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2 - 이영광 잡지 편집자는 고운 목소리로 잘도 날 신문(訊問)해서, 청탁을 성사시켜버린다 너무 쉽게 자백해 큰일 난 나는 몇 문장만 얻어 보려고 나를 신문한다 내가 신문하는 시늉만 하니까 나는 나에게 벙어리 시늉만 한다 신문하던 나는 지쳐 신문받던 나를 집에 두고 여기저기 걷는다 허기를 잊고 교외로 나가다 보면 어느새 저만치 신문받던 내가 뒤따라오고 있다 우물쭈물 무슨 할 말이 있는 모양인데, 부르면 등 돌리고 아무 말이 없다 돌아오는 길은 축축이 봄비가 내려 우산을 받고 걷는다 걷다가 또 돌아보면, 신문받던 내가 여전 뒤처져 오고 있다 무슨 말을 우물거린 듯한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엉거주춤, 고개를 숙이고 전봇대 아래 서 있다 우산을 씌워주려고 다가가면 다 젖어 비칠비칠 물러난다 기운이 없..