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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뜨고 해는 지되...

"Generations come and generations go, but the earth remains forever. The sun rises and the sun sets, and hurries back to where it rises."(Eccl. 1:4~5)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해는 뜨고 해는 지되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전도서 1:4~5) * 묵상 : 구약의 전도서를 기록한 솔로몬은 1장 1절에서 자신을 '전도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도자는 '모든 것이 헛되다(2절)'고 운을 떼면서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라고 자문하며 염세적인 노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은 해가 뜨고 지며, 바람이 이리 저..

마지막 첫눈 / 겨울 소년 - 정호승

마지막 첫눈 - 정호승 마지막 첫눈을 기다린다 플라타너스 한 그루 옷을 벗고 서 있는 커피전문점 흐린 창가에 앉아 모든 기다림을 기다리지 않기로 하고 마지막 첫눈이 오기를 기다린다 첫눈은 내리지 않는다 이제 기다린다고 해서 첫눈은 내리지 않는다 내가 첫눈이 되어 내려야 한다 첫눈으로 내려야 할 가난한 사람들이 배고파 걸어가는 저 거리에 내가 첫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야 한다 오늘도 서울역에서 혼자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명동성당에 종소리가 들렸다 땅에는 저녁별들이 눈물이 되어 굴러다니고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을 버릴 수 없어 나는 오늘도 그의 제자가 될 수 없었다 별들이 첫눈으로 내린다 가장 빛날 때가 가장 침묵할 때이던 별들이 드디어 마지막 첫눈으로 내린다 커피전문점 어두운 창가에 앉아 다시 찾아올 성자를 ..

새해의 결심, '이제부터는...'

"And he died for all, that those who live should no longer live for themselves but for him who died for them and was raised again. So from now on we regard no one from a worldly point of view. Though we once regarded Christ in this way, we do so no longer. Therefore, if anyone is in Christ, he is a new creation; the old has gone, the new has come!"(2Cor. 5:15~17) "그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으심은 살아 있는 자들로 하..

한 해의 마지막 날 드리는 기도

"Now my heart is troubled, and what shall I say? 'Father, save me from this hour'? No, it was for this very reason I came to this hour. Father, glorify your name!" Then a voice came from heaven, "I have glorified it, and will glorify it again."(John 12:27~28)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하리요 아버지여 나를 구원하여 이 때를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나 내가 이를 위하여 이 때에 왔나이다 아버지여,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옵소서 하시니 이에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되 내가 이미 영광스럽..

몸소 함께 겪은 '너희가 앎이라'

"Consider it pure joy, my brothers, whenever you face trials of many kinds, because you know that the testing of your faith develops perseverance."(James 1:2~3)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약 1:2~3) * 묵상 :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믿음을 가졌다는 이유 때문에 박해를 받았던 초대교회 성도들은 가끔씩 자신이 가진 믿음을 포기하고 싶은 때도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야고보 사도가 당시 흩어져 있는 믿음의 '열두 지파'(새로운 믿음으로 공동체를 이룬..

겁 / 1월 1일 - 이영광

겁 - 이영광 먼 곳에 슬픈 일 있어 힘없는 원주 토지문화관의 저녁이다 속 채우러 왔다, 슬리퍼 끌고 해장국이 나오길 기다리며 신문을 뒤적이다 누군가의 소식을 읽고, 아? 이 사람 아직 살아 있었구나! 놀라고 다행스러워하는 마음이 된다 허기가 힘을 내는 것이 우습다가 문득 또, 누군가 내 소식을 우연히 듣고 아? 그 사람 아직 살아 있었구나, 놀라길 바라는 실없는 마음이 돼본다 다행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만한 용기는 없다 허기는 아무래도 쓸쓸한 힘, 뭘 바라지 못하는 순간이 좋다 밥보다도 더 자주 먹는 이 겁에 의해, 오늘도 무사하지 않았느냐고 무사한 사람, 무사한 사람, 중얼거렸다 겁도 없이 중얼거렸다 - 시집 (문학과지성, 2018) * 감상 : 이영광 시인. 1965년 경북 의성군 단촌면 병방리, ..

마음속에 깊이 새겨 간직하였다

"But Mary treasured up all these things and pondered them in her heart.(Lk 2 : 19)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눅2:19, 공동번역) * 묵상 : 성경에 어떤 말을 '마음 속에 깊이 새겨 간직하였다'는 표현이 세 군데 나옵니다. 첫 번째는 꿈쟁이 요셉이 꿈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형들에게 시기를 당하는 장면인데, 모든 형들이 요셉을 시기했지만 아버지인 야곱은 그 말을 마음에 두었다(창37:11)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예수님이 열 두 살이 되던 해, 예루살렘 성전에 그 부모들과 함께 올라갔다가 돌아오는 길, 헤어져 찾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며칠 뒤 성전에서 만난 예수가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나이까 ..

새로운 서울 경기 지역 지하철 노선도

서울 경기 인근지역 지하철 노선도가 내년부터 바뀐다고 오늘 최종안이 확정 발표되었습니다. 40년 만에 바뀌게 될 새 지하철 노선도는 한 눈에 봐도 실제의 지점을 잘 반영하고 있어, 방향 감각 등 지금까지 써왔던 것보다 훨씬 친근감이 가네요. 그리고 앞으로 계획되어 있는 노선까지 가는 실선으로 표시해주고 있어서, 집 구입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노선도에는 단순한 환승역 표시 뿐 아니라, 몇 개의 노선과 겹치는지도 색상과 도형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를 해 두어 교통이 집중되는 지점을 금방 파악할 수있게 했네요. 이 지도에 따르면, 김포공항역이 가장 핫한 역으로 무려 다섯 개의 노선이 만나는 독보적인 역이고, 다음으로는 네 개의 노선이 만나는 서울역, 청량리역, 공덕..

Merry white christmas & happy new year

"After Jesus was born in Bethlehem in Judea, during the time of King Herod, Magi from the east came to Jerusalem and asked, "Where is the one who has been born king of the Jews? We saw his star in the east and have come to worship him."(Matt. 2:1~2)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말하되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하니"(마 2:1~2) * 묵상 : 예수께서 베들레헴에서 나셨을 때 동방으..

서로 격려하며 함께 연대하는 것

"Therefore encourage one another and build each other up, just as in fact you are doing."(1 Thes. 5:11) "그러므로 여러분은 지금도 그렇게 하는 것과 같이, 서로 격려하고, 서로 덕을 세우십시오."(살전 5:11, 새번역) * 묵상 :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 성도들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글입니다. 신약의 목회 서신서 대부분을 차지했던 바울의 편지에는 유난히도 눈에 띄는 익숙한 표현이나 단어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서로'라는 말은 그의 서신 이곳 저곳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단어였습니다. 바울 사도에게 특별히 '서로'라는 말이 중요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당시 새로운 믿음을 가진 성도들이 '함께 연대하는..

시편 42편

"Why are you downcast, O my soul? Why so disturbed within me? Put your hope in God, for I will yet praise him, my Savior and my God."(Psalms 42:11)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나는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 하나님을 여전히 찬송하리로다"(시 42:11) * 묵상 : 시편 42편은 성전의 성가대 직임을 맡았던 '고라 자손' 중 한 시인이 부른 노래입니다. 시인이 과거에 하나님께서 이끄시고 기쁨과 감사의 소리로 하나님을 따랐던 화려했던 영광을 회상하면서 노래한 것(4절)을 보면 아마도 이 시가 지어진 때에는 상황이 ..

브니엘에서 '저는 자'가 된 야곱

"The sun rose above him as he passed Peniel, and he was limping because of his hip."(Genesis 32:31) "그가 브니엘을 지날 때에 해가 돋았고 그의 허벅다리로 말미암아 절었더라"(창 32:31) * 묵상 : 평생을 속이고 속으면서 '잔머리'로 살아온 야곱이 형 에서에게로 돌아오는 장면을 창세기 32장은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마지막 순간에도 여전히 야곱은 또 잔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강만 건너면 에서 형을 만나는 지점에서 그는 두 아내와 두 여종, 그리고 열한 아들만 먼저 강을 건너게 하고 자신은 강 이쪽에 남기로 결정을 합니다.(32장 22절) 아마도 여차하면 도망가서 자신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

늙음 / 특이 체질 - 최영철

늙음 - 최영철 늘 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늘 그럼그럼 어깨를 토닥여 주는 것 늘 그렁 눈에 밟히는 것 늘 그렁 눈가에 맺힌 이슬 같은 것 늘 그걸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늘 그걸 넘지 않아도 마음이 흡족한 것 늘 거기 지워진 금을 다시 그려 넣는 것 늘 거기 가버린 것들 손꼽아 기다리는 것 늘 그만큼 가득한 것 늘 그만큼 궁금하여 멀리 내다보는 것 늘 그럼그럼 늘 그렁그렁 - 시집 (문학과지성사, 2010) * 감상 : 최영철 시인. 1956년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에서 태어났고 부산에서 성장하였습니다. 이십 대 초반부터 또래들과 시 동인지를 낼 정도로 열심 있는 문학청년이었던 최 시인은 그때 지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1984년 무크 [지평], [현실시각]에 시를 발표했고 1986년 한국일보..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Rejoice in the Lord always. I will say it again: Rejoice! Let your gentleness be evident to all. The Lord is near. Do not be anxious about anything, but in everything, by prayer and petition, with thanksgiving, present your requests to God. And the peace of God, which transcends all understanding, will guard your hearts and your minds in Christ Jesus."(Phil. 4:4~7)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

친근하게 사귀듯이

"My son, do not forget my teaching, but keep my commands in your heart, for they will prolong your life many years and bring you prosperity."(proverbs 3:1~2) "아이들아, 내 가르침을 잊지 말고, 내 계명을 네 마음에 간직하여라. 그러면 그것들이 너를 장수하게 하며, 해가 갈수록 더욱 평안을 누리게 할 것이다."(잠 3:1~2, 새번역) * 묵상 : 잠언 3장에는 '지혜롭게 사는 삶에 대한 특강'이라고 할 정도로 명철과 지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고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고 신뢰하라는 가르침(5-6절)에서부터, 삶 속에서 여호와 하나님 중심으..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for all have sinned and fall short of the glory of God, and are justified freely by his grace through the redemption that came by Christ Jesus."(Romans 3:23~24)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3~24) * 묵상 :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로마에 있는 성도들에게 바울 사도가 편지를 쓰면서 구원의 복음을 변증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동일한 신분..

요셉과 형들의 조우

"His brothers then came and threw themselves down before him. "We are your slaves," they said. But Joseph said to them, "Don't be afraid. Am I in the place of God? You intended to harm me, but God intended it for good to accomplish what is now being done, the saving of many lives."(Genesis 50:18~20) "그의 형들이 또 친히 와서 요셉의 앞에 엎드려 이르되 우리는 당신의 종들이니이다 요셉이 그들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마소서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리이까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

초등 친구들과 함께 했던 제주 여행, 그리고 맛집들....

초등 동창들과 2박 3일간의 제주도 여행, 다녀온 지 벌써 사흘이 지났지만 꿈만 같았던 여행의 여운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끼니 때마다 꼬르륵 거리는 배꼽 시계 소리가 들리면, 문득 지난 여행이 행복했던 이유가 제주도 현지 주민들이 추천하고 그들이 찾는 최고의 맛집에 가서 배불리 먹은 행복감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들렀던 식당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새미언덕] 첫째 날 제주 공항에 도착한 후 렌트카를 배정받자마자 우리가 달려 갔던 곳입니다. 처음,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새미언덕'이라 치면 된다"는 말에 에밀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잠시 생각나기도 했고, 큰 샘물이 있었던 언덕인가 보다 생각했지요.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던 식당이기도 했습니..

그루터기 - 박승민 / 반복 - 신평

그루터기 - 박승민 벼를 베어낸 논바닥이 누군가의 말년 같다 어느 나라 차상위층의 안방 속 같다 겨울 내내 그루터기가 물고 있는 것은 살얼음 속의 푸르던 날 이 세상 가장 아픈 급소는 자식새끼가 제 약점을 고스란히 빼다 박을 때 그래서 봄이 오면 농부는 자기 생을 이식한 흉터를 무자비하게 갈아엎고 논바닥에 푸른색 도배를 하는 것이다 등목을 하려고 수건으로 탁, 탁 등을 치는 순간 감쪽같이 그의 등판에 업혀 있는 그루터기들 - 시집 (실천문학사, 2016) * 감상 : 박승민 시인. 1964년생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으며 숭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07년 를 통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집으로 (푸른사상, 2011), (실천문학사, 2016), (창비, 2020) 등이 있습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