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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음악 - 루이스 글릭

천상의 음악 - 루이스 글릭 아직 천국을 믿는 친구가 있어요. 어리석은 이는 아니지만, 그녀는 요즘도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그야말로 신에게 꼬박꼬박 얘기합니다. 그녀는 하늘에서 누군가가 듣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상에서 그녀는 예사롭지 않게 유능합니다. 불쾌함을 직면할 수 있을 만큼 용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흙 속에서 죽어가는 애벌레를 봤죠. 탐욕스런 개미가 그 위로 기어올라가고 있었죠. 난 항상 어떤 곤경에 빨리 움직이고 항상 사나운 것에 제동거는 데에 열정적입니다. 하지만 소심함이 또한 내 눈을 재빨리 감게 합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서 그 일이 진행되도록 놔두면서 내 친구는 지켜볼 수 있었지만 나를 위해 그는 끼어들었죠. 몇 마리의 개미를 털어내어 그 찢어진 녀석에게서 떼어냈죠. 그리고 그 애벌..

테스형, 인생이 왜 이래.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어

"So do not fear, for I am with you; do not be dismayed, for I am your God. I will strengthen you and help you; I will uphold you with my righteous right hand."(Isaiah 41:10)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 * 묵상 : 절망적인 상황, 그리고 도저히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극한의 상황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선지자 이사야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은 바로,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는 약속..

백 미터 / 무심코 정선 - 전윤호

백 미터 - 전윤호 마침내 말 한 번 걸어보려 검은 교복 입고 뒤쫓던 역전 다리 위 백 미터 어두운 공설운동장에서 한 시간 미리 도착하고도 딱 그만큼 달아나버린 정신줄 목사님이 신자가 아니면 사귀지 말래 저주처럼 붉은 십자가에 돌팔매질하던 거리 나이 먹고 친구로 만나도 같이 마시고 함께 취해도 저만치 앞서 걷는 그녀와의 사이 작심하고 달려도 평생 건너지 못한 아우라지 건너편 솔밭 같은 백 미터 그 지긋지긋한 부탁받은 척 흰 봉투 들고 망설이며 서 있는 장례식장 안내판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별과의 거리 - 시집, (달아실, 2019) * 감상 : 전윤호 시인. 1964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으며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1년 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으로 (문학세계사, 1995), (하문사,..

낯선 타인을 대하는 자세

" 'When an alien lives with you in your land, do not mistreat him. The alien living with you must be treated as one of your native-born. Love him as yourself, for you were aliens in Egypt. I am the LORD your God." "외국 사람이 나그네가 되어 너희의 땅에서 너희와 함께 살 때에, 너희는 그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너희와 함께 사는 그 외국인 나그네를 너희의 본토인처럼 여기고, 그를 너희의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너희도 이집트 땅에 살 때에는, 외국인 나그네 신세였다.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레 19:33~34, 새번역) * 묵상 :..

잘 들을 수 있는 넓은 마음

"So give your servant a discerning heart to govern your people and to distinguish between right and wrong. For who is able to govern this great people of yours?"(1 kings 3:9) "누가 주의 이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사오리이까 듣는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왕상 3: 9) * 묵상 : 아버지 다윗 왕으로부터 왕위를 계승받은 솔로몬은 어느 날 밤 꿈 하나를 꿉니다. 꿈 속에서 하나님은 그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새로 왕이 된 그에게 여호와께서 '무엇을 주면 좋겠느냐'고 물었던 것입니다. 이에 솔로몬은 오늘 묵상하는 구절과 같이 ..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 안명옥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 안명옥 놀라워라,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간다 참지 못할 만큼 오줌이 마려워 걸음이 평소보다 급하다 오줌 마려운 것이, 나를 이렇게 집 쪽으로 다급하게 몰고 가는 힘이라니! 오줌이 마렵지 않았다면 밤 풍경을 어루만지며 낮엔 느낄 수 없는 밤의 물컹한 살을 한 움큼 움켜쥐며 걸었을 것을 아니 내 눈길이 보이지 않는 어둠 저편, 그 너머까지 탐색했을 지도 모를 것을 지금 내게 가장 급한 것은 오줌을 누는 일 지나가는 사람들 없는 사이 무릎까지 바지를 끌어내리고 오줌을 눈다 오줌을 누는 것은 대지와의 정사 혹은 내 속의 어둠을 함께 쏟아내는 일, 그리하여 다시 오줌이 마려워오는 순간이 오기까지 내 속이 잠시나마 환해지는 일 변기가 아닌, 이렇게 아파트 단지의 구석..

눈이 열리면 보이는 하나님의 불말과 불병거

"And Elisha prayed, "O LORD, open his eyes so he may see." Then the LORD opened the servant's eyes, and he looked and saw the hills full of horses and chariots of fire all around Elisha."(2 kings 6:17) "기도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원하건대 그의 눈을 열어서 보게 하옵소서 하니 여호와께서 그 청년의 눈을 여시매 그가 보니 불말과 불병거가 산에 가득하여 엘리사를 둘렀더라"(왕하 6:17) * 묵상 : 강력한 아람 군대가 엘리사 선지자를 붙잡기 위해서 몰려와 성을 에워쌌습니다. 극도의 불안과 공포가 몰려오는 순간, 어느 누구도 그 상황을 벗어나기 쉽지 않..

남편과 아내, 그리고 그리스도와 교회

"Husbands, love your wives, just as Christ loved the church and gave himself up for her"(Ephe. 5: 25)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엡 5:25) * 묵상 : 결혼을 하지 않고 가정을 꾸려보지 않은 사도 바울이, 에베소 교회 성도들, 특히 남편과 아내를 위해 권고하는 오늘 말씀을 읽으면 남편과 아내가 되어 본 사람이 말하는 것보다 더 깊은 내공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령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지혜일 것입니다. 아마도 그는 누구보다도 '교회'에 대한 깊은 묵상을 해 나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방인의 복음 전도자로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태동되..

예수를 흉내내는 거짓 목자들

"I give them eternal life, and they shall never perish; no one can snatch them out of my hand."(John 10:28) "내가 그들에게 영생을 주노니 영원히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요 또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을 자가 없느니라"(요 10:28) * 묵상 : 2천 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그 당시 유대교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미움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파격적인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자기가 아브라함보다 앞섰다고도 하고 또 하나님이 내 아버지라고 하는 등 유대교 종교 지도자들 입장에서 보면 죽일만큼 미워하는 반응을 보인 것이 당연했을 것입니다. 오늘 묵상하는 말씀에서, 유대인들이 에워싸고 결정적인 말, 즉 '네가 그리스도(구원자, ..

추석 - 권선희

추석 - 권선희 아고야, 무신 달이 저래 떴노 금마 맨키로 훤하이 쪼매 글네 야야, 지금은 어데 가가 산다 카드노 마눌 자슥 다 내뿔고 갔으이 고향 들바다 볼 낯빤디기나 있겠노 말이다 가가 말이다 본디 인간으로는 참말로 좋았다 막말로 소가지 빈 천사였다 아이가 그라믄 뭐 하겄노 그 노무 다방 가스나 하나 잘못 만나가 신세 조지 삐고 인자 돌아 올 길 마캐 일카삣다 아이가 우찌 사는지럴 대구빠리 눕힐 바닥은 있는지럴 내사 마 달이 저래 둥그스름 떠오르믄 희안하재, 금마가 아슴아슴 하데이 우짜든동 처묵고는 사이 읍는 기겠재? 글캤재? - 계간 (2012년 봄호), 시집 (애지, 2017) * 감상 : 권선희 시인. 1965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1998년 으로..

잃어버린 자를 찾으시는 하나님

"and goes home. Then he calls his friends and neighbors together and says, 'Rejoice with me; I have found my lost sheep.' "(Luke 15:6) "집에 와서 그 벗과 이웃을 불러 모으고 말하되 나와 함께 즐기자 나의 잃은 양을 찾아내었노라 하리라"(눅 15:6) * 묵상 : 누가복음 15장에는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비유 세 가지가 등장합니다.잃어버린 양, 잃어버린 은전, 그리고 잃어버린 아들에 대한 비유가 그것입니다.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양을 잃었다가 다시 찾은 주인이 기뻐하면서 말하는 말입니다. 물론 이 말은 나머지 두 개의 비유에서도 똑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9절, 32절) 이들 비유가 말해주려고 ..

하나님의 전략

"Remember the day you stood before the LORD your God at Horeb, when he said to me, "Assemble the people before me to hear my words so that they may learn to revere me as long as they live in the land and may teach them to their children."(Deuteronomy 4:10) "여러분이 시내산에서 여러분의 하나님 여호와 앞에 섰던 날을 기억하십시오. 그때 여호와께서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백성을 내 앞에 모아라. 그들이 내 말을 듣고 평생 나를 받들어 섬기는 법을 배워 그들의 자녀들에게 가르치도록 하겠다.' ..

자화상 - 공광규

자화상 - 공광규 밥을 구하러 종각역에 내려 청계천 건너빌딩숲을 왔다가 갔다가 한 것이 이십 년이 넘었다그러는 동안 내 얼굴도도심의 흰 건물처럼 낡고 때가 끼었다인사동 낙원동 밥집과 술집으로 광화문 찻집으로이런 심심한 인생에늘어난 것은 주름과 뱃살과 흰 머리카락이다남 비위를 맞추며 산 것이 반이 넘고나한테 거짓말한 것이 반이 넘는다그러니 나는 가짜다 껍데기다올 초파일 절에서 오후 내내 마신 막걸리가엄지발가락에 통풍을 데리고 와몸이 많이 기울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어제는 사무실 가까이 와 저녁을 먹고 간 딸이아빠 얼굴이 폼페이 유적 같다고 하였다그러고 보니 내 나이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가 똑같다안구에 건조한 바람이 불고돋보기가 있어야 읽고 쓰는데 편하다맑은 날에도 별이 흐리다눈이 침침한 것은 밖을 보는 ..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I have told you these things, so that in me you may have peace. In this world you will have trouble. But take heart! I have overcome the world."(John 16:33) " '나는 너희가 내게서 평화를 얻게 하려고 이 말을 한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겠지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하고 말씀하셨다."(요 16:33, 공동번역) * 묵상 : 요한은 16장에서 특별한 기록 하나를 남겨두었습니다. 살아생전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환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도들이 현재 겪고 있는 극심한 환란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또 요한 자신도 밧모섬에 유배되는 말할 수 없는 큰 환란 속..

좌우에 대한 숙고 - 정한용

좌우에 대한 숙고 - 정한용 몇 년 전부터 노안인가 싶더니, 이젠 안경이 잘 안 맞는다. 양쪽이 서로 어긋난다. 왼쪽으로 보는 세상은 흐리지만 부드럽고 따뜻한데, 오른쪽으로 보는 세상은 환하지만 모가 나고 차갑다. 둘 사이의 불화와 냉전에 속앓이가 심했는데, 알고 보니 오래 쌓인 원한이 있었다. 수구와 진보의 싸움은 식상한 것이 되었고, 훈구와 사림의 대립도 짓물렀다. 정상과학을 두고 벌인 칼 포퍼와 토마스 쿤의 논쟁에 대해서는 논문으로 까발린 적도 있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고 리영희 선생께서 일갈했지만, 나는 차라리 두 세상을 따로국밥처럼 몸속에 나눠놓고 살겠다. 왼쪽 눈이 쓰린 날은 막걸리에 해물파전을 먹고, 오른쪽 눈이 부신 날은 소주에 삼겹살을 먹겠다. - 시집 (문학동네, 2015) * 감상 ..

새 하늘과 새 땅

"And I heard a loud voice from the throne saying, "Now the dwelling of God is with men, and he will live with them. They will be his people, and God himself will be with them and be their God. He will wipe every tear from their eyes. There will be no more death or mourning or crying or pain, for the old order of things has passed away."(Rev. 21:3~4)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

성경 속, 세 개의 질문

"Then the LORD said to Cain, "Where is your brother Abel?" "I don't know," he replied. "Am I my brother's keeper?"(Genesis 4:9)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가 이르되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창 4:9) * 묵상 : 신구약 성경 전체에서 오늘 묵상하는 구절에 나오는 가인의 물음과 같이, 그 대답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어쩌면 역사가 뒤바꿔질 수도 있는 의미있는 질문이 몇 개 있습니다.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그 첫번째에 해당하는 질문으로, '내가 가인을 지키는 자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성경 전체를 통해서 하나님은 분명하게 '그렇다'는 말씀을 하시..

얼굴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드러내는 삶

"And we, who with unveiled faces all reflect the Lord's glory, are being transformed into his likeness with ever-increasing glory, which comes from the Lord, who is the Spirit."(2 Cor. 3:18) "우리는 모두 너울을 벗어버리고, 주님의 영광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주님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하여, 점점 더 큰 영광에 이르게 됩니다. 이것은 영이신 주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고후 3:18, 새번역) * 묵상 :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구약의 배경을 알아야 바울이 말하는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는 고린도에 있는 성도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구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구월이 오면구월의 강가에 나가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뒤따르는 강물이앞서가는 강물에게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그때 강둑 위로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가을이 아름다워지고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사람이 사는 마을에서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그 무엇이 되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