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쟁이 하나쯤 - 정양 마을 여인네들 일을 성민이는 절대로 입에 담지 않지만 마을 여인네들 아닌 경우 술자리에서 가끔씩 안주 삼을 때도 있었다 어느 초가을 오후 성민이가 낯선 들길을 지나다가 새 보는 아낙네를 덮쳤는데 가마니 깔린 논두렁에 납작 깔린 그 아낙네, 나이 좀 지긋했던지 자네는 어머니도 없냐고 나무라듯 원망하듯 하면서도 하여튼지 간에 고마운 젊은이라며 성민이 까 내린 볼기짝을 덥썩 껴안으며 쓰다듬으며 하더란다 마재마을 이런저런 쟁이들 지금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지만 예나 이제나 허망하고 팍팍한 한세상에 그런 바람쟁이 하나쯤 그 마을에 아직도 남아있으면 좋겠다 - 시집 (모악, 2023) * 감상 : 정양 시인. 1942년 전북 김제읍 신풍리에서 사회운동가인 정을(鄭乙), 보통학교 교사인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