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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지개'를 두었나니...

"I have set my rainbow in the clouds, and it will be the sign of the covenant between me and the earth."(Genesis 9:13)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창 9:13) * 묵상 : 이 땅 위에서 첫 무지개를 보았을 노아는 엄청난 신비로움과 감격,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처음 경험하는 자연 현상이었으니 말입니다. 이 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내 무지개'를 언약의 증거로 삼아,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으시겠다는 부드러운 음성이었습니다. 저는 '무지개'를 생각하면, 몇 년 전 몽골을 자주 갈 때 들었던 이야기가 늘 생각나곤 합니다. 몽..

여전한 돌봄의 은혜

"Now Joseph and all his brothers and all that generation died, but the Israelites were fruitful and multiplied greatly and became exceedingly numerous, so that the land was filled with them." (Exodus 1:6~7) "요셉과 그의 모든 형제와 그 시대의 사람은 다 죽었고 이스라엘 자손은 생육하고 불어나 번성하고 매우 강하여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더라"(출 1:6~7) * 묵상 : 요셉의 이야기는 성경의 첫번째 책인 창세기에서 긴 서사로 기록되어 있는, 주일학교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단골 메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 행복했던 이야기도..

늘 사랑으로

"Do everything in love."(1 Cor. 16:14) "너희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고전 16:14) * 묵상 : 사도 바울은 고린도에 있는 교회 성도들에게 편지를 길게 쓰면서 마지막 부분에서 개인적인 사람의 이름들을 여럿 거론하며 구체적인 권면과 부탁을 하고 있습니다. 믿음의 아들이요 후계자인 디모데, 그리고 복음의 동역자 아볼로, 또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등 성경 사도행전과 바울 서신서에 자주 등장했던 많은 이름들이 거론됩니다. 각 개인에 따라 권면과 부탁의 내용이 다 약간씩 다르지만, 그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이 바로 오늘 묵상하는 말씀입니다. 그것은 '모든 일을 사랑으로 하십시오.'(새번역)라는 권면이요 명령입니다. 어제, 고향 선영에서 치르진 사촌 형님의 장례..

끝내 하지 못한 질문 / 통사론 / 마트에서 길을 잃다 - 박상천

끝내 하지 못한 질문 - 봄날의 목월 생각 - 박상천 지금은 윤사월도 아니고, 문설주에 기대어 있는 외딴 집 눈먼 처녀도 보이지 않지만 매년 이 맘 때쯤이면 날리는 당신의 송홧가루. 오늘은 비가 내려 고인 빗물 위에 띠를 이룬 노란 송홧가루가 곱습니다. 송홧가루를 볼 때마다 이제 막 문학개론 수업이 끝난, 70년대 어느 봄날의 행당 언덕이 떠오릅니다. 그 풍경 속에는 맑은 햇살 속에 언덕에 오르는 당신의 구부정한 어깨가 보이고 수업시간에 끝내 하지 못한 질문을 가슴에 품고 당신을 부를까 말까 망설이며, 발자국 소리를 내는 것조차 죄스러운 듯 조심스레 당신 뒤를 따라가고 있는 한 대학 신입생의 모습도 보입니다. 고인 빗물 위에 띠를 이루어 몰려 있는 송홧가루 위로 또 비가 내립니다. 저는 오늘, 내리는 빗..

사마리아 우물을 찾는 사람

"Jesus answered, "Everyone who drinks this water will be thirsty again, but whoever drinks the water I give him will never thirst. Indeed, the water I give him will become in him a spring of water welling up to eternal life."(John 4:13~14)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 4:14~15) * 묵상 : 요한복음 4장에는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지방을 지나다가 우물가에서..

이슬을 낚는 거미는 배가 고프다 - 권경업

이슬을 낚는 거미는 배가 고프다 - 권경업 아침 산책길 숲 속 거미줄에 이슬이 걸려 있다 다들 눈부셔라, 눈부셔라 하지만 이슬이 마를 동안 눈먼 먹잇감도 걸리지 않을 다 드러나 버린 거미줄 안개 낀 삶의 막막함에, 때로는 밥보다 시가 더 필요한 날도 있겠지만 허공의 어둠을 훑어 이슬을 낚으면 틀림없이 배가 고프다 - 계간 2005년 봄호 * 감상 : 권경업 산악시인, 사회사업가, 산악인. 1952년에 태어나 경남공업전문대를 졸업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시인을 소개해 온 방식으로 그를 소개한다면 앞에 쓴 것과 같이 딱 한 줄 밖에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산과 관련하여 그를 소개하면 몇 페이지를 할애해도 부족할 정도로 이야기할 게 많은 사람입니다. 그는 이 땅 최초로 백두대간을 종주한, 1970년대 부산 지역을..

차근 차근...복음의 원리를 설명하는 전도자

"(Indeed, when Gentiles, who do not have the law, do by nature things required by the law, they are a law for themselves, even though they do not have the law, since they show that the requirements of the law are written on their hearts, their consciences also bearing witness, and their thoughts now accusing, now even defending them.)"(Romans 2:14~15) "(율법 없는 이방인이 본성으로 율법의 일을 행할 때에는 이 사람은 율법이 없어..

반석 위에 서 계신 하나님, 그리고 모세

"I will stand there before you by the rock at Horeb. Strike the rock, and water will come out of it for the people to drink." So Moses did this in the sight of the elders of Israel."(Exodus 17:6) "내가 호렙 산에 있는 그 반석 위 거기서 네 앞에 서리니 너는 그 반석을 치라 그것에서 물이 나오리니 백성이 마시리라 모세가 이스라엘 장로들의 목전에서 그대로 행하니라"(출 17:6) * 묵상 :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을 떠나 여러 날을 척박한 사막길을 걸은 후 정박하기 위해 숙영지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물이 없었습니다. 백성들은 물론 짐승들까지도 곧 죽을..

쥐똥나무 꽃 향기

혹시 쥐똥나무를 아시나요? 제가 근무하는 기숙사 건물 주변.. 어디선가 아카시아꽃 향기 보다 더 진한 향기가 나길래 두리번 두리번 둘러봤더니, 평소 전혀 꽃이 필 것 같지도 않은 울타리 용으로 심어 놓은 나무에 조그만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더군요. 코를 벌름거리며 다가갔더니 정말 매혹적인 향기가 발산이 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향수병을 쏟아 놓은 듯한 향기라고나 할까요. 은은히 묻어나는 향기에 취해 한참 코를 갖다 대고 넋 나간 사람처럼 맡았습니다. 쥐똥나무꽃...꽃이 지고 나면 쥐똥처럼 생긴 까만 열매가 달린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듯 한데, 향기에 비해 이름이 조금 아무렇게나 붙인 듯 해서 약간 속상하긴 하지만 향기 하나만큼은 일품입니다. 혹시 여러분이 사는 곳에는 없는지 지금 밖에 나가서한번 둘러보세..

한나, 달라진 시각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

'Then Hannah prayed and said: "My heart rejoices in the LORD; in the LORD my horn is lifted high. My mouth boasts over my enemies, for I delight in your deliverance. "There is no one holy like the LORD; there is no one besides you; there is no Rock like our God."(1 Samuel 2:1~2) "한나가 기도하여 이르되 내 마음이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내 뿔이 여호와로 말미암아 높아졌으며 내 입이 내 원수들을 향하여 크게 열렸으니 이는 내가 주의 구원으로 말미암아 기뻐함이니이다 여호와와 같이 거룩..

부패의 힘 - 나희덕

부패의 힘 - 나희덕 벌겋게 녹슬어 있는 철문을 보며 나는 안심한다 녹슬 수 있음에 대하여 냄비 속에서 금세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음식에 나는 안심한다 썩을 수 있음에 대하여 썩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덜 썩었다는 얘기도 된다 가장 지독한 부패는 썩지 않는 것 부패는 자기 한계에 대한 고백이다 일종의 무릎 꿇음이다 그러나 잠시도 녹슬지 못하고 제대로 썩지도 못한 채 안절부절, 방부제를 삼키는 나여 가장 안심이 안 되는 나여 - 시집 (민음사,1997) * 감상 : 나희덕 시인. 1966년 충남 논산 연무대에서 태어났습니다. 연세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하였습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등단하였습니다. 시집으로 (창비, 1991), (창비, 1994), (문학..

나를 향해 즐거이 부르시는 하나님의 노래 소리

"The LORD your God is with you, he is mighty to save. He will take great delight in you, he will quiet you with his love, he will rejoice over you with singing."(Zephaniah 3:17)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스바냐 3:17) * 묵상 : 강력한 앗수르 제국이 통치하던 시절, 유다와 이스라엘은 세워지는 왕마다 하나님을 제대로 경외하거나 예배하기는 커녕 우상을 성전에까지 세워 백성들이 미혹에 빠지도록 했습니다..

삼라만상의 주인 하나님이 내 아버지시니..

"Look at the birds of the air; they do not sow or reap or store away in barns, and yet your heavenly Father feeds them. Are you not much more valuable than they?"(Matt. 6:26)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 6:26) * 묵상 : 산상수훈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이 설교는 너무도 유명해서 믿지 않는 불신자들에게도 익숙한 성경 구절입니다. 예로 든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는 예수님 당시 산 위에서 말씀을 전하실 때 눈만 들면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었던 것임에 분명..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If we are thrown into the blazing furnace, the God we serve is able to save us from it, and he will rescue us from your hand, O king. But even if he does not, we want you to know, O king, that we will not serve your gods or worship the image of gold you have set up."(Daniel 3:17~18) "왕이여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이 ..

냉이 꽃 / 냉이 꽃 한 송이 때문에 - 손택수

냉이 꽃 - 손택수냉이 꽃 뒤엔 냉이 열매가 보인다작은 하트 모양이다 이걸 쉰 해 만에 알다니봄날 냉이무침이나 냉잇국만 먹을 줄 알던 나,잘 익은 열매 속 씨앗은 흔들면 간지러운 옹알이가 들려온다어딜 그렇게 쏘다니다 이 제사 돌아왔니아기와 어머니가 눈을 맞추듯이서로 보는 일 하나로 가지 못할 곳이 없는 봄날쉰내 나는 쉰에도 여지는 있다나는 훗날 냉이보다 더 낮아져서,냉이뿌리 아래로 내려가서키 작은 냉이를 무등이라도 태우듯들어 올릴 수 있을까그때, 봄은 오고 또 와도 새봄이겠다- 시집, (창비, 2020)* 감상 : 손택수 시인. 1970년 전남 담양 강쟁리에서 출생하였고 어린 시절 부산으로 건너와 부산에서 초.중.고교, 그리고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부산대 대학원을 졸업하였습니다. 1998년 한국일보 ..

세상과는 거꾸로 된 삶의 방식

"You have heard that it was said, 'Eye for eye, and tooth for tooth.' But I tell you, Do not resist an evil person. If someone strikes you on the right cheek, turn to him the other also."(Matt. 5:38~39) "Be perfect, therefore, as your heavenly Father is perfect."(Matt. 5:48)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마 5:38~39)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

"Now faith is being sure of what we hope for and certain of what we do not see."(Hebrews 11:1)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보증해 주고 볼 수 없는 것들을 확증해 줍니다."(히 11:1, 공동번역) * 묵상 : 성경 히브리서 11장 1절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 같이 믿는 '믿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성경 기자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고 단언합니다. 보이는 세계만 믿고 보이지 않는 세계는 없다고 믿는 당시의 철학에 맞서,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설명하려고 한 성경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구절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11장..

모세의 장인 이드로의 조언

"If you do this and God so commands, you will be able to stand the strain, and all these people will go home satisfied."(Exodus 18:23) "하나님이 명하신 대로, 자네가 이와 같이 하면, 자네도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고, 백성도 모두 흐뭇하게 자기 집으로 돌아갈 걸세."(출 18:23, 새번역) * 묵상 : 출애굽기 18장을 보면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와 그가 처리해야 했던 업무와 관련된 흥미있는 일화 하나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묵상할 때마다 제가 지난 30여년 간 해 왔던 '행정'에 대한 자세를 다시 한번 다잡곤 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광야에서 이끌면서 혼자서 백성..

시인들을 위한 동화 - 한명희

시인들을 위한 동화 - 한명희 아주아주 옛날에는 사람들이 몸으로 글을 썼어요 고호가 귀를 잘라 그림을 그린 것처럼요 사마천이란 사람은 자기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잘라 글을 썼답니다 세월이 흘러흘러 사람들은 도구를 이용하게 되었어요 예세닌은 손목의 동맥을 절단했어요 그리고 거기서 나온 피를 펜에 찍었답니다 그가 쓴 시들은 비린내가 났지요 또 시간이 흘러 글쟁이들은 작업실을 갖게 되었답니다 보들레르는 창녀이자 애인의 방에서 트라클은 여동생이자 애인의 방에서 포는 사촌 여동생이자 아내의 방에서 작업을 했어요 아주 격정적인 작업이었지요 그리고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전쟁과 내전, 불신과 검문, 폭력과 폭식, 기상이변에 광주민중항쟁 힌두쿠시 산맥 남쪽에서는 테러가 일어났고 애플은 아이패드를 내놓았지요 두바이유..

매일의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질문들

"And he said, "Who told you that you were naked? Have you eaten from the tree that I commanded you not to eat from?"(Genesis 3:11) "이르시되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알렸느냐 내가 네게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창 3:11) * 묵상 : 창세기 3장에는 에덴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를 중심으로 몇 가지 질문이 등장합니다. 1절에는 뱀이 여자인 하와에게 묻습니다.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하더냐?'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그 다음 질문은,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한 남자(아담)에게도 주어 먹게 한 후 눈이 밝아져 자신이 벗었음을 알고 부끄러워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