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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뿌리개 꼭지처럼 - 이정록

물뿌리개 꼭지처럼 - 이정록 물뿌리개 파란 통에 한가득 물을 받으며 생각한다 이렇듯 묵직해져야겠다고 좀 흘러넘쳐도 좋겠다고 지친 꽃나무에 흠뻑 물을 주며 마음먹는다 시나브로 가벼워져야겠다고 텅 비어도 괜찮겠다고 물뿌리개 젖은 통에 다시금 물을 받으며 끄덕인다 물뿌리개 꼭지처럼 고개 숙여 인사해야겠다고 하지만 한겨울 물뿌리개는 얼음 일가에 갇혔다 눈길 손길 걸어 잠그고 주뼛주뼛, 출렁대기만 한 까닭이다 얼음덩이 웅크린 채 어금니 목탁이나 두드리리라 꼭지에 끼인 얼음 뼈, 가장 늦게 녹으리라 - 시집, (창비, 2016) * 감상 : 이정록 시인은 1964년 충남 홍성 에서 출생, 공주사범대학 한문교육과를 졸업했습니다.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농부일기’가 당선되었고, 1993년에는 동아일보 신..

벗에게 부탁함 / 다시 벗에게 부탁함 - 정호승

벗에게 부탁함 - 정호승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올 봄에는 저 새 같은 놈 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봄비가 내리고 먼 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저 꽃 같은 놈 저 봄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나는 때때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 같은 놈이 되고 싶다 - 시집 (창작과비평, 1999) * 감상 : 정호승 시인. 1950년 1월 3일,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습니다. 대구 삼덕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계성중학교 1학년 때인 1962년 은행원이었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도시 변두리 지역에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륜고등학교 재학 중, 전국고등학생 문예현상 모집에서 ‘고교문예의 성찰’이라는 평론으로 당선, 1968년 문예..

신천지, 그리고 교주 이만희의 실체

한국일보 오늘 날짜에 신천지 이단교회를 이끌고 있는 이만희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200228080220976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 이단 신천지에 멀쩡한 사람들이 왜 빠질까 의아해 합니다. 그리고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이 모두 뭔가 부족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 교회에서 신앙을 열심히 하던 사람들이 더 많이 신천지에 빠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는 교회에서 중직자(목사, 장로, 권사, 안수집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말씀에 갈급해 하면서 제대로 된 말씀을 배우려고 하는 열망이 있는 사람들이, 신천지의 마수에 걸려들기 쉽기 때문입니다. ..

2월 / 겨울노래 - 오세영

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 시집, (시와시학사, 1992) * 감상 : 오세영 시인. 1942년 전라남도 영광(靈光)에서 태어났으며, 본관은 해주(海州)입니다. 전주 신흥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학과에 진학,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충남대학교(1974~1981)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