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향 사태 - 박규리 글쎄 웬 아리동동한 냄새가 절집을 진동하여 차마 잠 못들고 뒤척이다가 어젯밤 산행(山行) 온 젊은 여자 둘 대체 그중 누가 나와 내 방 앞을 서성이나 젊은 사미승 참다못해 문을 여니 법당 뒤로 언뜻 검은 머리 숨는 게 아닌가 콩당콩당 뛰는 가슴 허리 춤에 잡아내리고 살금살금 법당 뒤로 뒤꿈치 들고 접어드니 바람처럼 돌담 밑으로 스며드는 아, 참을 수 없는……내……음……오호라 거기라고, 거기서 기다린다고 이번에는 헛기침으로 짐짓 기별까지 놓았는데 이 환.장.할.봄날 밤, 버선꽃 가지 뒤로 그예 숨어 사라지다니, 기왕 이렇게 된 걸 피차 마음 다 흘린 걸 밤새 동쪽 종각에서 서쪽 아래 토굴까지 남몰래 돌고 돌다가 저 아래 대밭까지 돌고 돌다가 새 벽 도량석 칠 때까지 돌고 돌다가 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