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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 신경림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 신경림 질척이는 골목의 비린내만이 아니다 너절한 욕지거리와 싸움질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이 깊은 가난만이 아니다 좀체 걷히지 않는 어둠만이 아니다 팔월이 오면 우리는 들떠오지만 삐꺽이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아니면 소줏집 통걸상에서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 외국의 어느 김빠진 야구 경기에 주먹을 부르쥐고 미치광이 선교사를 따라 핏대를 올리고 후진국 경제학자의 허풍에 덩달아 흥분하지만 이것들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이 쓸개 빠진 헛웃음만이 아니다 겁에 질려 야윈 두 주먹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서로 속이고 속는 난장만이 아니다 하늘까지 덮은 저 어둠만이 아니다 - 시집, (창작과 비평사, 1973) * 감상 : 신경림 시인. 19..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행동하는 믿음의 모습

"You see that a person is justified by what he does and not by faith alone."(James 2:24) "이로 보건대 사람이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고 믿음으로만은 아니니라"(약 2:24) * 묵상 : 야고보서의 이 말씀은 행위가 없는 믿음은 소용없다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자칫 '믿음으로 구원 얻는 성경의 핵심 메시지'(하박국 2:4, 롬1:17, 갈 3:11, 히 10:38)와 상반되는 것 같아서 오해가 되기도 하는 구절입니다. 야고보가 예로 든 '구제하는 일'과 믿음, 즉 가진 자들이 없는 자의 궁핍을 보고도 구제(행위)하지 않고 말로만 '따숩게 하라, 평안하라'하면 그 믿음은 헛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야고보 사도가 목회할 당시 그가 가장 뼈져리..

정직한 복음의 삶 살아내기

"With great power the apostles continued to testify to the resurrection of the Lord Jesus, and much grace was upon them all. There were no needy persons among them. For from time to time those who owned lands or houses sold them, brought the money from the sales and put it at the apostles' feet, and it was distributed to anyone as he had need."(Acts 4:33~35) "사도들이 큰 권능으로 주 예수의 부활을 증언하니 무리가 큰 은혜를..

삐딱하게 바라보기 그리고 좁은 문

"Enter through the narrow gate. For wide is the gate and broad is the road that leads to destruction, and many enter through it. But small is the gate and narrow the road that leads to life, and only a few find it."(Matt. 7:13~14)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 7:13~14) * 묵상 : 산상수훈에 있는 예수님의 이 가르침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삶 속에서 적용할 수 있을까. '..

울음통 - 최서림 / 허향숙

울음통 - 최서림 울룩불룩 균형이 안 잡힌 내 몸통에는 아담 이래 온갖 울음들이 꽉 들어차 있다. 술 취한 노아의 붉은 울음이 유전자로 내려오고 있다. 북방 초원의 밤바람소리 같은 울음이 알을 까고 있다. 황소같이 눈물 흘리는 아버지의 울음이 소리 죽이고 있다. 메마른 하천 밑을 흐르는 개울물 같은 어머니의 울음이 대를 이어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노란 리본이 별처럼 매달려 있는 부두에서 캄캄한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아버지들을 보면서도 울음이 터져 나오지 못해 숨이 턱, 턱, 막혀오는데, 가슴을 쥐어뜯으며 쏟아내어야만 살 것 같은데, 그 많던 눈물이 어디로 다 숨어버렸는지 꼬리조차 잡히지 않는다. 몸 안에서는 모래바람만 닳고 닳은 바위를 사납게 때린다. 새벽 비에 씻긴 쑥부쟁이, 구절초같이 내 영..

유전무죄 무전유죄

"But let justice roll on like a river, righteousness like a never-failing stream!"(Amos 5:24)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 5:24) * 묵상 :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습니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돈 있는 유력자들은 가볍게 죄를 묻든지 아니면 아예 기소 자체도 하지 않으면서, 돈이 없고 백도 없는 약자들에게는 강력한 법규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가혹하고 억울한 법 집행을 하는, 소위 '기울어 진 운동장에서의 게임'을 일컫는 말입니다. 아모스 선지자가 활동했던 시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의 이같은 죄와 불의를 본 그는 침묵할 수 없었습니다. 아모스는 '아름다운 ..

옛 야곱같은 삶을 벗고 '이스라엘'로 살기

"He himself went on ahead and bowed down to the ground seven times as he approached his brother. But Esau ran to meet Jacob and embraced him; he threw his arms around his neck and kissed him. And they wept."(Genesis 33:3~4) "자기는 그들 앞에서 나아가되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히며 그의 형 에서에게 가까이 가니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그와 입맞추고 서로 우니라"(창 33:3~4) * 묵상 : 한 부모에서 난 형제 자매라 할지라도 그 부모가 이 세상을 모두 떠나고 나면 서로 만나는 기회도 뜸해지고 또 특별..

하늘 나라에서 첫 째가 될 자격

"Sitting down, Jesus called the Twelve and said, "If anyone wants to be first, he must be the very last, and the servant of all."(Mark 9:35) "예수께서 앉으사 열두 제자를 불러서 이르시되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뭇 사람의 끝이 되며 뭇 사람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하시고"(막 9:35) * 묵상 : 예수님의 제자들은 삶의 현장 한 가운데서 직접 예수님이 하시는 행동 하나 하나를 통해서 '하늘 나라'를 배우고 있었지만 그 이해도는 더디고 또 한참 부족했습니다. 마가복음 9장에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겪은 다양한 사건들을 숨가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 야고보를 데리고 변화산에 ..

그렇게 하겠습니다 / 작은 이름 하나라도 - 이기철

그렇게 하겠습니다 - 이기철 내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나로 하여 슬퍼진 사람에게 사죄합니다 내 밟고 온 길 발에 밟힌 풀벌레에게 사죄합니다 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이 내 길 건너며 무표정했던 이웃들에 사죄합니다 내 작은 앎 크게 전하지 못한 교실에 내 짧은 지식 신념 없는 말로 강요했던 학생들에 사죄합니다 또 내일을 맞기 위해선 초원의 소와 순한 닭을 먹어야 하고 들판의 배추와 상추를 먹어야 합니다 내 한 포기 꽃나무도 심지 않고 풀꽃의 향기로움만 탐한 일 사죄합니다 저 많은 햇빛 공으로 쏘이면서도 그 햇빛에 고마워하지 않은 일 사죄합니다 살면서 사죄하면서 사랑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 시집, (민음사, 2005) * 감상 : 이기철 시인. 1943년 1월, 경남 거창군 가조면 석..

깨어있는 선지자의 자세로 살아가기

"Be assured, however, that if you put me to death, you will bring the guilt of innocent blood on yourselves and on this city and on those who live in it, for in truth the LORD has sent me to you to speak all these words in your hearing."(Jeremiah 26:15) "너희는 분명히 알아라 너희가 나를 죽이면 반드시 무죄한 피를 너희 몸과 이 성과 이 성 주민에게 돌리는 것이니라 이는 여호와께서 진실로 나를 보내사 이 모든 말을 너희 귀에 말하게 하셨음이라"(예레미야 26:15) * 묵상 : 하나님의 선지자 예레미야는 하..

잃어 버린 것을 다시 찾은 기쁨

"In the same way, I tell you, there is rejoicing in the presence of the angels of God over one sinner who repents." (Luke 15:10)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와 같이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면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 기쁨이 되느니라"(눅 15:10) * 묵상 : 누가복음 15장에는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기쁨'을 말하기 위해 세 가지의 비유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양 한 마리를 잃었다가 다시 찾은 주인의 기쁨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야기는 드라크마를 잃었다가 다시 찾은 여자의 기쁨이며,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탕자의 비유'입니다. 둘째 아들이 집을..

감자를 먹습니다 / 선물 - 윤이산

감자를 먹습니다 - 윤이산 또록또록 야무지게도 영근 것을 삶아놓으니 해토解土처럼 팍신해, 촉감으로 먹습니다 서로 관련 있는 것끼리 선으로 연결하듯 내 몸과 맞대어 보고 비교 분석하며 먹습니다 감자는 배꼽이 여럿이구나, 관찰하며 먹습니다 그 배꼽이 눈이기도 하구나, 신기해하며 먹습니다 호미에 쪼일 때마다 눈이 더 많아야겠다고 땅 속에서 캄캄하게 울었을, 길을 찾느라 여럿으로 발달한 눈들을 짚어가며 먹습니다 용불용설도 감자가 낳은 학설일 거라, 억측하며 먹습니다 나 혼자의 생각이니 다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옹심이 속에 깡다구가 들었다는 건 반죽해 본 손들은 다 알겠지요 오직 당신을 따르겠다₁₎는 그 일념만으로 안데스 산맥에서 이 식탁까지 달려왔을 감자의 줄기를 당기고 당기고 끝까지 당겨보면 열세 남매의 골..

믿음 이야기의 시작

"He took him outside and said, "Look up at the heavens and count the stars--if indeed you can count them." Then he said to him, "So shall your offspring be."(Genesis 15:5)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창 15:5) * 묵상 : 성경의 '믿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싯점은, 하나님께서 갈대아 우르에 살고 있던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을 그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도록 불러내는 데서부터 시작이 됩니다.(창 12:1) 그리고 이 때 아브라함의 나이는 정확하게 75세 였습니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 개최

"For we were all baptized by one Spirit into one body--whether Jews or Greeks, slave or free--and we were all given the one Spirit to drink."(1 Cor. 12:13)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고전 12:13) * 묵상 : 사도 바울은 고린도에 있는 성도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하나님의 성령으로 한 몸 한 지체가 된 교회 공동체'에 대해 유달리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당시 고린도 교회 안에는 서로 용납하지 못하고 또 반목하는 모습이 심각했던 모양입니다.(고전 1:12, 11:18) 오늘..

팔복, 그리고 하늘 나라 운동

"Blessed are you when people insult you, persecute you and falsely say all kinds of evil against you because of me. Rejoice and be glad, because great is your reward in heaven, for in the same way they persecuted the prophets who were before you."(Matt. 5:11~12)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마 5:11~12) * 묵상 : ..

그 여자, 기왓장 같은 여자 송윤옥 - 이은봉

그 여자, 기왓장 같은 여자 – 송윤옥 - 이은봉 두부두루치기 백반을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다. 리어카에서 파는 헐값의 검정 비닐구두 잘도 어울리던, 반주로 마신 몇 잔의 소주에도 쉽게 취하던, 마침내 암소를 끌고 가 썩은 사과를 바꿔 와도 좋다던, 맨몸으로도 좋다던 여자가 있었다. 한때는 자랑스럽게 고문진보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여자, 그 여자 기왓장 같은 여자 장독대 같은 여자 두부두루치기 같은 여자 맵고 짠 여자 가 있었다 어쩌다 내 품에 안기면 푸드득 잠들던 여자가 있었다. 신살구를 잘도 먹어치우던, 지금은 된장찌개 곧잘 끓이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여자… -시집 (북민, 2007) * 감상 : 이은봉 시인. 1953년 5월, 충남 공주군 장기면 당암리(현, 세종시)에서 태어났습니다. 대전 숭전..

늘 하던대로

"Now when Daniel learned that the decree had been published, he went home to his upstairs room where the windows opened toward Jerusalem. Three times a day he got down on his knees and prayed, giving thanks to his God, just as he had done before."(Daniel 6:10) "다니엘이 이 조서에 왕의 도장이 찍힌 것을 알고도 자기 집에 돌아가서는 윗방에 올라가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전에 하던 대로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그의 하나님께 감사하였더라"(단 6:10) * 묵상 : 구약 '다니엘서'에 ..

고넬료와 베드로의 만남

"He said to them: "You are well aware that it is against our law for a Jew to associate with a Gentile or visit him. But God has shown me that I should not call any man impure or unclean."(Acts 10:28) "이르되 유대인으로서 이방인과 교제하며 가까이 하는 것이 위법인 줄은 너희도 알거니와 하나님께서 내게 지시하사 아무도 속되다 하거나 깨끗하지 않다 하지 말라 하시기로"(행 10:28) * 묵상 : 누가는 사도행전을 기록하면서 특별히 하나의 에피소드를 마치 그림 속의 또 다른 액자와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 지배국이었던 강력한 로마 제국에서..

단 하나의 메시지

"Which of you fathers, if your son asks for a fish, will give him a snake instead? Or if he asks for an egg, will give him a scorpion?"(Luke 11: 11~12) "너희 중에 아버지 된 자로서 누가 아들이 생선을 달라 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며 알을 달라 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눅 11:11~12) * 묵상 : 누가복음 11장에는 기도에 대한 가르침을 재미난 비유 하나를 들어 소개하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친구가 갑자기 찾아 왔지만 먹일 게 없어 옆에 있는 벗에게 밤중에 가서 떡 세 덩이를 꿔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벗이 이미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지금은 곤란하다고 말 할 때,..

신세계 / 독자에게 온 편지 - 아담 자가예프스키

신세계 - 아담 자가예프스키 내가 답장을 보내지 않은 편지들은 저들끼리 서신 교환을 하고 있다 읽지 않은 책들은 일곱 개의 상처를 펼쳐 보인다 세상 한가운데 살려면 모든 것에 의지해야 하는 법 죽은 자들은 산 자들이 너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별하기를 그만두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정말로 모르겠다 시골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아직도 살아 있는지 그의 셀 수 없는 희생자들이 살아 있는지 자기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을 병원으로 위문 간 토마스 만이 아직 살아 있는지 드로호비츠₁₎의 유대 성인이 오늘날 누구인지 너무나 사랑해서 결국은 결혼하지 못한 위대한 고행자들의 약혼녀들은 어디 있는지 하지만 너는 살아 있다 이 세상 한가운데에 네 오른쪽에는 죽은 사람들이 있고 산 사람들은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