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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에 대한 숙고 - 정한용

좌우에 대한 숙고 - 정한용 몇 년 전부터 노안인가 싶더니, 이젠 안경이 잘 안 맞는다. 양쪽이 서로 어긋난다. 왼쪽으로 보는 세상은 흐리지만 부드럽고 따뜻한데, 오른쪽으로 보는 세상은 환하지만 모가 나고 차갑다. 둘 사이의 불화와 냉전에 속앓이가 심했는데, 알고 보니 오래 쌓인 원한이 있었다. 수구와 진보의 싸움은 식상한 것이 되었고, 훈구와 사림의 대립도 짓물렀다. 정상과학을 두고 벌인 칼 포퍼와 토마스 쿤의 논쟁에 대해서는 논문으로 까발린 적도 있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고 리영희 선생께서 일갈했지만, 나는 차라리 두 세상을 따로국밥처럼 몸속에 나눠놓고 살겠다. 왼쪽 눈이 쓰린 날은 막걸리에 해물파전을 먹고, 오른쪽 눈이 부신 날은 소주에 삼겹살을 먹겠다. - 시집 (문학동네, 2015) * 감상 ..

새 하늘과 새 땅

"And I heard a loud voice from the throne saying, "Now the dwelling of God is with men, and he will live with them. They will be his people, and God himself will be with them and be their God. He will wipe every tear from their eyes. There will be no more death or mourning or crying or pain, for the old order of things has passed away."(Rev. 21:3~4)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

성경 속, 세 개의 질문

"Then the LORD said to Cain, "Where is your brother Abel?" "I don't know," he replied. "Am I my brother's keeper?"(Genesis 4:9)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가 이르되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창 4:9) * 묵상 : 신구약 성경 전체에서 오늘 묵상하는 구절에 나오는 가인의 물음과 같이, 그 대답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어쩌면 역사가 뒤바꿔질 수도 있는 의미있는 질문이 몇 개 있습니다.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그 첫번째에 해당하는 질문으로, '내가 가인을 지키는 자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성경 전체를 통해서 하나님은 분명하게 '그렇다'는 말씀을 하시..

얼굴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드러내는 삶

"And we, who with unveiled faces all reflect the Lord's glory, are being transformed into his likeness with ever-increasing glory, which comes from the Lord, who is the Spirit."(2 Cor. 3:18) "우리는 모두 너울을 벗어버리고, 주님의 영광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주님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하여, 점점 더 큰 영광에 이르게 됩니다. 이것은 영이신 주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고후 3:18, 새번역) * 묵상 :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구약의 배경을 알아야 바울이 말하는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는 고린도에 있는 성도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구월이 오면구월의 강가에 나가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뒤따르는 강물이앞서가는 강물에게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그때 강둑 위로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가을이 아름다워지고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사람이 사는 마을에서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그 무엇이 되어야 ..

전적 은혜, 그리고 복음

"You foolish Galatians! Who has bewitched you? Before your very eyes Jesus Christ was clearly portrayed as crucified. I would like to learn just one thing from you: Did you receive the Spirit by observing the law, or by believing what you heard?"(Galatians 3:1~2) "어리석도다 갈라디아 사람들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이 너희 눈 앞에 밝히 보이거늘 누가 너희를 꾀더냐 내가 너희에게서 다만 이것을 알려 하노니 너희가 성령을 받은 것이 율법의 행위로냐 혹은 듣고 믿음으로냐"(갈 3:1~2..

작은 두려움과 막막함도 들으시는 하나님

"Can a mother forget the baby at her breast and have no compassion on the child she has borne? Though she may forget, I will not forget you! See, I have engraved you on the palms of my hands; your walls are ever before me."(Isaiah 49:15~16)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너의 성벽이 항상 내 앞에 있나니"(사 49:15~16) * 묵상 :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자신의 ..

사무원 - 김기택 / 사직서 쓰는 아침 - 전윤호

사무원 - 김기택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損益管理大藏經(손익관리대장경)과 資⾦收⽀⼼經(자금수지심경) 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산 부실채권 등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종의 자세로 말씀 청종하기

"The LORD came and stood there, calling as at the other times, "Samuel! Samuel!" Then Samuel said, "Speak, for your servant is listening."(1 Samuel 3:10) "여호와께서 임하여 서서 전과 같이 사무엘아 사무엘아 부르시는지라 사무엘이 이르되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하니"(삼상 3:10) * 묵상 :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네번째 부르실 때, 사무엘이 그제야 이 부름이 엘리 제사장의 부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부르시는 음성인 줄 알고, '종이 듣겠나이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입니다. 이스라엘의 제사장이었던 엘리는 늙고 부패하여 '영적 시력과 청력'을 완전히 잃어버..

복음의 특징, 날마다 성장하는..

"that has come to you. All over the world this gospel is bearing fruit and growing, just as it has been doing among you since the day you heard it and understood God's grace in all its truth."(Col. 1.6) "이 복음이 이미 너희에게 이르매 너희가 듣고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날부터 너희 중에서와 같이 또한 온 천하에서도 열매를 맺어 자라는도다"(골 1:6) * 묵상 :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사도 바울과 그의 영적인 제자 디모데가 골로새에 있는 교회에 편지를 하면서, 그들에게 전달된 복음이 그들의 삶 속에서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사실을 격려하고..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Be very careful, then, how you live--not as unwise but as wise, making the most of every opportunity, because the days are evil."(Eph. 5:15~16)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 5:15~16) * 묵상 : 사도 바울은 당시 잘 나가던 교회인 에베소 교회를 향해서 '주의하고 근신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때가 악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에베소서의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때가 악하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일까 씨름하며 고민했던 ..

네비게이션 / 꿈의 비단길 - 홍종빈

네비게이션 - 홍종빈 자동차를 몰고 나서면 어느새 아내가 네비게이션 안에서 말하기 시작한다. 또박또박 하느님처럼 말한다.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 안전운전 하십시오. 그녀가 시키는 대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보이지 않는 아내가 다시 말한다. 전방에 과속단속구간입니다. 과속에 주의하십시오. 나는 언제나 길들여진 의식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어디로 갈까 묻지 말고 그림자처럼 오롯이 따라만 오세요. 당신이 한평생 건너온 그 질퍽하고 굴곡진 삶도 거역할 수 없는 내 힘에 이끌려 왔듯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현관문을 열면 그녀가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마세요. 내가 심심합니다. 제발 담배 피우지 마세요. 내 건강에 해롭습니다. 당신은 영원한 내 포로입니다. - 시집 (화니콤, 2..

날마다 한 걸음씩 내 딛는 믿음의 행보

"She went away and did as Elijah had told her. So there was food every day for Elijah and for the woman and her family. For the jar of flour was not used up and the jug of oil did not run dry, in keeping with the word of the LORD spoken by Elijah."(1 Kings 17:15~16) "그가 가서 엘리야의 말대로 하였더니 그와 엘리야와 그의 식구가 여러 날 먹었으나 여호와께서 엘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 같이 통의 가루가 떨어지지 아니하고 병의 기름이 없어지지 아니하니라"(왕상 17:15~16) * 묵상 : 오늘 묵상..

벌초 / 터미널 - 이홍섭

벌초 - 이홍섭 벌초라는 말 참 이상한 말입디다. 글쎄 부랑 무식한 제가 몇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큰 집 조카들을 데리고 벌초를 하는데, 이 벌초라는 말이 자꾸만 벌 받는 초입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 원 참 부모님 살아 계실 때 무던히 속을 썩여드리긴 했지만......조카들이 신식 예초기를 가져왔지만 저는 끝까지 낫으로 벌초를 했어요, 낫으로 해야 부모님하고 좀더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들고, 뭐 살아 계실 적에는 서로 나누지 않던 얘기도 주고받게 되고, 허리도 더 잘 굽혀지고......앞으로 산소가 없어지면 벌 받을 곳도 없어질 것 같네요, 벌 받는 초입이 없어지는데 더 말해 무엇 하겠어요, 안 그래요, 형님 - ( 2010 여름호), 시집 문학동네, 2011) * 감상 : 이홍섭 시인. 강원도 ..

찰옥수수 / 오징어 - 김명인

찰옥수수 - 김명인 평해 오일장 끄트머리 방금 집에서 쪄내온 듯 찰옥수수 몇 묶음 양은솥 뚜껑째 젖혀놓고 바싹 다가앉은 저 쭈그렁 노파 앞 둘러서서 입맛 흥정하는 처녀애들 날 종아리 눈부시다 가지런한 치열 네 자루가 삼천 원씩이라지만 할머니는 틀니조차 없어 예전 입맛만 계산하지 우수수 빠져나갈 상앗빛 속살일망정 지금은 꽉 차서 더 찰진 뽀얀 옥수수 시간들! - 시집 (문학과지성사, 2005) * 감상 : 김명인 시인. 1946년 9월, 경북(당시엔 강원도) 울진에서 태어났습니다. 울진 후포고, 고려대학교(학.석.박사)를 졸업했습니다. 대학 재학시절 고대신문사에서 주최한 전국대학생 문예현상공모에 시로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출항제’가 당선되면서 등단하였습니다. 1981년..

생명의 말씀이신 그리스도

"That which was from the beginning, which we have heard, which we have seen with our eyes, which we have looked at and our hands have touched--this we proclaim concerning the Word of life."(1 John 1:1) "이 글은 생명의 말씀에 관한 것입니다. 이 생명의 말씀은 태초부터 계신 것이요, 우리가 들은 것이요, 우리가 눈으로 본 것이요, 우리가 지켜본 것이요, 우리가 손으로 만져본 것입니다."(요일 1:1, 새번역) * 묵상 : 성령께서 영감을 주시고 인도해주신 덕분에 성경에는 오랜 시간을 거쳐 우리에게 전해진 서신서들이 있습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예수..

깨어 있는 한 사람, 그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But his sons did not walk in his ways. They turned aside after dishonest gain and accepted bribes and perverted justice."(1 Samuel 8:3) "그의 아들들이 자기 아버지의 행위를 따르지 아니하고 이익을 따라 뇌물을 받고 판결을 굽게 하니라"(삼상 8:3) * 묵상 : 잘 알듯이 이스라엘에 왕이 있기 전에는 대제사장이나 사사를 통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이 직접 통치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대제사장이나 사사는 이스라엘 공동체에게는 독보적인 신적 권위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엘'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이, 오랜 세월 완벽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 낸 사람이었습니다. 그..

버리긴 아깝고 - 박철

버리긴 아깝고 - 박철 일면식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주고받은 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 - 시집 (실천문학사, 2013) * 감상 : 박철 시인. 1960년 1월, 서울 강서구 개화동(당시에는 김포)에서 태어났습니다. 성남고와 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1987년 에 ‘김포’외 1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 (창비, 1989), (실천문학사, 1992), ..

거짓 이단에서 돌아오게 하는 자

"My brothers, if one of you should wander from the truth and someone should bring him back, remember this: Whoever turns a sinner from the error of his way will save him from death and cover over a multitude of sins."(James 5:19~20) "내 형제들아 너희 중에 미혹되어 진리를 떠난 자를 누가 돌아서게 하면 너희가 알 것은 죄인을 미혹된 길에서 돌아서게 하는 자가 그의 영혼을 사망에서 구원할 것이며 허다한 죄를 덮을 것임이라"(약 5:19~20) * 묵상 :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성경 야고보서의 가장 마지막 두 구절입니다.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