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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어둠, 악인의 길

"The path of the righteous is like the first gleam of dawn, shining ever brighter till the full light of day. But the way of the wicked is like deep darkness; they do not know what makes them stumble."(Proverbs 4:18~19) "의인의 길은 돋는 햇살 같아서 크게 빛나 한낮의 광명에 이르거니와 악인의 길은 어둠 같아서 그가 걸려 넘어져도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느니라"(잠 4:18~19) * 묵상 : 구약성경의 잠언서는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임을 후손에게 가르치는 책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의인의 삶과 그렇지 않은 악인의 ..

바울과 디모데의 만남

"Don't let anyone look down on you because you are young, but set an example for the believers in speech, in life, in love, in faith and in purity. Until I come, devote yourself to the public reading of Scripture, to preaching and to teaching."(1 Tim. 4:12~13) "누구든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고 오직 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있어서 믿는 자에게 본이 되어 내가 이를 때까지 읽는 것과 권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에 전념하라"(딤전 4:12~13) * 묵상 : 디모데는 바울이 전도 여행을 ..

1년 만에 연남동 이웃을 만나다

연휴 마지막 날, 1년 전 떠났던 예전에 살던 연남동 집에 가서 이웃사촌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았던 2층 단독 주택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근사한 빌딩이 이미 들어섰지만, 양 옆집에 사는 이웃들은 여전히 살고 계셔서 이런 만남도 가능했습니다. 바로 앞, 또 다른 이웃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만나지 못했던 지난 1년 간 각자 겪은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누구 한 분도 그저 평온한 사연이 없었습니다. 남편이 대수술을 여러 차례 해야할 정도로 사경을 헤맸다는 왼쪽 옆집 아주머니의 그간의 고생담을 듣다가, 아내가 치매 증상으로 꼼짝 못하고 집안 살림에 매달리고 있다는 오른쪽 옆집 아저씨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당장 아주머니 얼굴도 한번 보자면서 불러냈는데, 초췌한 모습이 1년 전의 그 ..

눈사람 자살사건 - 최승호

눈사람 자살 사건 - 최승호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듯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하나님의 '포이에마', 걸작품

"For we are his workmanship, created in Christ Jesus unto good works, which God hath before ordained that we should walk in them."(Eph.2:10, KJV)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엡 2:10) * 묵상 : 오늘 묵상하는 말씀에서,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기 전에는 우리가 '허물과 죄로 죽었던' 존재였고, '이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르던 본질상 진노의 자녀'였지만(엡 2: 1~3), '이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새롭게 만든 '걸..

2023년 긴 한가위 추석 명절을 보내며...

한가위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아니, 정확하게 질문하자면 추석 명절은 잘 보내고 계신지요? 주변에는 전통적인 명절 나기 방식으로 시골 고향에 다녀오느라 내려가는데 10시간, 올라오는데 10시간이 걸렸다고 투덜대는 친구도 있고, 어떤 친구는 모처럼의 긴 연휴를 이용하여 가족 단위로 국내 또는 해외로 나들이를 떠난 친구들도 꽤 있더군요. 어떻게 보내든 명절 풍속도가 예전같지 않게 많이 다라진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조용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명절 전에는, 늘 하던대로 LA 갈비와 육개장을 넉넉히 준비하고 우리가 먹을 전을 부치는 일, 그리고 명절에 주고 받을 조그만 증정용 선물을 미리 구매해두는 일 등으로 조금 바쁘지만, 명절 바로 전날과 당일은 조용하게 지내는 편입니다. 올 추석에는..

기생 라합을 들어 쓰신 하나님

"Then Joshua son of Nun secretly sent two spies from Shittim. "Go, look over the land," he said, "especially Jericho." So they went and entered the house of a prostitute named Rahab and stayed there."(Joshua 2:1)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싯딤에서 두 사람을 정탐꾼으로 보내며 이르되 가서 그 땅과 여리고를 엿보라 하매 그들이 가서 라합이라 하는 기생의 집에 들어가 거기서 유숙하더니"(수 2:1) * 묵상 : 이스라엘 민족을 이끄는 지도자로 새로 세움을 받은 여호수아는 자신의 사명을 잘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여리고성을 공격..

너희는 많이 선생이 되지 말라

"Not many of you should presume to be teachers, my brothers, because you know that we who teach will be judged more strictly."(James 3:1) "내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저마다 선생이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 가르치는 사람들은 더 엄한 심판을 받게 됩니다."(약 3:1, 공동번역) * 묵상 :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하는 '행동의 믿음'을 강조한 야고보 사도는 오늘 묵상하는 말씀에서 남을 가르치려고 하는 '선생'이 되려고 하지 말라고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가르치는 사람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더 엄한 심판을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한 후 곧바로, '..

포도원을 허무는 작은 여우들...

"Catch for us the foxes, the little foxes that ruin the vineyards, our vineyards that are in bloom."(Song of songs 2:15)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라"(아 2:15) * 묵상 : 구약 성경의 '아가서'는 연인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묘사함으로써 하나님과 사람간의 사랑 관계를 은유적으로 그려낸 시가서(詩歌書)입니다. 오늘 묵상하는 구절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은밀한 사랑을 나눌 꽂이 가득한 정원을 망쳐버릴 동물들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있는 말씀입니다. 사랑하는 자, 그가 자신의 연인에게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고 ..

'하갈'의 이름을 부르시고 살피셨던 하나님

"The angel of the LORD found Hagar near a spring in the desert; it was the spring that is beside the road to Shur. And he said, "Hagar, servant of Sarai, where have you come from, and where are you going?" "I'm running away from my mistress Sarai," she answered."(Genesis 16:7~8) "여호와의 사자가 광야의 샘물 곁 곧 술 길 샘 곁에서 그를 만나 이르되 사래의 여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그가 이르되 나는 내 여주인 사래를 피하여 도망하나이다"(창 16:7~8) * 묵상 ..

노래와 이야기 / 깽깽이풀 - 최두석

노래와 이야기 - 최두석 노래는 심장에, 이야기는 뇌수에 박힌다 처용이 밤늦게 돌아와, 노래로써 아내를 범한 귀신을 꿇어 엎드리게 했다지만 막상 목청을 떼어 내고 남은 가사는 베개에 떨어뜨린 머리카락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하지만 처용의 이야기는 살아남아 새로운 노래와 풍속을 짓고 유전해 가리라 정간보가 오선지로 바뀌고 이제 아무도 시집에 악보를 그리지 않는다 노래하고 싶은 시인은 말 속에 은밀히 심장의 박동을 골라 넣는다 그러나 내 격정의 상처는 노래에 쉬이 덧나 다스리는 처방은 이야기일 뿐 이야기로 하필 시를 쓰며 뇌수와 심장이 가장 긴밀히 결합되길 바란다. - 시집 (문학과지성사, 1984) * 감상 : 최두석 시인. 1956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와 동 대학원에..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Jesus straightened up and asked her, "Woman, where are they? Has no one condemned you?" "No one, sir," she said. "Then neither do I condemn you," Jesus declared. "Go now and leave your life of sin."(John 8:10~11) "예수께서 일어나사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여자여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 대답하되 주여 없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시니라"(요 8:10~11) * 묵상 :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여자를 끌고와서 서기관과 바리..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사람

"the world was not worthy of them. They wandered in deserts and mountains, and in caves and holes in the ground. These were all commended for their faith, yet none of them received what had been promised."(Heb. 11:38~39)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느니라) 그들이 광야와 산과 동굴과 토굴에 유리하였느니라 이 사람들은 다 믿음으로 말미암아 증거를 받았으나 약속된 것을 받지 못하였으니"(히 11:38~39) * 묵상 : '믿음장'이라는 별칭이 붙은 히브리서 11장은 성경의 위대한 믿음의 인물들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우리가 모르..

양반다리 / 시를 위한 진화론 - 박일환

양반다리 - 박일환 내 고향은 충청도 멍청도라 불리기도 하지만 양반의 고향이라는 말도 있지 그래서 내가 양반다리하고 앉는 걸 좋아하는 걸까? 나는 순천 박씨 박혁거세를 먼 조상으로 하고 사육신의 한 명인 박팽년파에 속한다지만 아무래도 나는 우리 집 족보가 가짜인 것만 같아 비록 양반다리 자세를 좋아하긴 해도 상놈 출신이라고 해야 더 멋지고 당당할 것 같은데 시제(時祭)에 가서 두루마기 입은 어른들 보면 가짜 족보 아니냐는 말은 차마 꺼내기도 어려운 상황 양반다리 슬쩍 풀면서 조선 오백 년이 길었다며 한탄하고 양반다리 대신 책상다리라는 말을 쓰자고 해봤자 민중은 개돼지라는 출세한 자의 말 한마디에 무너지고 마는 형국 그러니 어쩌겠는가 개돼지임을 인정하고 한평생 엎드려 살며 사람이 개돼지보다 나은 게 뭐냐고..

제사장이 입는 옷

"Make sacred garments for your brother Aaron, to give him dignity and honor. Tell all the skilled men to whom I have given wisdom in such matters that they are to make garments for Aaron, for his consecration, so he may serve me as priest."(Exodus 28:2~3) "네 형 아론을 위하여 거룩한 옷을 지어 영화롭고 아름답게 할지니 너는 무릇 마음에 지혜 있는 모든 자 곧 내가 지혜로운 영으로 채운 자들에게 말하여 아론의 옷을 지어 그를 거룩하게 하여 내게 제사장 직분을 행하게 하라"(출 28:2~3) * 묵상 : 구..

질문, 관계 형성의 첫 걸음

"What do you want me to do for you?" "Lord, I want to see," he replied. Jesus said to him, "Receive your sight; your faith has healed you."(Luke 18:41~42)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이르되 주여 보기를 원하나이다 예수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보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하시매"(눅 18:41~42) * 묵상 : 누가복음 18장에는 예수께서 여리고에 가까이 가셨을 때 길에서 맹인을 고쳐 준 사건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본문(35~43절)이 있습니다.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그를 만났을 때 예수께서 하셨던 질문입니다.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어찌보면 물어보나마..

너희는 가만히 있어

"Be still, and know that I am God; I will be exalted among the nations, I will be exalted in the earth."(Psalms 46:10) "이르시기를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내가 뭇 나라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내가 세계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하시도다"(시 46:10) * 묵상 : 오늘 묵상하는 말씀에서 시인은 뭔가를 하려고 발버둥을 치기 보다는 '잠깐 손을 멈추고(새번역)' 하나님이 세상 모든 일의 주권자임을 알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면에서 주권적으로 일하시는지를 가만히 따져보라는 것입니다. '뭇 나라가 떠들며 왕국이 흔들렸으며', '그가 소리를 내시매 땅이 녹고', '그가 땅을 황무지..

시편 37편, 곡조가 있는 노래시

"Commit your way to the LORD; trust in him and he will do this: He will make your righteousness shine like the dawn, the justice of your cause like the noonday sun. Be still before the LORD and wait patiently for him; do not fret when men succeed in their ways, when they carry out their wicked schemes."(psalms 37:5~7)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 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 같이 하시리로다 여호와 앞에 잠잠하..

지그시 / 시 안 쓰는 시인들 - 김해자

지그시 - 김해자 소나기 몇 줄금 지나간 어스름 옥수수 몇 개 땄지요 흘러내리는 자주와 갈빛 섞인 수염, 아무렇게나 겹겹 두른 거친 옷들 한 겹 두 겹 벗기다 그만 그의 연한 병아리 빛 속 털 보고 만 것인데 무게조차도 없이 그저 지그시, 알알이 감싸고 있는 한없이 보드라운 속내 만지고 만 것인데요, 진안 동향면 지나다 왜가리 숲 아주 오랫동안 바라본 적 있어요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왜가리들, 꼼짝 않고 있는 새들은 모두 알을 품고 있었죠 폭우가 쏟아져도 한 자리에서 지그시, 입과 날개 거두고 지그시, 소중한 것 깊이 품어본 자들은 알죠 왜 한없이 엎드릴 수밖에 없는지, 왜 한사코 여리고 보드라워질 수밖에 없는지, 왜 하염없이 그를 감싸줄 수밖에 없는지, 사랑은 그런 것이다, 지그시 덮어주는 일에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