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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 릴케 /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 놓아주소서. 막바지 열매들을 영글게 하시고, 하루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베푸시어, 영근 포도송이가 더 온전하게 무르익게 하시고, 짙은 포도주 속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해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 이상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오래도록 그렇게 남아, 잠자지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낙엽이 떨어져 뒹굴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1902년 파리에서 Herbsttag - Rainer Maria Rilke Herr; es ist Zeit. Der ..

손뼉치는 나무

"You will go out in joy and be led forth in peace; the mountains and hills will burst into song before you, and all the trees of the field will clap their hands. Instead of the thornbush will grow the pine tree, and instead of briers the myrtle will grow. This will be for the LORD's renown, for an everlasting sign, which will not be destroyed."(Isaiah 55:12~13) "너희는 기쁨으로 나아가며 평안히 인도함을 받을 것이요 산들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자의 것

"People were bringing little children to Jesus to have him touch them, but the disciples rebuked them. When Jesus saw this, he was indignant. He said to them, "Let the little children come to me, and do not hinder them, for the kingdom of God belongs to such as these."(Mark 10:13~14) "사람들이 예수께서 만져 주심을 바라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매 제자들이 꾸짖거늘 예수께서 보시고 노하시어 이르시되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

더 크시고 강한 하나님

"He reached down from on high and took hold of me; he drew me out of deep waters."(Psalms 18:16) "그가 높은 곳에서 손을 펴사 나를 붙잡아 주심이여 많은 물에서 나를 건져내셨도다"(시 18:16) * 묵상 : 시편 18편은 하나님을 향한 다윗의 신앙 고백이 가득 담긴 시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 다윗의 주위에는 강하고 교묘한 원수들이 참 많았지만, 그가 의지하는 하나님은 이들보다 더 강하고 위대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하나님은 "반석이시요 요새시며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하나님이며 내가 그 안에 피할 바위요 방패시며 구원의 뿔이며 산성'(2절)이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오늘 묵상하는 말씀에서와 같이 삶에 덮친 '홍수'..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

"How good and pleasant it is when brothers live together in unity! It is like precious oil poured on the head, running down on the beard, running down on Aaron's beard, down upon the collar of his robes. It is as if the dew of Hermon were falling on Mount Zion. For there the LORD bestows his blessing, even life forevermore."(Psalms 133)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 머리 위에 부은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만민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 선교의 핵심

"And the LORD commanded the fish, and it vomited Jonah onto dry land."(Jonah 2:10) "여호와께서 그 물고기에게 말씀하시매 요나를 육지에 토하니라"(욘 2:10) * 묵상 : 구약의 요나서는 아주 짧은(4장) 이야기이지만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힌트들이 가득 담긴 귀한 성경입니다. 요나는 선지자였지만, 세상 만민의 하나님보다는 오직 이스라엘 백성의 하나님에게 더 충성했던 듯합니다. 하나님께서 요나에게 니느웨로 가서 외치라(욘 1:2)고 하셨을 때, 그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는 배을 탔습니다. 그 이유는 니느웨는 그가 미워하는 앗수르인들의 도시였기 때문입니다. 앗수르인들은 과거 이스라엘을 괴롭혔고, 이스라엘의 북방에 살고 있던 동족 지파들..

마음의 오지 - 이문재

마음의 오지 - 이문재 탱탱한 종소리 따라나가던 여린 종소리 되돌아와 종 아래 항아리로 들어간다 저 옅은 고임이 있어 다음날 종소리 눈뜨리라 종 밑에 묻힌 저 독이 더 큰 종 종소리 그래서 그윽할 터 그림자 길어져 지구 너머로 떨어지다가 일순 어둠이 된다 초승달 아래 나 혼자 남아 내 안을 들여다보는데 마음 밖으로 나간 마음들 돌아오지 않는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던 마음들 아침은 멀리 있고 나는 내가 그립다 - 시집, (문학동네, 1999) * 감상 : 이문재 시인. 1959년 경기도 김포(지금은 행정구역상 인천시 서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82년 4집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생태적 상상력’의 시인, 즉 ‘생태 시’로 잘 알려 진 그는 김달진문학상, ..

환난 때의 '요새'이신 하나님

"The LORD is a refuge for the oppressed, a stronghold in times of trouble. Those who know your name will trust in you, for you, LORD, have never forsaken those who seek you."(Psalms 9:9~10) "여호와는 압제를 당하는 자의 요새이시요 환난 때의 요새이시로다 여호와여 주의 이름을 아는 자는 주를 의지하오리니 이는 주를 찾는 자들을 버리지 아니하심이니이다"(시 9 : 9~10) * 묵상 :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이 삶 속에서 직접 경험한 하나님의 모습을 기억하고 그 때 그 상황에서 함께 해 주셨던 하나님의 이름을 마음 속에 간직하게 됩니다. 오늘 묵상하는 시편 ..

긍휼한 마음

"Get rid of all bitterness, rage and anger, brawling and slander, along with every form of malice."(Ephe. 4:31) "모든 악독과 격정과 분노와 소란과 욕설은 모든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엡 4:31, 새번역) * 묵상 : 에베소 교회 성도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사도 바울은 '분노로 가득찬 복수'를 하지 않고도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지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동번역 성경은 오늘 묵상하는 구절을 이렇게 번역하고 있습니다. '모든 독설과 격정과 분노와 고함 소리와 욕설 따위는 온갖 악의와 더불어 내어버리십시오.'(공동번역) 그리고 이런 파괴적인 방식을 포기하면 하나님의 성령은 우리가 새로운 관점에서 상황을..

교회의 주춧돌, 예수

"And I tell you that you are Peter, and on this rock I will build my church, and the gates of Hades will not overcome it."(Matt. 16:18)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 16:18) * 묵상 : 베드로가 '예수님은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하자 예수님은 벅찬 반응을 보이시며 '이 진리를 너로 하여금 고백하게 한 것은 인간의 지식이나 지혜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라고 감격해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하셨던 말씀이 오늘 묵상하는 구절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공생애 사역을 시작하실 때 이미..

작은 구멍

"Like a city whose walls are broken down is a man who lacks self-control."(Proverbs 25:28) "자기의 마음을 제어하지 아니하는 자는 성읍이 무너지고 성벽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잠 25:28) * 묵상 : 성벽에 생긴 아주 작은 구멍일지라도, 그곳을 통해 침입자가 들어와 성읍 전체가 적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바로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 작은 구멍에 해당하는 것이 '자기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임을 언급하는 구절입니다. 성경 잠언에 씌여진 많은 교훈들은 '절제'에 관한 말씀들입니다. 잠언 기자는 '꿀을 보거든 족하리만큼 먹으라'(25:16)고 교훈합니다. 성급함이나 시기, 탐심과 같은 '작은 구멍..

승자 독식 - ABBA

The Winner Takes It All 승자독식, 이긴 사람이 다 가져요 - ABBA I don't wanna talk About things we've gone through 난 우리가 겪은 일들을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Though it's hurting me Now it's history 그것들이 나를 아프게 해도 이제 그것들은 지나간 일이니까요 I've played all my cards And that's what you've done too 난 내가 할 건 다했어요 그리고 당신도 마찬가지고요 Nothing more to say No more ace to play 더 시상 할 말도 없어요 해야 할 것은 뭐든지 다 했으니까요 The winner takes it all 승자 독식이죠 The los..

시련, 인내 그리고 면류관

"Blessed is the man who perseveres under trial, because when he has stood the test, he will receive the crown of life that God has promised to those who love him."(James 1:12) "시험을 참는 자는 복이 있나니 이는 시련을 견디어 낸 자가 주께서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면류관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라"(약 1:12) * 묵상 : 성경의 야고보서는 종종 다른 성경의 어조와 많이 달라서 언뜻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구절이 등장하곤 합니다. 가령, '행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2:17)'이라고 한 부분이나, '행함이..

'그 성경', '그 마음'

"Then the king called together all the elders of Judah and Jerusalem. He went up to the temple of the LORD with the men of Judah, the people of Jerusalem, the priests and the Levites--all the people from the least to the greatest. He read in their hearing all the words of the Book of the Covenant, which had been found in the temple of the LORD."(2 Chronicles 34:29~30) "왕이 사람을 보내어 유다와 예루살렘의 모든 장로..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

"Let us not give up meeting together, as some are in the habit of doing, but let us encourage one another--and all the more as you see the Day approaching."(Hebrews 10:25)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 10:25) * 묵상 : 히브리서를 쓴 성경 기자는 당시 새롭게 믿음의 길에 들어선 성도들에게,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하나가 되는 것'을 언급하면서 장차 하나님의 성소에 담대하게 들어가는, 그 놀라운 소망의 날이 가까와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도리의 소..

영목에서 - 윤중호

영목에서 - 윤중호 ​어릴 때는 차라리, 집도 절도 피붙이도 없는 처량한 신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뜬구름처럼 아무 걸림 없이 떠돌다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칼날 같은 세상의 경계에 서고 싶은 적이 있었다. 자유라는 말, 정의라는 말, 노동이라는 말, 그리고 살 만한 세상이라는 말, 그 날 위에 서서 스스로 채찍질하며 고개 숙여 몸을 던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귀신이 펑펑 울 그런 해원의 詩를 쓰고 싶었다. 천년의 세월에도 닳지 않을, 언뜻 주는 눈길에도 수만 번의 인연을 떠올려 서로의 묵은 업장을 눈물로 녹이는 그런 詩. 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야, 지게 작대기 장단이 그리운 이 나이가 되어서야, 고향은 너무 멀고 그리운 사람들 하나둘 비탈에 묻힌 이 나이가 되어서야, 돌아..

이렇게 나는 오늘도 - 김동리

이렇게 나는 오늘도 - 김동리 오늘 아침엔 월급 봉투로 연탄을 들이고 어저께는 문인협회의 위원에 뽑혔습니다 내일엔 다방에 나가 악수를 널어 놓고 저녁때엔 어느 편집장과 술을 마실 예정입니다 지난해엔 둘째 아이의 임파선 수술을 보았고 이달엔 ‘섰다’에 미쳐 밤을 새고 다닙니다 시는 어려서부터 일찍이 손을 대인 것 소설은 약관에 이미 당선이 되었지만 아직 어느 나무 그늘 아래도 내 마음 쉴 의자 하나 놓여 있지 않습니다 봅소서, 나를 지키는 그대의 맑은 눈동자 앉으나 서나 가나 머무나 언제 어디서고 나에게서 떠남 없는 그대의 영원한 눈길이여 이제 나는 머리가 벗겨지고 등이 굽은 채 서울역이나 서대문 가는 전차를 잡으려고 동대문 모퉁이를 헐떡이며 돌아가고 있습니다 봅소서, 이렇게 나는 오늘도 찬 바람 흐린 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