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이재무 십일월은 의붓자식 같은 달이다. 시월과 십이월 사이에 엉거주춤 껴서 심란하고 어수선한 달이다 난방도 안 들어오고 선뜻 내복 입기도 애매해서 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이다 더러 가다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메인은 시월이나 십이월에 다 빼앗기고 그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허드레 행사나 치르게 되는 달이다 괄호 같은 부록 같은 본문의 각주 같은 산과 강에 깊게 쇄골이 드러나는 달이다 저녁 땅거미 혹은 어스름과 잘 어울리는 십일월을 내 영혼의 별실로 삼으리라 - 시집, (천년의시작, 2017) * 감상 : 이재무 시인. 1958년 충남 부여에서 출생했습니다.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1983년 , , 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