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바다에 누워 - 박해수

석전碩田,제임스 2019. 2. 1. 06:55

바다에 누워   

 

- 박해수  

 

내 하나의 목숨으로 태어나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을 바라본다   

설익은 햇살이 따라오고   

젖빛 젖은 파도는 눈물인들 씻기워 간다   

일만(一萬)의 눈초리가 가라앉고   

포물(抛物)의 흘러 움직이는 속에  

뭇 별도 제각기 누워 잠잔다   

마음은 시퍼렇게 흘러 간다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가 될까   

물살이 퍼져감은   

만상(萬象)을 안고 가듯 아물거린다  

마음도 바다에 누워 달을 보고 달을 안고   

목숨의 맥()이 실려간다   

나는 무심(無心)한 바다에 누웠다   

어쩌면 꽃처럼 흘러가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외로이 바다에 누워 이승의 끝이랴 싶다.  

 

- 시집바다에 누워(심상사,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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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뉴질랜드 여행 열흘 째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친구의 말대로 사진을 잘 찍어서가 아니라 가는 곳마다, 보는 것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지 않은 게 없으니 멋진 사진이 찍힐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친구가 가장 아끼면서 더 많이 알려지면 혹시 손을 타게 될까봐 고이 숨겨두고 싶다는 장소들을 하나 하나 둘러보면서 연신 감탄사와 그에 맞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는 순간이 자꾸 늘어가고 있습니다  

 

베델스 비치와 영화 <피아노>를 찍었다는 까레까레 해변에서는 높은음자리가 부른 '저 바다에 누워'라는, 85MBC 대학 가요제에서 대상을 탔던 그 노래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동시에 저절로 우리 입에서 터져나왔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높은 음자리의 멤버, 가수 임은희가 친구와는 잘 아는 사이인 대학 동기 '누나'였다고 하니 세상은 참 좁은 것 같습니다  

 

사실, 박해수 시인의 이 시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높은 음자리가 시인에게는 얘기도 하지 않고 곡을 붙여 노래로 부르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졌고, 덩달아 시인도 일약 유명세를 탄 경우입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뉴질랜드 여행을 떠나던 날인 지난 121일이 이 시인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지 꼭 4 주기가 되는 날이었더군요  

 

그의 시에는 간이역 등 수많은 역들이 등장합니다.시인이 좀 더 오래 살아서 멀리 뉴질랜드에 여행을 와 이곳 베델스비치를 알게 되었다면 오클랜드의 다운타운에서 기차로도 접근할 수 있는 이곳 바다를 맘껏 노래했을 뿐 아니라, 마지막 종점역인 <Swanson>() 멋진 카페에 앉아 '외로움을 달래는 한 마리 물 새'가 되어 명품 시를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석전(碩田)  

 

1948년 대구출생  

1964년 대륜고등 재학 중 시집 <꽃의 언어>를 낸 후 꾸준히 시집을 냈습니다  

1980<바다에 누워  

1986<서 있는바다  

1989<걸어서 하늘까지  

1990<자유꽃><스물의 화약냄새  

1992<별속에 사람이 산다  

2000<사람이 아름다워  

2002<죽도록 그리우면 기차를 타라> <죽도록 외로우면 기차를 타라  

2011<시 천국에 살다  

2012<맨발로 하늘까지> 

 

10회 대구문학상을 수상하고 대구가톨릭 문인회 회장을 역임한 경상도 출신 시인입니다  

 

* Swanson Station Cafe -   

760 Swanson Rd, Swanson, Auckland 0612   

09-833 9999   

http://maps.app.goo.gl/xW7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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