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400

가을날 - 릴케

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命)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 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릴케가 쓴 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다고 고백하는 시인은 이제, 과일들이 무르익는 가을을 맞아 이 세상을 주관하는 창조주께 겸허한 기도를 드립니다. "주여 이제는 지난 여름의 작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