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17

自恨 - 이매창

自恨 자한 스스로 한탄하다 - 이매창(李梅窓) 東風一夜雨(동풍일야우) 동풍에 밤새 비가 오더니 柳與梅爭春(유여맹쟁춘) 버들과 매화가 봄을 다투네. 對此最難堪(대차최난간) 이를 보며 가장 참기 어려운 것은 樽前惜別人(준전석별인) 술잔 앞에 두고 애석하게 헤어진 님 생각이네. 含情還不語(함정환불어) 마음속에 품은 정 다시 말하지 못해 如夢復如癡(여몽복여치) 꿈을 꾸는 듯하다가 다시 바보가 된 듯하네. 綠綺江南曲(녹기강남곡) 거문고로 강남곡을 연주 하여도, 無人問所思(무인문소사) 이내 심사를 물어 볼 사람 없네. 翠暗籠烟柳(취암농연류) 안개낀 버들이 어스럼한 푸른빛이 쌓이고 紅迷霧壓花(홍미무염화) 붉고 희미한 안개가 꽃을 짓누르고, 山歌遙響處(산가요향처) 민요 부르는 노래 멀리서 들려오는데, 漁笛夕陽斜(어적석..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시집(한길, 2009) - 1953..

성전에 올라가면서 부르는 노래

"My heart is not proud, O LORD, my eyes are not haughty; I do not concern myself with great matters or things too wonderful for me. But I have stilled and quieted my soul; like a weaned child with its mother, like a weaned child is my soul within me. O Israel, put your hope in the LORD both now and forevermore."(Psalms 131)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

"형제 사울아!"

"Then Ananias went to the house and entered it. Placing his hands on Saul, he said, "Brother Saul, the Lord--Jesus, who appeared to you on the road as you were coming here--has sent me so that you may see again and be filled with the Holy Spirit."(Acts 9:17) "아나니아가 떠나 그 집에 들어가서 그에게 안수하여 이르되 형제 사울아 주 곧 네가 오는 길에서 나타나셨던 예수께서 나를 보내어 너로 다시 보게 하시고 성령으로 충만하게 하신다 하니"(행 9:17) * 묵상 : 사도행전 9장에는 바울 사도가 사울이었..

미지근한 믿음

"To the angel of the church in Laodicea write: These are the words of the Amen, the faithful and true witness, the ruler of God's creation. I know your deeds, that you are neither cold nor hot. I wish you were either one or the other!"(Rev. 3:14~15) "라오디게아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아멘이시요 충성되고 참된 증인이시요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이신 이가 이르시되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계 3:14~15) * 묵상 : 요한이 기록한 요..

너희는 가만히 있어

"Be still, and know that I am God; I will be exalted among the nations, I will be exalted in the earth."(Psalms 46:10) "이르시기를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내가 뭇 나라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내가 세계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하시도다"(시 46:10) * 묵상 : 동양 철학, 특히 노장 사상에는 '무위(無爲)'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어려운 개념이지만 간단히 이해하자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함'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시편 46편 10절, 오늘 묵상하는 구절에서 시인은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들에게 '너희는 잠깐 손을 멈추고 내가 하나님인 줄 알아라'(새번역)고 말씀하신다고 노래하고 있습..

시구문 / 고매사 - 정호

시구문 - 정호 둘레길 벗어나 원효봉 향한다 선발대는 벌써 시구문을 지났다는 카톡이 온다 詩句文이겠거니, 명필의 필치가 너럭바위에 새겨져 있거나 어느 문장가의 싯귀 하나 암벽에 들러붙어 있을 법한, 아니면 반정으로 겨우 도망쳐 나온 어느 왕족이 복귀를 꿈꾸며 호시탐탐하던 時求門이었거나 그도 아니면 侍龜門이어서 거대한 거북바위 하나 계곡 암반에 엎드려 있을 것 같은 詩句 時求 侍龜 다 아니라면 始球는 절대 아니겠고 枾九, 市區, 혹시 뻐꾸기 산비둘기 많아서 鳲鸠門? 아님 누룽지 달라 꼬리치는 媤狗인가? 그도 아니라면 중성문 대남문을 비롯한 아홉 개의 문이 있다는 건지 가파른 돌계단 오를 때마다 궁금증 하나씩 배낭에 주워 담으며 시구시구, 에라 얼씨구절씨구/ 땀 뻘뻘 도달한 시구문, 죽어서도 괄시받던 민초의..

'할 수 있거든 모든 사람과'

"Do not repay anyone evil for evil. Be careful to do what is right in the eyes of everybody. If it is possible, as far as it depends on you, live at peace with everyone."(Romans 12:17~18)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롬 12:17~18) * 묵상 : 바울이 로마에 있는 성도들에게 보낸 편지가 '로마서'인데, 잘 알다시피 로마서의 구조는, 전반부에는 교리적인 측면을 일목요연하게 논리적으로 소개하고 있고, 후반부(12장부터)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변화된 삶을 살아가..

음악치료의 효시

"Whenever the spirit from God came upon Saul, David would take his harp and play. Then relief would come to Saul; he would feel better, and the evil spirit would leave him."(1 Samuel 16:23) "하나님께서 부리시는 악령이 사울에게 이를 때에 다윗이 수금을 들고 와서 손으로 탄즉 사울이 상쾌하여 낫고 악령이 그에게서 떠나더라"( 16:23) * 묵상 : 음악이나 미술을 이용하여 심리치료를 하는 게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심리치료에 이들 문화적인 수단을 처음 접목을 시도할 때에는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담과 심리치료에 다양한 문화매체들이 ..

춘몽(春夢) / 시집보내다 - 오탁번

춘몽(春夢) - 오탁번 아내와 함께 스포티지 몰고 홍쌍리 매화마을로 매화구경을 갔다 한창 피어나던 매화는 꽃샘추위에 엇, 추워! 하면서 올스톱, 피다만 매화만 싱겁게 구경하고 내친김에 핸들을 꺾었다 장흥에서 제주 성산포행 카페리를 탔다 사람은 3만8천원, 자동차는 6만8천원 넘실대는 푸른 봄바다는 공짜! 이중섭의 아내같이 생긴 수선화도 추사의 족제비붓 같은 솔잎도 재재재재 춥다 한라산 산록을 재는 측량기사인듯 몇 번이고 돌고 돌았다 흑석영(黑石英)처럼 빛나는 까마귀떼와 눈 쌓인 한라산이 부운(浮雲)처럼 다 하릴없다 이틀을 묵고 떠나는 날 아침 조천 바닷가에 있는 조붓한 '시인의 집'에 차 마시러 갔다 손세실리아 시인이 꼭 어느 낭만 시인의 아내인듯 사는 곳 방명록에 한 줄 쓰라는 말에 나는 붓펜으로 일필..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

"But God demonstrates his own love for us in this: While we were still sinners, Christ died for us."(Romans 5:8)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 많은 인간을 위해서 죽으셨습니다. 이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확실히 보여주셨습니다."(롬 5:8, 공동번역) * 묵상 : 오늘 묵상하는 본문 말씀을 읽을 때마다 뭔가 이상한 국어 표현 때문에 불편했지만, 성경 말씀이니까 열심히 암송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접했던 이 구절의 개역 한글 번역입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개역한글) 하나님께서 우리를..

바람쟁이 하나쯤 / 땜쟁이 노래 - 정양

바람쟁이 하나쯤 - 정양 마을 여인네들 일을 성민이는 절대로 입에 담지 않지만 마을 여인네들 아닌 경우 술자리에서 가끔씩 안주 삼을 때도 있었다 어느 초가을 오후 성민이가 낯선 들길을 지나다가 새 보는 아낙네를 덮쳤는데 가마니 깔린 논두렁에 납작 깔린 그 아낙네, 나이 좀 지긋했던지 자네는 어머니도 없냐고 나무라듯 원망하듯 하면서도 하여튼지 간에 고마운 젊은이라며 성민이 까 내린 볼기짝을 덥썩 껴안으며 쓰다듬으며 하더란다 마재마을 이런저런 쟁이들 지금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지만 예나 이제나 허망하고 팍팍한 한세상에 그런 바람쟁이 하나쯤 그 마을에 아직도 남아있으면 좋겠다 - 시집 (모악, 2023) * 감상 : 정양 시인. 1942년 전북 김제읍 신풍리에서 사회운동가인 정을(鄭乙), 보통학교 교사인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