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토닥토닥 - 김재진

석전碩田,제임스 2018. 8. 8. 18:16

토닥토닥   


                         -  김재진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하고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거라고

토닥거리다 잠든다

 

* 시 감상 : 토닥토닥은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지친 영혼에 전하는 따듯한 위로입니다.

어린시절 마음에 생채기가 나면 어머니는 저를 당신의 무릎에 눕게하고 어깨를 토닥이시며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주셨습니다이제 다시는 그런 위안을 받을 수 없겠지만 그 기억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입으로 되뇌이는 것 만으로도.

 

오늘, 점심 시간에 대학 동창과 함께 학교 앞에서 식사를 같이 하고, 시원한 커피 숍에 앉아 한참 서로의 간증을 나누며 토닥 토닥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는, 현대 중공업에서 32년을 근무하다가, 자기가 원치 않는 때인 2년 전, 갑자기 명예퇴직으로 밀려나왔습니다. 아직도 그 황망스런 퇴진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마음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포 어느 아파트에서, 재 취직이 필요해 일자리를 구하는 중에 있습니다.

 

32년을 근무하고 나온 사람에게, 집에서 쉬는 기간이 길어진다고 "그동안 당신 일하느라 수고했어. 이제 맘 편히 쉬어"라고 말해 주지 못하는 아내가 섭섭하고, 조그만 중소기업에 취직 해서 팔아야 할 물건을 들고 형제에게 용기 내서 갔더니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너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느냐"고 핀잔을 하는 친족에게 받는 상처는 너무도 큰 상처입니다. 토닥 토닥이 너무도 필요한 친구.

 

그런데, 이 친구가 매일 새벽 기도를 하면서, 깨닫는 말씀 말씀이 내게는 마치 하나님의 음성같이 콕콕 찔려 도전이 되면서 토닥 토닥 격려와 힘이 되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나 혼자만 있는 것 같고, 망망대해 외로운 사투를 하며 나아가는 항해인 것 같지만, 아직도 무릎을 꿇지 않은 칠천 명을 숨겨 둔 은혜의 하나님을 바라보며 또 토닥 토닥.

 

힘냅시다.

그리고 서로 토닥토닥...토닥토닥...입으로 되뇌이는 것 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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