성도들에게 사도 바울이 권면했던 말씀입니다. 당시, 로마교회의 성도들이 질투와 분노, 그리고 날카로운 의견 충돌로 서로 다툰다는 것을 바울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라(롬 12: 10)고 권면한 후, 자기를 높이지 않고..

목수괴리(目手乖離)

"My dear brothers, take note of this: Everyone should be quick to listen, slow to speak and slow to become angry, for man's anger does not bring about the righteous life that God desires."(James 1:19~20)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이것을 알아두십시오. 누구든지 듣기는 빨리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고, 노하기도 더디 하십시오. 노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약 1:19~20, 새번역) * 묵상 : 본인도 '사자성어(四字成語)'를 하나 만들었다면서 진지하게 네 글자의 한자를 써 보이던 대학원 시절 어느 선생님의 ..

'마리아야!' 부르자...

"Woman," he said, "why are you crying? Who is it you are looking for?" Thinking he was the gardener, she said, "Sir, if you have carried him away, tell me where you have put him, and I will get him." Jesus said to her, "Mary." She turned toward him and cried out in Aramaic, "Rabboni!" (which means Teacher)."(John 20:15~16)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 하시니 마리아는 그가 동산지기인 줄 알고 이르되 주여 당신이 옮겼거든 어디 ..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바뀐 이름, 그리고 '브니엘'

"The man asked him, "What is your name?" "Jacob," he answered. Then the man said, "Your name will no longer be Jacob, but Israel, because you have struggled with God and with men and have overcome."(Genesis 32:27~28) "그 사람이 그에게 이르되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야곱이니이다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창 32:27~28) * 묵상 : 창세기 31장과 32장에는 야곱과 그의 처, 레아와 라헬 그리고 장인 라반과의 갈등..

천리향 사태 / 치자꽃 설화 - 박규리

천리향 사태 - 박규리 글쎄 웬 아리동동한 냄새가 절집을 진동하여 차마 잠 못들고 뒤척이다가 어젯밤 산행(山行) 온 젊은 여자 둘 대체 그중 누가 나와 내 방 앞을 서성이나 젊은 사미승 참다못해 문을 여니 법당 뒤로 언뜻 검은 머리 숨는 게 아닌가 콩당콩당 뛰는 가슴 허리 춤에 잡아내리고 살금살금 법당 뒤로 뒤꿈치 들고 접어드니 바람처럼 돌담 밑으로 스며드는 아, 참을 수 없는……내……음……오호라 거기라고, 거기서 기다린다고 이번에는 헛기침으로 짐짓 기별까지 놓았는데 이 환.장.할.봄날 밤, 버선꽃 가지 뒤로 그예 숨어 사라지다니, 기왕 이렇게 된 걸 피차 마음 다 흘린 걸 밤새 동쪽 종각에서 서쪽 아래 토굴까지 남몰래 돌고 돌다가 저 아래 대밭까지 돌고 돌다가 새 벽 도량석 칠 때까지 돌고 돌다가 온 ..

삶의 길 위에서 날마다.....

"Was no one found to return and give praise to God except this foreigner?" Then he said to him, "Rise and go; your faith has made you well."(Luke 17:18~19) "이 이방인 외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돌아온 자가 없느냐 하시고 그에게 이르시되 일어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하시더라"(눅 17:18~19) * 묵상 : 누가복음 17장에는 예수님으로부터 나병을 고침 받고 즉시 돌아와 감사했던 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수님이 어느 한 마을에서 열 명의 나병 환자를 만났습니다(눅 17:1`~12). 열 명 모두 고침을 받았고 또 모두 기뻐하였지만 오직 한 사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