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1년 만에 연남동 이웃을 만나다

석전碩田,제임스 2023. 10. 4. 10:57

연휴 마지막 날, 1년 전 떠났던 예전에 살던 연남동 집에 가서 이웃사촌들을 만났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았던 2층 단독 주택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근사한 빌딩이 이미 들어섰지만, 양 옆집에 사는 이웃들은 여전히 살고 계셔서 이런 만남도 가능했습니다.

바로 앞, 또 다른 이웃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만나지 못했던 지난 1년 간 각자 겪은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누구 한 분도 그저 평온한 사연이 없었습니다.

남편이 대수술을 여러 차례 해야할 정도로 사경을 헤맸다는 왼쪽 옆집 아주머니의 그간의 고생담을 듣다가, 아내가 치매 증상으로 꼼짝 못하고 집안 살림에 매달리고 있다는 오른쪽 옆집 아저씨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당장 아주머니 얼굴도 한번 보자면서 불러냈는데, 초췌한 모습이 1년 전의 그 생기발랄함은 온데간데 없더군요. 78세, 80세, 그리고 83세...백세 시대라고 하지만 '팔순'이라는 나이는 우리 인생에 있어서 넘어야 할 큰 산임에는 틀림없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같은 골목 안에서 함께 지내온 '이웃사촌'들이 모처럼 다시 만나 시름을 내려놓고 잠시라도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얼마나 좋던지요! 모두 건강을 잘 지켜 이런 우정의 만남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석전(碩田)

(뒷 배경으로 찍힌 건물은, 내가 살던 주택이 헐리고 새로 들어선 빌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